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72화. 세모네모해

sophie97
2026.09.28瀏覽數 60
카페에 도착해 보니
이미 문이 열려 있었다.
순간,
어제 문을 잠그고 가는 걸 깜빡했나 싶어
놀란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지성 씨가 먼저 와 있었다.
"지성 씨.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에요?
나는 어제 내가 문을 안 잠그고 간 줄 알고
얼마나 식겁했다구요."
"아...네..."
지성 시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손님들이 오기 전에
미리 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나를요? 무슨 일로요?"
지성 씨는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미겔이 사장님께 털어놓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요?"
"저... 일 그만 둬야 하나요?"
나는 지성 씨를 끌어당겨 의자에 앉혔다.
"지성 씨. 무슨 말이에요 그게?
왜 지성 씨가 일을 그만 둬요?"
"불편해 하실 수도 있어서요."
"전혀요.
내가 왜 불편해요?
지성 씨는 내가 훈지 씨랑 연애하는 거
불편해요?"
지성 씨는 당황해 하며 대답했다.
"네? 아니요."
"똑같은 건데,
내가 왜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성 씨는 고개를 숙였다.
"지성 씨.
우리는 다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살아가는 건데
앞으로도 그 일 가지고 주눅들거나
자신감을 잃거나 하지 말아요."
나는 일어서다 잠시 멈췄다.
"나는 지성 씨가 다른 카페에 스카웃 되었나
하고 깜짝 놀랐잖아요!
나 지성 씨 없으면
이 카페 운영 못 하는 거 알면서,
나를 이렇게 겁주다니..."
지성 씨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나저나 미겔 스페인으로 가면
어떡해요?
보통 장거리여야 말이죠."
"영상통화도 있고 하니까요."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며서
지성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성 씨 미모 보고 우리 카페 오는
아가씨들만 불쌍하게 됐네...ㅎ"
"에이...무슨요..."
"진짜에요. 지성 씨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여자 손님들도 있었어요."
지성 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
나는 지성 씨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각자 사랑하는 상대를
누군가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건 어떤 면에서는 조금 쓸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나는 지성 씨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바쁜 점심 때가 지나고 있었다.
"지성 씨.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해요.
미겔 스페인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지성 씨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제 일은 해야죠."
"오늘은 괜찮아요.
급하게 할 번역 일도 없고
내가 혼자 해 볼게요."
지성 씨는 한참 망설이다
미안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재미있는 시간 보내요."
나는 지성 씨를 보내고 나서
훈지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웬일로 한 번에 전화를 받았다.
"훈지 씨.
오늘 자동차 극장 가기로 한 날인 거
잊지 않았죠?
아침에 애기해 주려고 했는데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나갔더라구요."
"응. 잊지 않았죠 당연히!!"
"늦어도 10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니까
가는 시간 감안해서 9시까지 올 수 있겠어요?"
"그 때까지 갈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따 봐요."
"네. 훈지 씨!
세모네모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사랑해요 하면 다른 사람들이 듣잖아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낸 거에요.
일종의 암호 같은 거죠."
"푸하하... 알았어요. 세모네모!!"
"빠이염."
9시가 거의 다 되어가자
훈지 씨에게 주차장으로 내려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미리 챙겨 놓은 간식 꾸러미를
가지고 내려갔다.
조수석 문을 열어 주던 그는
내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고
찍으러 가는 거에요?
한 며칠 밤샘 촬영이라도 가는 거에요?
"그냥 조금씩 준비한 거에요.ㅎ
빨리 출발해요!!"
1시간이 조금 못 되게 달려
드디어 자동차 극장에 도착했다.
"암살자들은 봤다고 해서
타짜로 예매했어요."
"응. 잘 했어요.
그런데 정아 씨는 왜...
내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 얘기는
잘 안 해요?"
"나 말고도 주위에
다 평가하는 사람들밖에 없을텐데....
나까지 얘기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칭찬 말고 좀더 객관적으로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요"
"내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봐요.ㅎ
그리고...
대부분 여자 상대역이 있어서
잘 안 보기도 해요."
"진짜?"
"연기인 거 알면서도 짜증나서
못 보겠어요.
보다가 꺼버린 적이 많아요."
"아니... 연기인 거 알면서도?"
"아는데!!!
그런데도 싫다니까요."
"우와... 나보다 더 심각하네."
"어!! 시작한다!!
타짜는 1편이 최고인데...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오~~ 성대모사 좀 되는데요!"
곧 영화가 시작되고
나는 다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아니... 있잖아요.
저 친구가 좀 이따가..."
"뭐야 내용을 알아요?"
"나 이거 봤어요.
친구랑 극장에서..."
훈지 씨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런데 왜 이거 보자고 했어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훈지 씨가 못 봤으니까요."
"나 때문에 또 보는 거에요?"
"나는 두 번 봐도 재미있고.
훈지 씨랑 같이 보는 건 더 재미있고."
훈지 씨가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내 볼로 갖다 대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볼 꼬집으면 두 배로 갚아줄거야!"
훈지 씨는 내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 스포 좀 해도 돼요?"
"그건 안 되죠."
"아... 차에 마스크 없나?"
나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내 입을 막아야 돼."
훈지 씨는 이런 나를 보더니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세모네모해"
"둘이 계속 만나고 있었던 거야?" <7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