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4화. 예상치 못한 만남



나는 그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도 내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이내 내쪽을 바라봤다.






"정아 씨!"






"하..."






그는 망설임도 없이

내 옆자리로 건너와 앉았다.





"혼자 온 거에요?"





"네..."





"나 좀 봐봐요."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얼굴이 왜 이렇게 핼쑥해졌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훈지 씨. 그냥 우리...

 각자 영화 봐요.

 나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다시 스크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도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대표님이랑..."






"헤어졌어요."






"아..."






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훈지 씨가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나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이 시간에 왜 이 영화를 보러 온 걸까?

 그리고 왜 혼자 온 걸까?

 아직 누군가를 만나고 있지 않는 걸까?'





나 혼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 보니

영화는 어느새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조심히 가요."





나는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조용히 나를 따라 나왔다.





1층에서 내리는 나를

따라 내리며 물었다.





"차는요?"





"걸어왔어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





"괜찮아요. 그냥 걸어 갈게요."





그는 내 팔을 잡아 세웠다.





"잠깐만요!!

 타고 가요. 밤이 늦었잖아요."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럴 힘도, 의지도 없었다.




말없이 그를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가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는데

여자용 헤어밴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헤어밴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내 시선을 따라가더니

헤어밴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황급히

보관함 안에 넣어버렀다.





"대표님이랑은...왜..."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 거에요?

 대표님이 뭘 잘못 했어요?"





"그냥... 나랑 인연이 아닌 거겠죠..."





그의 얼굴을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나를 안쓰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 내가 물었다.




"훈지 씨는... 어때요?

 잘 지내요?"




사실 나는 그에 대한 영상이나 뉴스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모른 채 지냈다.



내가 각색 작업에 참여한 영화에

훈지 씨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후의

작품 활동은 알지 못했다.





"나는..."





"여자친구가 생겼나 봐요?"





"얼마 전에요.


 고백을 받았는데...

 괜찮은 친구 같아서

 만나보고 있어요."





"훈지 씨는 여전히 인기남이네..

 여배우들한테 항상 먼저 고백받고."




내 농담에 그가 피식 웃었다.




"출발 안 해요?"





"아... 네. 출발해요."




아파트 정문 앞에 도착했다.




"정아 씨..."





"태워다줘서 고마워요.

 운전 조심해서 가요."




그는 내리려는 나의 팔을 붙잡았다.





"정아 씨! 잠깜만!

 내일 시간 있어요?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저녁 때 내가 카페로 갈게요."





"우리한테... 할 얘기가 남아 있어요?"





"잠깐이면 돼요."





"알겠어요.

 그럼 내일 봐요."





다음 날 저녁,

지성 씨가 퇴근하고

나는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훈지 씨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카페 앞에 도착했어요.]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그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앉아요. 커피로...줄까요?"





"네..."





나는 그의 앞에 커피 한 잔을 내려놓았다.




"저녁이라 디카페인이에요."





"고마워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아 씨.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영어 수업을 다시 해 줄 수는 없을까요?"





"..."





"아직 나를 보기가 밉고 싫은 게 아니라면..."





"훈지 씨가 정답을 이미 알고 있네요.

 말이 안 된다는 거.

 회사에 이야기하면 좋은 선생님 붙여 줄텐데

 왜 굳이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거에요?"





"훈지 씨 여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백업 같은 걸로 옆에 두고 있으려고 그래요?"





"아니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그럼 뭔데요?

 내가 태형 씨랑 헤어졌다니까

 이제 다시 나를 옆에 두고 싶은 거에요?"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의 목소리가

카페 안에 울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계속 보고 싶어서 그래요.

 됐어요?!!"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어요." <45화 중에서>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