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1화

새로운 선수가 들어온다는 소문은 축구부 안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

"오늘 온다는 애가 걔야?"

"응. 중학교 때 꽤 유명했다던데. 지역 대회에서 득점왕도 했대."

"그래도 여기랑은 다르지. 고등학교 축구부가 그렇게 만만한 곳도 아니고."

운동장 한쪽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리우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에이스.

매년 한 번쯤은 들려오는 말이었다.

중학교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선수도 있었고, 다른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팀에 들어오면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을 알게 됐다.

개인의 실력과 팀에서 필요한 실력은 전혀 달랐다.

"리우."

코치가 다가오며 리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늘 새로 들어오는 2학년 있지? 네가 처음부터 같이 봐줘. 애들한테도 소개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실력은 꽤 괜찮은 것 같더라. 네가 잘 이끌어줘."

리우가 작게 웃었다.

"제가 뭘 이끌기까지 해야 할 정도면, 생각보다 잘하는 모양이네요."

"그러니까 네가 맡는 거지."

그때였다.

운동장 입구 쪽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다.

검은색 트레이닝복에 축구화를 손에 들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도 않았다.

마치 이미 이곳이 익숙한 사람처럼 곧장 운동장 안으로 들어왔다.

"저기 온다."

후배 한 명이 작게 중얼거렸다.

리우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코치 앞에 멈춰 섰다.

"이한입니다."

짧고 담담한 자기소개였다.

코치가 리우를 가리켰다.

"여기는 3학년 리우. 이번 시즌 주장 맡고 있어. 앞으로 궁금한 거 있으면 리우한테 물어봐."

리우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 리우야. 주장이라고는 하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이한은 내민 손을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맞잡았다.

"네."

"……."

리우가 눈을 깜빡였다.

"끝?"

이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아니, 보통 처음 만나면 이름이라도 다시 말해주고 그러잖아."

"방금 말했는데요."

"그건 들었지."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리우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생각보다 재밌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칭찬 아닌데."

"알아요."

첫 만남치고는 꽤 이상한 대화였다.

리우는 손을 놓으며 이한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생각보다 체격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빛이 차분했다.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처음 오는 팀에서 주장에게 저렇게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일단 몸부터 풀자. 오늘은 기본 훈련부터 할 거야."

"네."

"그리고 네가 중학교 때 잘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여기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

이한이 운동화를 고쳐 신으며 물었다.

"왜요?"

"왜냐니?"

"제가 잘하는데 굳이 처음부터 할 필요가 있나 해서요."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리우는 이한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너 진짜 자신감 하나는 좋다."

"자신감이 아니라 사실인데요."

"그래. 그 사실이 진짜인지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네."

이한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리우가 먼저 웃었다.

이미지

"오늘 연습게임에서 보여줘."

"네."

"근데 한 가지는 기억해."

리우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해졌다.

"여기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팀이 아니야. 아무리 네가 잘해도 동료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골 하나 넣기도 힘들어."

이한은 잠시 리우를 바라보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럼 제가 맞춰보겠습니다."

"……뭐?"

"팀에 맞추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맞추면 되죠."

리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그래. 말은 잘하네."

연습이 시작되고 십 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리우는 자신이 이한을 조금 과소평가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공을 받는 순간부터 달랐다.

상대 수비가 다가오는 방향을 미리 읽고 움직였고, 공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필요할 때는 빠르게 치고 나갔고, 패스를 해야 할 때는 정확하게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골문 앞으로 파고들었다.

"이한!"

리우가 소리쳤다.

이한이 고개를 돌렸다.

리우가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한은 공을 받자마자 한 번의 터치로 수비수를 제쳤다.

그리고 그대로 슈팅.

쾅.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운동장이 잠깐 조용해졌다.

"와……."

누군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리우는 골문을 바라보다가 이한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공을 주워왔다.

"한 번 더 할까요?"

리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너."

"네."

"잘하네."

"알고 있습니다."

"……."

리우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진짜 한 번도 안 겸손하네."

"잘하는데 못한다고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건 맞는데, 그렇게 말하면 보통 사람들이 재수 없다고 생각해."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리우가 잠시 이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은 모르겠는데."

"그럼 다행이네요."

"왜?"

"선배한테 재수 없다는 소리 듣기는 싫어서."

이번에는 리우가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한은 이미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리우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쟤……."

연습이 끝난 뒤.

선수들이 하나둘 운동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리우는 혼자 공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뒤돌아보니 이한이었다.

"왜?"

"아까 말씀하신 거요."

"뭐?"

"팀에 맞추는 거."

이한이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저도 팀으로 뛰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배우려고 들어온 거고요."

리우는 조용히 이한을 바라봤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얼굴이었다.

"그럼 됐네."

"근데 한 가지는 선배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뭘?"

"제가 이 팀에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리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걸 왜 내가?"

"주장이잖아요."

너무 당연한 말투였다.

리우가 웃었다.

"그래. 주장이지."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뭘 알려달라는 건데?"

"팀으로 뛰는 법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리우는 이한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이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대신 나도 하나 약속할게."

"뭔데요?"

"네가 정말 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볼 거야."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그럼 저도 약속할게요."

"뭔데?"

"선배가 인정할 때까지 계속 보여드릴게요."

리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후배라고 생각했다.

조금 건방지고, 자신감 넘치고, 실력이 좋은 후배.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리우는 알게 됐다.

자신이 앞으로 가장 많이 신경 쓰게 될 사람은,

아마 저 후배일 거라는 걸.

그리고 이한 역시 아직 몰랐다.

자신이 정말로 원했던 게 단순히 축구부의 에이스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저 사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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