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3화. 고백

sophie97
2026.07.29Lượt xem 8
훈지씨가 알려 준 주소를 따라오다 보니,
예전에 그를 몰래 뒤따라왔던 날이 떠올랐다.
문 앞에 선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팔에 깁스를 한 훈지씨가 서 있었다.
"아니...이게...
얼굴도 그렇고 몸에도 상처가 왜 이렇게 많아요?
배우는 몸이 생명인데...
이런 상태로 촬영을 어떻게 한 거에요..."
"팔은 스무 바늘 정도 꿰맸어요.
얼굴은 다행히 긁힌 정도라 흉터는 남지 않는대요.
그래도 나 걱정해 주니까 너무 좋다...
빨리 들어와요."
"멍은 또 왜 이렇게 많아요?"
나는 그의 주위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곳곳에 남은 상처와 퍼렇게 든 멍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면서 촬영을 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정작 자신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내 방문이 마냥 반가운 눈치였다.
"이 쪽으로 와서 앉아요.
마실 거 뭐 줄까요?
집에 뭐가 있지?
라테 마시고 싶으면 주문해 줄께요.
나에 관한 기사 검색해 본 거에요?
내가 다친 거 어떻게 알았어요?"
"훈지씨...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몸을 왜 이렇게 다쳐 가면서 촬영을 했어요?
팔 말고 다른 데는 괜찮은 거에요?
검사 제대로 받은 거 맞아요?"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이...이 정도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에요.
이제 나도 액션 배우잖아요.
이 정도는 다 영광의 상처죠."
"사고는 한 순간이에요.
제발...몸 조심하면서 촬영해요.
부탁이에요."
"알았어요.
명심할께요.
앞으로는 더 조심할께요. 됐죠?
이리 와서 앉아요.
우리 오랜만에 만났잖아요."
그 순간,
태형씨가 자신은 훈지씨에게
내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난 태형씨가 알려준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까 아니라던데요?"
"아...그게...
대표님이 정아씨랑 통화하는 걸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들었어요.
그래서...
기회를 보다가...
대표님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를 확인했어요."
"태형씨 휴대폰을 몰래 뒤졌다는 말이에요?
훈지씨..그건 좀..."
"알려 달라고 해도
대표님이 안 알려 주실 게 뻔하니까...
미안해요..."
"파리에서부터 훈지씨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게 되네요.
코난도 울고 갈 추리력과 실행력까지...
정말 뭐에요?"
"그럼 어떡해요.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이 없는데...
난 정아씨가 휴대폰을 갖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대표님과 통화하는 걸 듣는 순간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몰라요."
"휴대폰을 만들고 나서
처음으로 김대표한테 전화한 거였어요.
그 전에는 휴대폰도 없었어요."
"아...맞다!!!!!! 줄리앙..."
휴대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휴대폰을 만들게 된 이유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이번 주말 줄리앙과 그의 부모님을
만나기로 했던 약속도 생각났다.
"어떡해...내가 진짜 미쳤나봐...
어떡하지..."
"왜요?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내 휴대폰이...로밍이 안 되어 있잖아.
훈지씨 휴대폰 좀 빌려줘요.
급하게 전화해야 할 곳이 있어요."
나는 훈지씨의 휴대폰을 받아서
바로 줄리앙에게 걸었다.
"지금 프랑스가 몇 시지?"
수화음이 울리는 동안 나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여보세요?"
"줄리...나에요.
지금 프랑스가 몇 시죠?"
아니 무슨 요일이에요?"
"정아씨? 지금 어디에요?
혹시 한국이에요?"
"맞아요...급하게 한국에 오게 됐어요."
"왜요? 이번 주말에 파리로 오기로 했잖아요.
갑자기 한국은 왜 간 거에요?
계속 전화했는데 휴대폰도 꺼져 있고...
내가 스페인으로 가봐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어요."
"미안해요..줄리..
한국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정신없이 오게 됐어요.
정말 미안해요. 부모님은 무사히 도착하셨어요?
내가 약속을 못 지켜서 많이 실망하셨죠?"
"혹시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이렇게 갑자기 간 거에요?"
"아...네..."
"우리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부모님은 한 달 정도 계실 예정이니까
다음에 만나면 되죠.
그나저나 정아씨 가족은 괜찮은 거에요?
혹시 누가 갑자기 편찮으신 거에요?"
"아...그건...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할게요.
여기 일은 잘 해결됐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약속을 못 지켜서 정말 미안해요."
"갑자기 일이 생긴 거잖아요.
정아씨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얼마나 급한 일이었으면 연락도 못 했을까...
나는 그게 더 걱정됐어요."
나는 미안한 마음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정아씨?"
"네..."
"걱정하지 말고,
한국에서 일 잘 마무리하고 돌아와요.
스페인으로 가지 말고
바로 파리로 와요. 알았죠?"
"그렇게 할께요.
한국에서 바로 파리로 갈께요.
비행기 예약하는대로 연락할게요."
"알겠어요.
저기... 있잖아요..."
"네?"
"...사랑해요..."
그가 처음으로 한 고백이었다.
"...나도요."
나는 순간 훈지씨의 얼굴을 살폈다.
내 통화를 모두 듣고 있던 그의 표정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줄리앙과의 통화를 끝내고,
훈지씨의 휴대폰을 돌려줬다.
"혹시...
내가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통화를 해요?"
"... 나는 그 사람을 선택할 거에요." <8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