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단편모음~

걘 친구라니까?

🎵🎶: Boynextdoor- Next mistake


재현과 하나(여주)는 오랜만에 둘이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와 걷던 중, 여주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태산] 어디야?
[태산] 아까부터 답이 없네

[태산] 전화 좀 받아


여주가 화면을 확인하자 재현도 슬쩍 봤다.


“또 태산이네.”


“응. 왜 이렇게 연락하지?”


여주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뒤집어 들었다.

그런데 옆에서 걷던 재현이 조용해졌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그냥.”


“또 삐졌어?”


“안 삐졌어.”


여주는 재현의 표정을 살폈다.

확실히 평소보다 굳어 있었다.


“아니, 얼굴에 다 티 나는데?”


“괜찮아.”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재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주는 처음엔 장난처럼 웃었다.


“설마 또 태산이 때문에 그래?”


“….”


“진짜?”


재현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계속 연락 오니까 좀 그렇지.”


“근데 내가 연락한 것도 아니잖아.”

“알아.”


“그럼 왜 나한테 그래?”

“너한테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근데 표정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재현이 걸음을 멈췄다.


“나 지금 그냥 기분이 안 좋은 거야.”


“그래서 내가 뭘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럼 그냥 내가 태산이 연락 오는 거 보고만 있어야 돼?”

“그런 뜻 아니야.”

“그럼 무슨 뜻인데?”


여주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처음엔 장난이었는데, 재현이 계속 짧게 대답하자 여주도 점점 억울해졌다.


“맨날 이런 식이잖아.”


재현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뭐가.”


“기분 나쁘면 말은 안 하고 혼자 조용해져.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눈치 보게 만들고.”


“…문하나-”


“태산이는 그냥 친구야. 내가 걔랑 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그래?”


“문하나.”


“아니, 진짜 그렇잖아.”


“그만하자.”


“왜? 할 말 있으면 하라며.”


재현은 한동안 여주를 바라봤다.


“지금은 네가 내 말을 들으려고 하는 것 같지가 않아.”


“나도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 순간이었다.


재현의 표정에서 마지막 남아 있던 감정까지 싹 빠졌다.

화난 티를 크게 내지도 않았다.

그냥 차갑게 식었다.


“그래.”


“….”


“그럼 여기까지 하자.”


“뭐?”


“지금 계속 얘기해봤자 서로 더 기분만 상할 것 같아.”


재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런데 여주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운한 표정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아무 표정이 없었다.


“재현아…”


“왜.”


여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너 진짜 화났어?”


재현은 잠시 여주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응.”

짧았다.


그 한마디에 여주의 얼굴이 굳었다.

그제야 조금 전까지 자신이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럼 내가 뭘 해야 되는데?’
‘태산이는 그냥 친구야.’
‘나도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처음엔 억울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재현은 그동안 계속 참고 있었던 거였다.

여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미안해.”


재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날카롭게 말했어.”


잠시 후 재현이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


“화 풀렸어…?”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여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재현은 먼저 시선을 돌렸다.


“나 조금만 진정할게.”


그 말을 남기고 천천히 앞서 걸어갔다.

여주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조용히 따라갔다.

이번엔 변명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여주는 제대로 상황을 파악했다.


재현이 원했던 건 태산과 연락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서운하다는 걸 알아주길 바랐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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