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72화. 세모네모해


카페에 도착해 보니

이미 문이 열려 있었다.




순간,

어제 문을 잠그고 가는 걸 깜빡했나 싶어

놀란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지성 씨가 먼저 와 있었다.




"지성 씨.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에요?

 나는 어제 내가 문을 안 잠그고 간 줄 알고

얼마나 식겁했다구요."





"아...네..."


지성 시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손님들이 오기 전에

 미리 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나를요? 무슨 일로요?"





지성 씨는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미겔이 사장님께 털어놓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요?"






"저... 일 그만 둬야 하나요?"




나는 지성 씨를 끌어당겨 의자에 앉혔다.





"지성 씨. 무슨 말이에요 그게?

 왜 지성 씨가 일을 그만 둬요?"






"불편해 하실 수도 있어서요."






"전혀요.

 내가 왜 불편해요?

 지성 씨는 내가 훈지 씨랑 연애하는 거

 불편해요?"





지성 씨는 당황해 하며 대답했다.





"네? 아니요."






"똑같은 건데,

내가 왜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성 씨는 고개를 숙였다.





"지성 씨.

 우리는 다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살아가는 건데

 앞으로도 그 일 가지고 주눅들거나

 자신감을 잃거나 하지 말아요."





나는 일어서다 잠시 멈췄다.





"나는 지성 씨가 다른 카페에 스카웃 되었나

 하고 깜짝 놀랐잖아요!

 나 지성 씨 없으면

 이 카페 운영 못 하는 거 알면서,

 나를 이렇게 겁주다니..."





지성 씨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나저나 미겔 스페인으로 가면

 어떡해요?

 보통 장거리여야 말이죠."





"영상통화도 있고 하니까요."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며서

지성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성 씨 미모 보고 우리 카페 오는

 아가씨들만 불쌍하게 됐네...ㅎ"






"에이...무슨요..."






"진짜에요. 지성 씨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여자 손님들도 있었어요."





지성 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





나는 지성 씨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각자 사랑하는 상대를

누군가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건 어떤 면에서는 조금 쓸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나는 지성 씨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바쁜 점심 때가 지나고 있었다.





"지성 씨.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해요.

 미겔 스페인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지성 씨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제 일은 해야죠."





"오늘은 괜찮아요.

 급하게 할 번역 일도 없고

 내가 혼자 해 볼게요."




지성 씨는 한참 망설이다

미안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재미있는 시간 보내요."





나는 지성 씨를 보내고 나서

훈지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웬일로 한 번에 전화를 받았다.





"훈지 씨.

 오늘 자동차 극장 가기로 한 날인 거

 잊지 않았죠?

 아침에 애기해 주려고 했는데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나갔더라구요."






"응. 잊지 않았죠 당연히!!"





"늦어도 10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니까

 가는 시간 감안해서 9시까지 올 수 있겠어요?"






"그 때까지 갈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따 봐요."






"네. 훈지 씨!

 세모네모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사랑해요 하면 다른 사람들이 듣잖아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낸 거에요.

 일종의 암호 같은 거죠."






"푸하하... 알았어요. 세모네모!!"






"빠이염."





9시가 거의 다 되어가자

훈지 씨에게 주차장으로 내려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미리 챙겨 놓은 간식 꾸러미를

가지고 내려갔다.






조수석 문을 열어 주던 그는

내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고

 찍으러 가는 거에요?

 한 며칠 밤샘 촬영이라도 가는 거에요?






"그냥 조금씩 준비한 거에요.ㅎ

 빨리 출발해요!!"





1시간이 조금 못 되게 달려

드디어 자동차 극장에 도착했다.






"암살자들은 봤다고 해서

 타짜로 예매했어요."






"응. 잘 했어요.

 그런데 정아 씨는 왜...

 내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 얘기는

 잘 안 해요?"





"나 말고도 주위에

 다 평가하는 사람들밖에 없을텐데....

 나까지 얘기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칭찬 말고 좀더 객관적으로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요"





"내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봐요.ㅎ

 그리고...

 대부분 여자 상대역이 있어서

 잘 안 보기도 해요."





"진짜?"






"연기인 거 알면서도 짜증나서

 못 보겠어요.

 보다가 꺼버린 적이 많아요."






"아니... 연기인 거 알면서도?"





"아는데!!!

 그런데도 싫다니까요."






"우와... 나보다 더 심각하네."






"어!! 시작한다!!

 타짜는 1편이 최고인데...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오~~ 성대모사 좀 되는데요!"





곧 영화가 시작되고

나는 다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아니... 있잖아요.

 저 친구가 좀 이따가..."





"뭐야 내용을 알아요?"





"나 이거 봤어요.

 친구랑 극장에서..."




훈지 씨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런데 왜 이거 보자고 했어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훈지 씨가 못 봤으니까요."





"나 때문에 또 보는 거에요?"





"나는 두 번 봐도 재미있고.

 훈지 씨랑 같이 보는 건 더 재미있고."




훈지 씨가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내 볼로 갖다 대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볼 꼬집으면 두 배로 갚아줄거야!"




훈지 씨는 내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 스포 좀 해도 돼요?"





"그건 안 되죠."





"아... 차에 마스크 없나?"





나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내 입을 막아야 돼."





훈지 씨는 이런 나를 보더니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세모네모해"






"둘이 계속 만나고 있었던 거야?" <73화 중에서>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