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ôi gặp lại bạn trai cũ ở cùng một sân khấu phải không?
미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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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o-jung
[GL 하렘] 일곱 번째 밤


10:03 AM
[2020년 3월 10일 화요일, 여자친구 제2아지트 2층 손님방]

낯선 천장이 보였다.

혜정은 한동안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했다.


희미한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침대 옆에는 물병과 진통제, 새 수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혜정은 무릎에서 올라오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혜정
아......

붕대를 감은 손목과 무릎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전날 밤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폐호텔.

검은 장부.

자신을 붙잡았던 남자.

아지트를 습격한 침입자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준 소정.

혜정은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낯선 주택가가 펼쳐져 있었다.

혜정은 책상 위에서 자신의 가방을 발견했다.

지갑과 소지품은 그대로였지만 휴대전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혜정
휴대전화......


방문을 열자 조용한 복도가 나타났다.

어젯밤처럼 총성과 경보음이 들리지는 않았다.

대신 아래층에서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와 낮은 대화가 들려왔다.


혜정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

10:12 AM
[제2아지트 1층 거실과 주방]

거실 소파에는 예린이 담요를 덮은 채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큰은비는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열어둔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작은비는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유나는 주방에서 냄비를 천천히 젓고 있었다.

혜정이 내려오는 소리를 들은 유나가 고개를 들었다.


최유나
일어났어?


이혜정
네.


이혜정
안녕히 주무셨어요?

유나는 잠든 멤버들을 돌아보며 작게 웃었다.


최유나
다들 잔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정신없어.

소파 반대편에 앉아 있던 소정이 서류에서 시선을 들었다.

소정은 옷만 편한 검은색 티셔츠로 갈아입었을 뿐, 여전히 잠을 자지 않은 듯 보였다.


김소정
몸은 어때?


이혜정
괜찮......

혜정은 말을 멈췄다.

전날 멤버들이 괜찮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혜정
손목은 괜찮고요.


이혜정
무릎은 조금 아파요.

소정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정
잘했어.


이혜정
뭘요?


김소정
아프다고 말한 거.

소정은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김소정
앉아.


김소정
예원이 깨면 다시 봐달라고 할게.

혜정은 식탁에 앉다가 엎드려 자고 있는 큰은비를 바라봤다.

노트북 화면에는 복잡한 숫자와 지도들이 떠 있었다.


이혜정
큰은비 언니는 여기서 주무신 거에요?


최유나
보안망 다시 만든다고 조금 전까지 일했어.

유나는 큰은비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 순간 큰은비가 눈을 뜨며 벌떡 일어났다.


정은비
누가 들어왔어?


최유나
아무도 안 들어왔어.


정은비
몇 시야?


최유나
10시 조금 넘었어.


정은비
나 두 시간도 못 잤어......

큰은비는 다시 식탁에 이마를 대려고 했다.

유나가 큰은비의 이마 앞에 손바닥을 내밀어 막았다.


최유나
먹고 자.


정은비
나중에 먹을래.


최유나
나중에 먹는다고 하고 맨날 안 먹잖아.


정은비
유나야, 나 지금 눈도 제대로 안 떠져.


최유나
그러니까 죽 먹고 올라가서 제대로 자.

그 소리에 소파에서 자고 있던 예린이 눈을 떴다.


정예린
죽 있어?


최유나
네, 언니.


정예린
나도 줘.

예린이 담요를 걷으며 일어나자 작은비도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황은비
다들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정은비
작은비야, 너도 일어났네?


황은비
큰은비 언니 목소리 때문에 깼어요.


정은비
난 작게 말했는데?


황은비
언니는 속삭여도 커요.

큰은비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혜정은 평범하게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긴장했던 어깨를 조금 내렸다.

*

10:31 AM
[제2아지트 주방 식탁]


식탁에는 따뜻한 흰죽과 달걀말이, 김이 놓였다.

예원은 뒤늦게 잠에서 깨어 내려오자마자 혜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김예원
잘 잤어?


이혜정
네.


이혜정
예원 언니는요?


김예원
나도 잘 잤어.

작은비가 옆에서 예원을 바라봤다.


황은비
두 시간 잤잖아.


김예원
두 시간도 잔 거야.


이혜정
혹시 저 때문에 다들 못 주무신 거에요?

작은비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황은비
또 미안하다고 하려고?


이혜정
아니요.


이혜정
그래도 제가 안 왔으면......


김소정
혜정아.

소정이 낮게 이름을 부르자 혜정이 입을 다물었다.


김소정
어제 습격은 네가 아니라 장부 때문이야.


이혜정
하지만 제가 그 장부를 가져왔잖아요.


김소정
네가 안 가져왔으면 백야가 다시 회수했겠지.

예린은 죽을 한 숟가락 먹은 뒤 혜정을 바라봤다.


정예린
그리고 우리 원래 백야랑 사이 안 좋아.


정은비
사이가 안 좋은 정도가 아닌데요.


정예린
혜정이 겁먹잖아.


정은비
이미 집까지 습격당했는데 뭘 숨겨요.

큰은비는 혜정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정은비
정확히 말하면 백야는 최근 몇 달 동안 우리 사업장을 계속 건드렸어.


정은비
어제 일은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야.


이혜정
그럼 그 장부를 원래 찾고 계셨던 거에요?

유나가 대답했다.


최유나
장부가 존재한다는 건 몰랐어.


최유나
다만 우리 계좌를 이상하게 거쳐 간 돈이 있어서 그 출처를 추적하고 있었지.


이혜정
백야가 언니들 몰래 돈을 보낸 거에요?


최유나
응.


최유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것 같아.

혜정은 숟가락을 내려다봤다.


이혜정
그럼 그 장부가 증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유나의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최유나
왜 그렇게 생각했어?


이혜정
몰래 자금세탁을 했다면 어느 계좌에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갔는지 기록이 있을 테니까요.


이혜정
날짜랑 금액을 비교하면 언니들 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잠시 식탁이 조용해졌다.

큰은비와 유나가 서로를 바라봤다.


정은비
혜정아, 너 회계 알아?


이혜정
조금요.


이혜정
회계 사무직으로 취업하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어요.


황은비
조금 아는 사람이 보자마자 자금 흐름을 생각해?

혜정은 작은비의 날카로운 시선에 굳었다.


이혜정
그냥......


이혜정
제가 배운 내용이 생각나서요.


황은비
우연히 거래를 목격했고, 우연히 장부를 주웠고, 마침 회계를 공부한다?


김예원
작은비야.


황은비
이상하잖아.


김예원
그래도 밥 먹는 중이야.


황은비
밥 먹는다고 궁금한 게 없어지진 않잖아.

소정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김소정
작은비야, 그만해.

작은비는 소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황은비
죄송해요.

혜정은 애써 죽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작은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모든 우연이 너무 절묘했다.

*

11:17 AM
[제2아지트 임시 통제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큰은비는 혜정의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전원을 연결하자 꺼져 있던 화면이 켜졌다.


이혜정
이제 집에 연락할 수 있어요?


정은비
잠깐만.


정은비
먼저 이상한 게 없는지 확인해야 해.

큰은비는 휴대전화를 노트북과 연결했다.

혜정은 의자 앞에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이혜정
사진이나 메시지도 다 보이는 거에요?


정은비
개인적인 건 안 볼게.


정은비
설치 기록이랑 통신 내역만 확인할 거야.


이혜정
네.

예원은 혜정의 손목 붕대를 풀고 상처를 확인했다.


김예원
많이 붓지는 않았네.


이혜정
작은비 언니 손은 괜찮아요?


김예원
응.


김예원
상처 얕아.


큰은비가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정은비
잠깐.

유나가 큰은비의 뒤로 다가왔다.


최유나
왜?


정은비
이거 봐.

화면에는 혜정도 알아볼 수 없는 파일 이름들이 이어져 있었다.

큰은비는 그중 하나를 확대했다.


정은비
위치 정보에 접근하는 숨김 프로그램이 있어.

혜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혜정
제 위치를 추적한다는 거에요?


정은비
응.


정은비
화면에는 안 보이게 숨겨져 있고, 휴대전화가 켜질 때마다 위치를 외부로 전송해.


김예원
그럼 어제 제1아지트도 혜정이 휴대전화 때문에 들킨 거에요?

큰은비는 고개를 저었다.


정은비
아니.


정은비
어제 혜정이 휴대전화는 전원이 완전히 꺼져 있었어.


정은비
마지막 전송 시각은 오후 8시 46분이야.


이혜정
그때는 카페에 있었어요.

유나는 화면에 나타난 기록을 살폈다.


최유나
언제 설치된 거야?


정은비
3월 6일 금요일, 오후 4시 12분.

혜정은 기억을 더듬었다.


이혜정
3월 6일이면......


이혜정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정은비
그날 새로운 앱 설치한 거 있어?


이혜정
잘 모르겠어요.

큰은비가 설치 목록을 열었다.


평범한 지도와 메신저, 음악 앱 사이에 이름 없는 회색 아이콘 하나가 있었다.


정은비
이거 본 적 있어?

혜정은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혜정
아......


김예원
생각났어?


이혜정
카페 테이블에 무료 음료 쿠폰 QR 코드가 있었어요.


이혜정
손님들이 쓰는 건 줄 알고 저도 찍었는데, 쿠폰을 받으려면 앱을 설치해야 한다고 해서......


정은비
그 앱이 이거야.

혜정은 입을 틀어막았다.


이혜정
그럼 그때부터 누가 제 위치를 보고 있었던 거에요?

큰은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유나는 혜정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최유나
아직 누가 설치한 건지는 몰라.


이혜정
백야가 한 걸까요?


정은비
전송 주소를 추적해봐야 해.

큰은비는 프로그램을 복사한 뒤 휴대전화의 통신 기능을 차단했다.


정은비
이 휴대전화로는 바로 연락하면 안 돼.


이혜정
엄마가 걱정하실 텐데요.

혜정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예원이 혜정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김예원
다른 전화로 연락하면 돼.


정은비
위치를 알 수 없게 인터넷 전화로 연결해줄게.


정은비
대신 어디에 있는지는 말하면 안 돼.


이혜정
네.

*

11:46 AM
[제2아지트 작은 서재]

소정은 서재 문을 닫은 뒤 혜정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화면에는 발신 번호가 표시되지 않았다.


김소정
평소처럼 말해.


김소정
친구 집에서 잤다고 해도 되고.


이혜정
거짓말해야 해요?


김소정
지금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야.

혜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받았다.


이혜정
엄마, 저에요.

수화기 너머에서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혜정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혜정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서 연락 못 했어요.


이혜정
어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친구 집에서 잤어요.

혜정은 소정을 힐끗 바라봤다.

소정은 아무 말 없이 창가에 서 있었다.


이혜정
네.


이혜정
괜찮아요.


이혜정
오늘은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혜정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혜정
죄송해요.


이혜정
걱정하게 해서......


이혜정
네.


이혜정
밥도 먹었어요.

전화를 끊은 혜정은 한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이혜정
엄마한테 거짓말한 적 거의 없는데.


김소정
미안해.


이혜정
소정 언니가 왜 미안해요.


김소정
널 여기 붙잡아두고 있으니까.


혜정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혜정
저를 보내주면 위험해지는 거죠?


김소정
응.


이혜정
그럼 언제까지 있어야 해요?


김소정
오늘 안에 네 신원하고 추적 프로그램부터 확인할 거야.


김소정
그다음에 결정할게.

혜정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혜정
저를 의심하세요?

소정은 바로 부정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혜정은 답을 알아차렸다.


이혜정
작은비 언니 말처럼 저도 이상해 보이는 거죠?


김소정
보스로서는 확인해야 해.


이혜정
김소정 개인으로서는요?

소정의 눈이 혜정에게 향했다.

혜정은 질문을 해놓고 자신도 놀란 듯 시선을 내렸다.

소정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김소정
널 믿고 싶어.

혜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김소정
하지만 믿고 싶은 것과 믿어도 되는 건 다르니까.


이혜정
제가 뭘 하면 믿어주실 수 있어요?


김소정
거짓말하지 마.


이혜정
저 거짓말 안 했어요.


김소정
그럼 그것만으로 충분해.

*

12:18 PM
[제2아지트 거실]

혜정은 긴 소파 한가운데 앉았다.

맞은편에는 소정과 예린이 앉았고, 큰은비와 유나는 노트북을 펼쳐놓았다.

작은비와 예원은 옆쪽 의자에 자리했다.

분위기는 아침 식사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김소정
몇 가지만 물어볼게.


이혜정
네.


김소정
백야라는 이름을 어제 처음 들었어?


이혜정
네.


김소정
폐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누가 따라오는 것 같다는 느낌은 없었고?

혜정은 잠시 생각했다.


이혜정
없었던 것 같아요.

작은비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황은비
같은 차가 계속 보였다거나, 이상한 사람이 카페에 왔다거나.


이혜정
손님이 많아서 잘 모르겠어요.


황은비
그럼 금요일에 QR 코드를 누가 놔뒀는지는?


이혜정
제가 출근했을 때 이미 테이블에 있었어요.


정은비
카페 CCTV 확인하면 알 수 있겠다.


이혜정
점장님께 피해가 가는 건 아니죠?

작은비가 어이없다는 듯 혜정을 봤다.


황은비
지금 네 휴대전화에 추적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점장 걱정부터 해?


이혜정
저 때문에 가게가 위험해지면 안 되잖아요.


황은비
왜 뭐든 네 탓이라고 생각해?

혜정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작은비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이었다.


황은비
네가 프로그램 만든 것도 아니고, QR 코드를 둔 것도 아니잖아.


이혜정
그래도 제가 눌렀으니까......


황은비
그건 네가 속은 거지, 네 잘못이 아니야.

예원은 작은비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김예원
말 부드럽게 잘하네.

작은비가 예원을 노려봤다.


황은비
지금 장난할 때 아니야.

예린이 분위기를 바꾸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정예린
혜정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이혜정
네, 예린 언니.


정예린
어제 장부를 왜 주웠어?

혜정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혜정
잘 모르겠어요.


정예린
돈이나 다른 물건도 떨어져 있었잖아.


이혜정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혜정은 기억을 더듬었다.


이혜정
검은 수첩을 밟고 넘어졌어요.


이혜정
뒤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었고, 그냥 제 앞에 있던 걸 잡은 것 같아요.


황은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혜정
네.


김소정
알았어.

소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소정
오늘 질문은 여기까지야.

작은비가 소정을 바라봤다.


황은비
소정 언니, 이대로 끝내게요?


김소정
혜정이 신원 확인 결과 나올 때까지 더 물어봐도 같은 대답만 나와.

작은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

01:34 PM
[제2아지트 거실]


큰은비는 휴대전화 추적 프로그램의 전송 주소를 확인하고 있었다.

혜정은 소파에서 예원이 깎아준 사과를 조금씩 먹었다.


정은비
찾았다.

유나가 큰은비의 화면을 들여다봤다.


최유나
어디야?



정은비
해외 서버를 여러 번 거쳐서 정확한 위치는 숨겼는데, 마지막 연결 지점이 서울이야.


황은비
백야에요?


정은비
아직 단정은 못 해.

큰은비는 또 다른 창을 열었다.


정은비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어.


김예원
뭔데요, 언니?


정은비
이 추적 프로그램은 혜정이한테만 설치된 게 아니야.

모두의 시선이 큰은비에게 향했다.


정은비
같은 서버로 연결된 기기가 적어도 스물세 대 있어.


이혜정
그럼 다른 사람들도 그 QR 코드를 찍은 거에요?


정은비
아마도.


최유나
모두 같은 카페 손님일 가능성은?


정은비
확인해봐야 해.

작은비가 혜정을 바라봤다.

조금 전보다 의심은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눈빛이었다.


황은비
백야가 그 호텔 주변 사람들을 무작위로 추적하고 있었던 걸 수도 있겠네요.


최유나
거래를 목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미리 감시한 건가?

혜정은 사과를 내려놓았다.


이혜정
그러면 저 말고도 위험한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요.

큰은비는 대답하지 못했다.

거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02:07 PM
[제2아지트 2층 복도]

혜정은 낮잠을 자라는 말을 듣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방 앞에서 작은비가 창가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혜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가갔다.


이혜정
작은비 언니.


황은비
왜?


이혜정
저 아직도 의심하시죠?

작은비는 창밖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


황은비
응.

솔직한 대답에 혜정은 고개를 숙였다.


황은비
기분 나빠?


이혜정
조금 속상하긴 하지만 이해해요.


황은비
뭘 이해해.


이혜정
언니들은 서로 오래 알고 지내셨는데 저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잖아요.


이혜정
저 때문에 아지트도 잃으셨고요.

작은비는 혜정을 바라봤다.


황은비
아지트 잃은 건 네 탓 아니라고 했잖아.


이혜정
그래도......


황은비
그리고 내가 널 의심하는 건 싫어서가 아니야.


이혜정
네?

작은비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황은비
내가 의심 안 했다가 언니들이 다치면 안 되니까.


이혜정
그럼 저를 지키려고 의심하는 거에요?


황은비
어떻게 들으면 그렇게 돼?

혜정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생겼다.

작은비는 시선을 피했다.


황은비
가서 자.


황은비
얼굴 완전 피곤해 보여.


이혜정
작은비 언니도 주무세요.


황은비
나도 잘 거야.

혜정이 방문을 열다가 다시 돌아봤다.


이혜정
언젠가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작은비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혜정이 방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황은비
네가 거짓말 안 한 거면 그렇게 되겠지.

*

02:31 PM
[제2아지트 임시 통제실]

혜정이 방으로 올라간 뒤, 소정은 큰은비가 정리한 신원 자료를 확인했다.


정은비
이혜정.


정은비
2001년생.


정은비
가족관계, 학교 기록, 카페 근무 이력까지 확인했어요.


정예린
문제 있는 건?


정은비
없어요.


정은비
백야나 다른 조직과 연결된 기록도 없고요.


정은비
정말 평범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이에요.

유나는 검은 장부를 펼쳤다.


최유나
평범한 사람이 우연히 이걸 주운 거네.


정예린
그런데 장부에는 왜 일곱 번째 사람 이야기가 적힌 걸까?

큰은비가 마지막 장을 확대 촬영한 화면을 띄웠다.


'장부를 읽을 수 있는 일곱 번째 사람이 열쇠다.'

소정은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정은비
혜정이가 회계를 공부한다는 것도 우연일까요?


정예린
우연이 너무 많긴 하네.

유나는 장부 첫 장의 숫자를 손끝으로 짚었다.


최유나
하지만 이 아이가 처음부터 장부를 노렸다면 자신의 신원을 이렇게 쉽게 드러내지는 않았을 거에요.


정은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예린이 소정을 바라봤다.


정예린
소정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정은 장부를 천천히 덮었다.


김소정
혜정이 말은 사실이야.


정예린
믿으시는 거에요?


김소정
지금까지는.

소정은 2층 천장을 올려다봤다.

위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김소정
그런데 평범한 아이가 왜 장부의 열쇠가 됐는지는 알아내야 해.

그 순간 큰은비의 노트북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삐-.

큰은비는 곧바로 화면을 확인했다.


정은비
잠깐만요.


최유나
무슨 일이야?

큰은비의 표정이 굳었다.


정은비
혜정이 휴대전화의 추적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명령이 들어왔어요.


정예린
휴대전화 통신은 막아놨잖아.


정은비
그래서 실행은 안 됐어요.


정은비
그런데 명령 내용이......

큰은비가 화면을 돌려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다.

검은 창 위에 짧은 문장이 떠 있었다.

'목격자 확인 완료. 이혜정을 회수하라.'

소정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백야는 혜정의 이름을 몰랐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혜정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소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향했다.


정예린
소정 언니, 어디 가세요?


김소정
혜정이 방.


정예린
왜요?

소정은 계단 앞에서 멈춰 섰다.


김소정
이제부터 저 아이는 잠깐도 혼자 두면 안 돼.

3. 낯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