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ò chơi sinh tử

2. Bánh mì

"올라오라고 하지요."

내 뒤의 이여진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가느다란 팔로 나를 옥죄며 소리를 지른다.

"안 돼, 언니! 안 돼! 가면 안 돼! 이여주 가지마!

이여주

"이거 놔."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일부러 거친 말투로 말한다.

울고 싶지 않다.

누군가 이여진을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진다.

아까 날 붙잡아 준 경계아이다.

경계아이가 나보고 올라가라고 한다.

그 아이는 내 사정을 안다.

5년 전 아빠가 탄광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궂은 일은 해보지 않은 엄마와 어린 동생, 이여진을 내가 먹여 살렸다.

금진된 구역인 숲에 들어가 사냥을 하고 호브에 팔며 먹여살렸다.

경계아이와 나는 숲에서 같이 사냥을 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서 서로의 상황을 잘 안다.

그 아이가 이여진을 엄마 쪽으로 데려간다.

난 마음을 굳게 먹고 계단을 올라간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브라보! 이런 게 바로 헝거 게임의 정신이죠!"

에피 트링켓의 목소리가 튀어 오른다.

자기가 맡은 구역에서 드디어 재밌는 일이 일어나 기쁜 모양이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이름이 뭔가요?"

난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한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게

이여주

"이여주입니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뽑힌 사람이 동생이었나 보군요. 동생에게 영광을 빼앗기기 싫었던 거죠? 여러분! 새로운 조공인에게 크게 박수 한 번 쳐 줍시다!"

에피 트링켓이 짹짹거렸지만 단 한 명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

내기에 돈을 건 사람들, 이제는 헝거게임에 더 이상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박수 치지 않는다.

아마 그들은 모두가 호브에서 날 만났거나, 아빠를 알던 사람들이거나, 누구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내 동생 이여진을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외치는 침묵.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침묵.

이 모든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외치는 침묵.

내가 이여진을 대신하고 나선 이후 분위기가 바뀌어, 지금은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 마침내 모든 관중이 왼손 둘째와 셋째, 넷째 손거락에 입을 맞춘 뒤 나를 향해 들어 보인다.

가끔 장례식장에서 보이는 동작.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동작이다.

고맙다, 너에게 감탄했다는 뜻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하는 동작이다.

눈물이 터져나오기 직전

우승자의 자리에 앉아있던 술 취한 헤이미치가 비틀비틀 걸어나오며 내게 축사를 해 주러 온다.

헤이미치

"이 여자애 좀 보게. 얘 좀 봐!"

고함을 지르며 팔을 내 어깨에 두른다.

꼬락서니에 비해 힘이 세다.

헤이미치

"마음에 들어!"

헤이미치

"아주... 용감해!"

술 냄새가 진동한다. 목욕한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헤이미치

"너보다 훨씬!"

날 놔두고 헤이미치가 카메라에 삿대질 하며 고래고래 외친다.

헤이미치

"너보다 훨씬!"

누구에게 한 말일까?

관객? 캐피톨?

그가 다음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무대 아래로 떨어져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진실은 모르게 됐다.

난 카메라가 그를 향해 있는 틈을 타 목에 걸린 작은 한숨을 토해 내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헤이미치가 들것에 실려가고 에피 트링켓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외친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신나는 날이로군요!"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하지만 신나는 일이 아직 남았죠! 남자 조공인을 뽑을 시간이에요!"

에피 트링켓이 남자들의 이름이 든 유리공 안에 손을 넣는다

제일 먼저 손에 잡힌 쪽지를 집어 들고 단상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호명한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박지민."

박지민!

이여주

'안돼, 그 애만은 안돼'

내가 아는 이름이다

비록 직접 그 아이와 말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박지민.

오늘, 확률의 신은 나의 편이 아니다.

그가 무대로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본다.

중간 정도 키에 자잘한 근육이 옷 사이로 존재감을 내뿜는다.

호명된 순간의 충격을 억누르려는 노력이 얼굴에 보인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내가 사냥할 때 동물들의 눈에서 숱하게 봤던 공포가 어려 있다.

그래도 그는 똑바른 걸음으로 무대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선다.

에피 트링켓이 자원자가 없냐고 물어보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그에게 형이 2명이 있다는 것을 난 빵집에서 봐서 알고있다.

1명은 나이가 많아 자원하지 못하고, 한명은 자원할 수 있지만 안하는 것이리라.

대부분 이렇다. 동생을 위해 자원한 내가 유별난 것이다.

박지민. 그 아이와는 딱 한 번 있었던 그일은 벌써 여러해 전이다.

그는 아마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못하겠지...

그때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누구의 기억에 있는 겨울보다도 추운 그해의 1월 혹독한 겨울.

아빠가 탄광에서 사고로 돌아가셨다

구역 정부에서는 아빠의 죽음에 대한 보상금을 약간 지급했다.

1달 정도 먹고 살 만큼의 돈이었다.

한달 내에 엄마가 직장을 구해 생계를 유지하라는 뜻이었다.

엄마는 영혼이 나간듯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먼 곳을 바라볼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 일어나서는 쓰러지곤 했다.

아빠 뿐만 아니라 엄마까지도 잃을까봐 아둥바둥했다.

곤경에 처한 우리의 상황을 들키면 구역 정부에서는 우리를 보육원으로 데려갈 것이었다.

누군가 화가나 손찌검한 얼굴들, 절망감으로 굽은 어깨.

보육원은 벌레를 짜부라트리듯 이여진을 부숴버릴 것이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우리 사정을 비밀로 해야만 했다.

하지만 돈이 떨어져 우린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난 5월까지만, 5월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 되뇌었다.

내 이름을 집어넣는 대가로 배급표를 받아 소중한 곡식과 기름을 얻어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지만 5월이 되려면 몇주가 남았고 우린 그 전에 모두 죽어버릴것이다.

박지민을 마주쳤던 그 날 오후엔 얼음처럼 차디찬 비가 냉혹하게 퍼붓고 있었다.

이여진이 입었던 너덜너덜한 아기 옷을 시내에 가지고 나가 시장에서 식량과 교한하려 해 봤지만 아무도 그 옷을 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흘 내내 먹은것이라곤 찬장 구석에 있던 말린 민트 이파리를 넣고 끓인 물뿐이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바람에 들고 있던 아기 옷 뭉치를 진흙탕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고개를 숙이면 쓰러질것 같아 주울 수가 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원하지도 않았고.

집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와 동생이 죽을것 같은 눈동자를 하고있는 집으로는 못 들어간다.

정신을 차리니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 가는 가게들의 뒷골목에 있는 진창길을 걷고 있었고

빵집을 지나가자 풍겨오는 갓 구운 빵 냄새에 압도당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열린 부엌문을 통해 황금빛 불빛이 흘러나왔고 따스한 온기와 달콤한 향기에 넋을 잃고 난 그자리에 홀린 듯 서있었다.

차가운 손가락 처럼 내 등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때문에 난 정신을 차렸다.

난 빵집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봤지만 얼룩하나 없이 무정할 정도로 깨끗했다.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빵집 아줌마가 어서 사라지지 않으면 평화유지군을 불러 잡아가게 할 거라고 내게 을러대고있었다

험악한 말에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조심스레 뚜껑을 다시 덮고 물러서는데 그 아이를 봤다.

시내에 사는 아이들끼리만 어울리는 아이다.

집에 가져갈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릎이 저절로 힘없이 구부러져 나는 나무뿌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너무나 병들고 약하고 지쳤어 그냥 보육원에 데려가던지 아니면 빗속에서 지금 당장 죽고싶었다

빵집에서 덜그럭 소리가 나더니 아까 그 아줌마가 다시 뭔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철썩 때리는 소리가 나가에 무슨 일일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어 누군가 진흙을 튀기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줌마가 나를 쫓아내려고 오는구나 싶었지만 그아이였다

품에 커다란 빵을 두 덩어리 안고 있었다.

빵 껍질이 검게 그을린 것을 보니 불에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아이의 엄마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돼지한테나 먹여. 이 바보같은 것아! 그게 낫지 교양있는 손님들이 불에 탄 빵을 사겠니!"

아이는 빵에서 탄 부분을 뜯어내 여물통에 버렸다.

아줌마는 손님을 맞으러 안쪽으로 들어갔고, 아이는 엄마가 보고있는지 확인하듯 빵집 쪽을 한번 흘끗 보더니 다시 돼지우리 쪽으로 몸을 돌리고서 내 쪽으로 빵하나를 던졌다

이어 두번째 빵도 마저 던진 아이는 뛰어서 빵집으로 돌아가 부엌문을 꼭 닫고 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동생과 빵 한덩어리를 조금씩 조금씩 잘라 먹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난 그 아이가 일부러 빵을 태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혼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빵을 불 속에 떨어트려 내게 갖다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지금 이순간 까지도 난 그 아이, 박지민을 잊을 수 없다.

학교에서 몇번 마주쳤지만 고맙다고 인사할 기회가 없었다. 앞으로는 기회가 영영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경기장에서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 테니까.

시장은 협정문을 읽고 박지민과 나에게 악수하라는 몸짓을 해보인다.

박지민의 손은 단단하고 그 때의 빵처럼 따뜻하다.

박지민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안심하라는 듯 내 손을 한번 꼭 쥐어준다.

아니면 긴장해서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