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 어린이집

[보넥도 빙의글] 동물보호 어린이집 6화 : 성북구 미남 토끼입니다만?


문제될 시 삭제, 아티스트 비하 의도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 bgm과 함께 보시면 몰입감이 좋습니다.>

 

 

 

 

 


 

<코즈 동물병원>

오늘도 쉽지 않은 이 금쪽이들과 함께 출근 후

 

잠깐의 점심시간이다.

 

명명이 "유림핑 아저씨이~!"

 

명명이가 쪼르르 달려가 윤유림 선생님 다리에 매달렸다

 

하나 '…유림핑?'

 

탯풍이 "유림이니까 유림핑 티니핑 티비에 나오는 거처럼"

 

유림 선생님 "하나 쌤 저 이거 너무 맘에 들어요 이제 저 유림핑이에요"

 

유림 선생님 "그나저나 하나 쌤 어린이집 차리겠어요,, 귀여운 아이들이 많아지는데요?

오늘 바쁘시죠? 애들은 제가 탕비실에서 봐 드릴게요~"

 

하나 "선생님 진짜 천사세요…"

 

유림 선생님 "대신 애들한테 제 개그 들려줘도 되죠?"

 

하나 "…그건 애들한테 물어보세요"

 

그렇게 꼬마 셋은 유림핑 손에 이끌려 탕비실로 들어갔다 

 

문틈으로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왕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실은 또 그 토끼 얘기로 시끌시끌했다

 

보호자 "선생님, 혹시 그 토끼 보셨어요? 미남 토끼!"

 

보호자2 "저 어제 공원에서 세 시간 기다렸잖아요~"

 

요즘 병원 대기실 화제는 온통 그 토끼였다.

 

성북구 골목 여기저기 나타나서 동네 할머니들한테 애교를 부리고, 

당근 얻어먹고, 사진 찍으면 포즈까지 잡는다는 하얀 토끼

 

사람들은 그 토끼를 '성북구 미남 토끼'라고 불렀다.

 

유림 선생님 "하나 쌤, 이거 보세요! 이 토끼 진짜 잘생겼죠?"

 

유림 선생님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화면 속 토끼는 동그란 얼굴에 까만 눈, 귀를 살짝 기울인 채 정면을 보고 있었다.

 

하나 "…토끼한테 잘생겼다는 말 처음 써 봐요"

 

유림 선생님 "근데 요 며칠 아무도 못 봤대요, 그래서 다들 찾으러 다닌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탕비실 쪽을 돌아봤다

 

아침에 그 뉴스를 본 뒤로 셋은 이상하게 계속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하나 '설마…'

 


 

 

오후 진료 사이, 잠깐 커피를 사러 나왔다.

 

골목 모퉁이에 붕어빵 트럭이 서 있었다.

 

하나 '애들 사다 줄까… 아니다, 커피 먼저'

 

그때였다.

 

붕어빵 트럭 바퀴 뒤에서 하얀 무언가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하나 "……어?"

 

쪼그려 앉아 보니 토끼였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

까만 눈

그런데 털은 꼬질꼬질하고, 귀는 축 처져 있었다.

 

하나 '혹시… 미남 토끼?'

 

뉴스 사진이랑 비교하면 지금은 미남이라기보다 '고생한 토끼'에 가까웠다.

 

그때 골목 저편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 "이쪽에서 봤대!"

 "미남 토끼야~ 어디 있니~!"

 

토끼가 몸을 더 바짝 웅크렸다. 

사람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작은 몸이 더 심하게 떨렸다.

 

하나 "괜찮아… 이리 와 누나가 숨겨 줄게"

 

손을 내밀자, 토끼는 잠깐 나를 빤히 보더니

 

깡총

 

내 품으로 쏙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불러도 안 나오던 애가, 나한테는 1초 만에

 

나는 토끼를 가운 안에 꼭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병원으로 돌아왔다.

 

결국 커피는 못 샀다...

 


 

진료실에서 몸을 살펴보니 다친 데는 없었다.

그냥 며칠 동안 사람들을 피해 숨어 다니느라 지쳐 있었다.

 

하나 "너 많이 무서웠구나…"

 

토끼는 내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데 이 토끼, 이상했다.

 

대기실 TV에 마침 '미남 토끼' 뉴스가 다시 나왔다.

 

앵커 "성북구의 미남 토끼, 여전히 행방이 묘연합니다"

 

화면에 자기 사진이 뜨자, 토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더니 앞발로 꼬질꼬질한 얼굴을 쓱쓱 닦고, 귀를 정리했다.

 

하나 "……지금 단장하는 거야?"

 

웃음이 터졌다.

 

하나 "어머, 잘생겼다~ 진짜 미남이네~"

 

내 말에 토끼 귀가 분홍색으로 확 물들었다.

 

하나 '…토끼도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지나?'

 

전공 배울 때는 그런 건 안 배웠다.

 

그때 진료실 문이 벌컥 열렸다

 

유림 선생님 "하나 쌤~ 다음 환자… 어? 그거 뭐예요?"

 

나는 반사적으로 토끼를 가운 속으로 쏙 집어넣었다

 

하나 "아 이거요? 핫팩이요 핫팩 좀 추워서요"

 

유림 선생님 "…하나 쌤 핫팩이 움직이는데요?"

 

하나 "요즘 핫팩은 좋아서요…"

 

가운 속에서 토끼가 꼼지락거릴 때마다 내 등에 식은땀이 한 방울씩 흘렀다

 

유림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나갔다 이 병원에서 비밀이 하나씩 늘어 간다

 

문이 닫히자마자 이번엔 탕비실 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쪼르르 들려왔다

 

명명이 "누나아~!"

 

셋이 진료실로 우르르 들어오더니 동시에 멈췄다

 

킁 킁킁

 

셋이 내 가운 속 토끼에게 코를 바짝 들이댔다

 

탯풍이 "……역띠"

 

링링이 "…우리랑 가튼 냄새 나아"

 

명명이 "진짜아! 쟤두 우리랑 똑가타아!"

 

하나 "같은 냄새? 무슨 냄새?"

 

셋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나만 모르는 게 있는 것 같다

 


 

퇴근 후 집에 와서 토끼를 씻기고 털을 말려 주니 

 

그제야 뉴스 속 미남 토끼가 돌아왔다.

 

뽀송뽀송한 하얀 털 

동그란 얼굴

 

토끼는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아 우아하게 당근을 오물오물 먹었다.

 

명명이 "쟤 왜 저러케 안자아? 왕자님 가타아"

 

하나 "그러게 이름을 뭐라고 해 줄까"

 

생각해 보니 이 토끼 사흘 동안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한 번도 안 잡혔다

 

삼 일 동안 한 번도 안 잡힌 토끼

 

하나 "좋아 너 이름은 삼한이야"

 

토끼 귀가 또 분홍색이 되었다.

 

탯풍이 "…쟤 부끄러워하는 거 마찌?"

 


 

씻고 나와 보니 거실이 시끄러웠다.

 

그리고 꼬마가 넷이었다.

 

명명이, 탯풍이, 링링이 사이에 처음 보는 꼬마가 하나 앉아 있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하얀 머리에 동그란 얼굴

웃을 때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애

 

꼬마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삼한이 "누나아… 히끅… 고마워어…"

 

하나 "……"

 

울면서 딸꾹질까지 하는 꼬마를 보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나 "아니야 아니야 울지 마… 괜찮아"

 

내가 등을 토닥여 주자 삼한이는 내 소매로 눈물을 쓱 닦더니 다시 히끅 했다

 

명명이 "삼한아아 울지 마아 여기 누나 집이야아 안 무서워어"

 

명명이가 삼한이 손을 꼭 잡았다

 

탯풍이 "울보네"

 

삼한이 "삼한이 울보 아니야아… 히끅… 눈에 머리카락 드러가서 그래…"

 

탯풍이 "……그래 머리카락"

 

링링이는 말없이 휴지를 한 장 뽑아 삼한이 앞에 내밀었다

 

그제야 삼한이가 훌쩍이며 배시시 웃었다 양쪽 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명명이 "자 이제 이 집 규칙 알려 줄게에 내가 제일 먼저 와쓰니까 내가 형이야아"

 

탯풍이 "그거 링링이가 정리해짜나"

 

링링이 "…일요일은 나야"

 

삼한이 "그럼 삼한이는 언제 누나 옆에서 자?"

 

셋이 동시에 얼음이 되었다

 

…일주일은 칠 일인데 이제 넷이다

 

하나 "얘들아 그냥 다 같이 자자…"

 

명명이·탯풍이·링링이·삼한이 "와아아!!!"

 

이번에는 넷이다

 


 

 

그리고 창밖, 어두운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중얼거렸다.

 

"…분명 이 동네로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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