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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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축구부에는 중요한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다음 주에 지역 예선 경기 있다."

코치의 말이 떨어지자 운동장 분위기가 단번에 달라졌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

평소보다 훈련 강도가 높아졌고, 선수들 역시 연습부터 진지하게 임했다.

리우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포메이션을 설명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 라인을 조금 올릴 거야. 상대팀이 후방에서 공을 오래 돌리는 스타일이라 초반부터 압박해서 흐름을 가져오는 게 중요해."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우는 이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한."

"네."

"너는 최전방에 있어. 대신 무리해서 혼자 들어가지 말고, 내가 내려오면 한 번씩 공간 만들어줘."

"알겠어요."

"진짜 알겠어?"

"네."

"지난번처럼 공 잡았다고 바로 세 명 사이로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이한이 살짝 웃었다.

"그때는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들어갈 수 있는 거랑 들어가야 하는 건 달라."

"하지만 골을 넣으려면 결국 누군가는 들어가야 하잖아요."

"맞아."

리우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그런데 축구는 네가 골을 넣는 것보다 우리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해."

이한은 잠시 리우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경기 전 마지막 연습게임.

처음부터 분위기가 거칠었다.

이한은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공을 잡으면 빠르게 치고 나갔고, 상대 수비가 두 명 붙어도 계속 돌파했다.

문제는 그게 팀의 전술과 계속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이한! 패스!"

리우가 소리쳤다.

하지만 이한은 그대로 슈팅했다.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리우가 달려왔다.

"방금 패스할 수 있었잖아."

"골대가 보였어요."

"그래서 무조건 슈팅해야 했어?"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

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왜요?"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혼자 해결하지 말라고 했잖아."

"결과적으로 골이 안 들어간 건 맞지만, 제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걸 판단하는 사람이 너 하나가 아니야."

"그럼 누가 판단해요?"

리우가 순간 말을 멈췄다.

이한은 계속 말했다.

"선배가 주장이라서요? 아니면 제가 후배라서요?"

주변 선수들이 조용해졌다.

리우의 표정도 굳어졌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한 거예요."

"팀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잖아."

"저도 팀 생각해요."

"그런데 왜 네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한 게 아니라—"

"이한."

리우가 말을 끊었다.

"네가 아무리 잘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

순간 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리우는 화가 난 나머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네 실력이 좋다는 건 나도 인정해. 그런데 지금처럼 자기 판단만 믿고 움직이면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

"……."

"그러니까 네가 조금만 더 팀을 생각했으면 좋겠어."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네."

짧은 대답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리우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심하게 말했음을 깨달았다.

"이한, 잠깐만."

하지만 이한은 멈추지 않았다.

훈련이 끝난 뒤.

이한은 평소보다 빠르게 운동장을 나섰다.

리우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뒤를 따라갔다.

"이한."

대답이 없었다.

"야, 잠깐만."

이한이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왜요?"

"아까는 내가 좀 심했어."

"괜찮아요."

"안 괜찮아 보이는데."

"진짜 괜찮아요."

"그런 얼굴로 괜찮다고 하면 누가 믿어."

이한이 천천히 돌아섰다.

"선배가 맞아요."

"뭐?"

"제가 너무 제 플레이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선배가 화낼 만했어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괜찮아요."

이한이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서늘했다.

"저는 선배가 저한테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요."

"……."

"선배니까요."

리우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한이 다시 말했다.

"근데 한 가지는 좀 아쉬워요."

"뭔데?"

"선배가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서 저한테만 유독 엄격한 것 같아서요."

리우의 눈이 흔들렸다.

"그건……."

"제가 에이스라서 그런 거죠?"

"그것도 있지만."

"그럼 됐어요."

이한이 가방을 들었다.

"내일부터는 선배가 원하는 대로 할게요."

"이한."

"네."

"너 지금 삐졌어?"

"아니요."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해?"

이한이 잠시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가 저한테 실망했다고 생각해서요."

리우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언제 실망했다고 했어?"

"아까 그렇게 말했잖아요."

"나는 네가 더 잘할 수 있으니까 그러는 거야."

"그 말이 더 싫어요."

"왜?"

이한은 한참 고민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선배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제가 선배한테는 계속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져서요."

리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한은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먼저 갈게요."

그렇게 이한이 돌아섰다.

리우는 붙잡지 못했다.

다음 날.

이한은 정말 달라져 있었다.

패스를 요청받으면 패스했다.

리우가 움직이면 맞춰 움직였다.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와도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이한."

리우가 불렀다.

"네."

"너 왜 이렇게 해?"

"뭘요?"

"어제까지는 네 마음대로 하더니 오늘은 내가 말하는 것만 그대로 하잖아."

"선배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리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어."

"저는 그렇게 이해했어요."

"……."

"제가 알아서 판단하면 선배가 싫어하시니까."

"이한."

"네."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이한이 처음으로 리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왜요?"

"내가 언제 네가 내 말만 듣는 걸 원했다고 했어?"

"그럼 뭘 원하세요?"

리우가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후 이한이 조용히 말했다.

"저는 선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 말에 리우의 가슴이 묘하게 답답해졌다.

"네가 잘했으면 좋겠어."

"축구를 잘하는 거요?"

"……응."

"그럼 그렇게 할게요."

이한은 다시 몸을 돌렸다.

리우는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을 바라보며 웃던 후배였다.

그런데 지금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피하고 있었다.

그게 생각보다 마음에 걸렸다.

훈련이 끝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하나둘 운동장을 빠져나갔지만 이한은 남아 있었다.

혼자 골대 앞에 서서 슈팅 연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쾅.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다시.

쾅.

다시.

쾅.

"이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한이 멈췄다.

리우였다.

"비 오는데 뭐 해?"

"연습이요."

"그건 봐도 알겠어."

리우가 우산을 접으며 다가왔다.

"내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이러는 거야?"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그만해."

"싫어요."

"왜?"

"제가 부족하니까요."

"그런 말 하지 마."

"선배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리우는 결국 이한 앞에 섰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한테 실망한 게 아니라, 네가 다칠까 봐 화가 난 거야."

이한이 눈을 들었다.

"제가요?"

"그래."

"왜요?"

리우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무리해서 수비수 사이로 들어갈 때마다 혹시 다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신경 쓰였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부터 냈던 거야."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우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러니까 네가 부족해서 혼낸 거라고 생각하지 마."

"그럼……."

이한이 작게 물었다.

"제가 다칠까 봐 걱정됐다는 거예요?"

"응."

"왜요?"

이번에는 리우가 대답하지 못했다.

빗소리만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한참 후 리우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너는 우리 팀의 에이스잖아."

이한이 작게 웃었다.

"또 축구 때문이네요."

"……."

"선배는 항상 축구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한은 공을 집어 들었다.

"저는 그게 조금 서운한데."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뭐가?"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빗속에서 리우의 우산 안으로 한 걸음 들어왔다.

"오늘은 같이 가요."

"……그래."

우산 하나 아래.

두 사람의 어깨가 가까워졌다.

리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한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어제와는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아직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한에게 리우는 더 이상 단순한 주장이 아니었고, 리우에게 이한 역시 더 이상 단순한 에이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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