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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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당일.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결승 진출을 앞둔 마지막 경기인 만큼 관중석에는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모여 있었고, 양 팀 선수들도 평소보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한은 몸을 풀면서 계속 벤치를 바라봤다.

리우는 여전히 발목에 보호대를 하고 있었다.

뛸 수 없는 상태였지만, 오늘은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전술판을 보고 있었다.

이한이 다가갔다.

"선배."

"응."

"진짜 못 뛰어요?"

"응."

"조금도?"

"조금도."

"……아쉽네요."

리우가 웃었다.

"왜? 내가 뛰었으면 네가 부담스러웠을 텐데."

"아니요."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가 같이 뛰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서."

리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다 이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은 내가 경기장 밖에서 도와줄게."

"그럼 저도 약속할게요."

"뭘?"

"선배가 있는 곳까지 꼭 갈게요."

리우가 웃었다.

"결승?"

"네."

"좋아. 기다리고 있을게."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는 예상대로 강했다.

전반 20분까지 양 팀 모두 공격을 이어갔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상대 팀의 역습이 시작됐다.

우리 팀의 수비가 순간적으로 무너졌고, 상대 공격수가 그대로 골문 앞으로 들어왔다.

슈팅.

골.

0대1.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한은 이를 악물었다.

"괜찮아! 아직 시간 있어!"

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은 고개를 들었다.

벤치에 있는 리우가 손짓하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이한은 마음이 급해졌다.

자신이 어떻게든 한 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을 받자마자 수비수 두 명 사이로 파고들었다.

한 명을 제쳤다.

두 번째 수비수까지 제치려는 순간 몸이 부딪혔다.

공을 놓쳤다.

"이한!"

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은 이를 악물고 다시 뛰었다.

전반전 종료.

스코어는 0대1.

라커룸 안은 조용했다.

코치가 전술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이한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계속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내가 한 골 넣어야 한다.

리우가 이한 옆에 앉았다.

"이한아."

"네."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이한이 고개를 들었다.

"뭔데요?"

"네가 혼자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네가 혼자 다 해야 해?"

리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없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워?"

이한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

"그럼 뭐야."

이한이 입술을 깨물었다.

"선배가 다쳤잖아요."

"그래."

"제가 대신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왜 네가 대신해야 하는데?"

"선배가 못 뛰니까."

리우는 한동안 이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네가 나 대신 뛰라고 한 적 없어."

"……."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네 축구를 하는 거야."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리우가 이한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

"……."

"내가 다친 건 내 선택이었고, 네가 책임질 일이 아니야."

이한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나 믿고 뛰어."

리우가 웃었다.

"혼자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잠시 후 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선배 믿을게요."

"나도 너 믿어."

후반전이 시작됐다.

이한의 플레이가 달라졌다.

공을 잡으면 무조건 돌파하지 않았다.

주변을 확인하고 팀원에게 패스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공격이 이어질수록 상대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15분.

이한이 중앙에서 공을 받았다.

상대 수비가 두 명 붙었다.

이한은 뒤쪽으로 공을 내줬다.

팀원이 다시 공을 돌렸다.

그리고 이한이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한!"

패스가 들어왔다.

이한은 슈팅하지 않았다.

골문 앞에 있던 팀원에게 한 번 더 패스했다.

골.

1대1.

팀원들이 환호했다.

이한은 가장 먼저 벤치를 바라봤다.

리우가 크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잘했어.

이한은 그 말을 알아봤다.

경기 종료까지 3분.

스코어는 1대1.

이대로라면 연장전이었다.

상대 팀이 마지막 공격을 시작했다.

우리 팀 수비가 공을 걷어냈다.

공은 중앙으로 흘러갔다.

이한이 달려가 공을 잡았다.

앞에는 상대 수비수 세 명.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예전의 이한이라면 그대로 돌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개를 들었다.

왼쪽에 팀원이 있었다.

오른쪽에도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리우가 손짓하고 있었다.

이한은 웃었다.

"이번에는 같이 가자."

공을 왼쪽으로 내줬다.

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팀원이 다시 패스했다.

이한은 수비수 한 명을 제쳤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골문 앞에 있던 팀원에게 공을 밀어줬다.

슈팅.

골.

2대1.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한도 그대로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우에게 달려가기 위해서였다.

"선배!"

리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이한이 다가오자 리우가 웃었다.

"결승 간다."

"네."

"잘했어."

"선배가 믿으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믿었어?"

"네."

이한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선배가 있으니까 믿을 수 있었어요."

리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이한은 땀에 젖은 얼굴로 리우를 바라봤다.

"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아요."

"뭘?"

"제가 왜 여기 있고 싶은지."

리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학교도 좋은 곳일 거고, 저한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이한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래도 저는 여기 있고 싶어요."

"……."

"선배랑 같이 뛰었던 여기에서 계속 뛰고 싶어요."

리우가 조용히 웃었다.

"그럼 다행이다."

"왜요?"

"나도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이한은 잠시 리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

"응."

"저한테 왜 그렇게 잘해줘요?"

리우의 표정이 달라졌다.

"갑자기 그걸 왜 물어?"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주장이니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

"다른 후배한테는 이렇게 안 하잖아요."

리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한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저도 이제 알아요."

"뭘?"

"제가 선배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거."

리우의 눈이 흔들렸다.

"이한아."

"네."

"그 말은 결승 끝나고 하자."

"왜요?"

"나도 할 말이 있으니까."

이한은 잠시 리우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약속이에요?"

"응."

"그럼 결승 끝나고 꼭 말해주세요."

"약속할게."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뒤 이한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리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발목 때문에 먼저 들어갈게. 잘 자.

이한은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

선배.

응?

결승에서 이기면 저한테 꼭 해줄 말 있죠?

한참 뒤 답장이 왔다.

있어.

무슨 말인데요?

결승 끝나면 말해줄게.

이한은 웃었다.

저도 할 말 있어요.

뭔데?

그것도 결승 끝나고요.

잠시 후 리우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럼 내일 꼭 이겨야겠네.

이한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답했다.

네.

선배랑 같이 이길게요.

휴대폰을 내려놓은 이한은 침대에 누웠다.

내일이면 대회가 끝난다.

그리고 내일이면 자신이 오래 고민했던 질문에도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건지, 리우를 좋아하는 건지.

어쩌면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다만 마지막 한마디를 직접 꺼낼 용기가 아직 없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두 사람에게는 대회의 마지막 경기와 함께,

지금까지 숨겨왔던 마음을 꺼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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