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랜만에 데이트 갈까? 어디 가고 싶어?’
‘좋아! 완전 좋아! 음... 나는 놀이공원. 놀이공원 갈래!’
사고가 있었던 이후 처음인 다니엘과의 데이트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꼭 온몸이 진동하는 것만 같다.
준비를 마친 지아가 밖으로 나가니 먼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이다.
처음 보는 다니엘의 파란 니트의 사복에 지아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검은색 팀복보다 지금 그 옷이 더 잘어울려”
다니엘이 한쪽 손으로 운전을 하는 동안 나머지 한 쪽 손은 지아에게 잡혀있었다.
손등에 있는 상처를 쓸어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 상처.. 기억나. 전에도 내가 만져본 적 있어.
그때도 마음 아팠는데.. 오늘도 역시나네...”
다치는 일이 잦은 다니엘에게 이언 상처정도는 상처 축에도 안들지만 옛날부터 지아는 그렇게 흉터에 예민했다.
“이제 안다칠게.”
“약속한거다?”
“푸흐, 그래.”
도착한 놀이공원에서 지아는 신이나 다니엘을 잡고 어린아이 마냥 재촉했다.
“배는 안고파?”
“배고파.. 배고파 죽겠어...”
“뭐 먹을래?”
“다니엘 먹고싶은 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날이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사적인 이유로 만나는 일은 없었고 오로지 훈련소와 안전가옥에서만 만났다. 하지만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낀적은 없었다. 그런 일상은 그대로 행복했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하루를 더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기 전이었다.
“우리 이제 재밌는 거, 즐거운 거, 하고싶은 거 다하자.
내일도, 모레도. 사고나기 전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
그 날 이후, 다니엘은 일을 가지 않았다.
휴가를 낸건지, 그게 가능한 거였는지, 다니엘은 지아에게 일에 관련해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그런건, 좀 놀고나서, 다니엘과 더 함께하고 나서,
그 이후에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또 묻지 않는 지아였다.
-
“지아 없는데..”
“알겠어.”
성우는 매일 지아의 카페에 다녀갔다.
지아를 대신해서 카페를 보던 윤하는 성우를 볼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아는 다니엘과 나가고 없다고.
그러면 성우는 어디로 갔는지, 언제갔는지, 언제 오는지. 물을 법도 한 질문들을 하나도 꺼내지 않고 딱 한 마디만 했다.
“알겠어.”
그렇게 돌아갔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카페에 왔다.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만, 그렇게 꾸준히.
“이제 그만해 옹성우.”
“... 내일 올게.”
“내일도 없을 거야, 지아는.”
“그건 내일이 되봐야 아는 거잖아.”
“...”
“... 갈게..”
“... 제발..!!”
“...”
“제발 그만하라고... 내가 못견디겠다고...!”
윤하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지만 성우는 듣지 않았다.
대꾸도 않고 또 카페를 나갔다.
윤하는 이 사실을 지아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게 지아도, 성우도 위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딸랑-
성우가 카페에 들어서고, 오늘도 카운터에는 윤하가 있었다.
깊은 한숨과 함께 뒤를 돌아설 때 윤하가 불러세웠다.
“야! ...뭐라도 먹고가. 매일 그렇게 헛걸음만 할거냐?”
“... 아메리카노 한 잔 줘.”
“싫어. 라떼 먹어. 아메리카노는 쓰잖아.”
따뜻한 라떼를 가져다준 윤하는 성우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언제까지 올건데.”
“...몰라.”
“지아 만나면. 만나면 뭐 어쩌려고..”
“...몰라.”
“정말 대책없다 너. 무작정 만나기만 해서 뭐 어쩌려고.
그정도는 생각하고 매일 왔어야지!”
성우는 따뜻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달다. 아메리카노 안 먹길 잘 했네..”
-
그날 밤, 다니엘에게 온 연락을 받은 성우는 밖으로 나갔고, 만나기로 한 다니엘은 없고 지아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지..아야...”
“오빠..”
“...”
“하고 싶은 말 해. 그래서 왔어. 매일 나 찾았다며.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연락하지 그랬어. 그럼 내가,”
지아는 아무 것도 모르고 성우의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을 늘어놓았다. 그걸 바라보던 성우는 자기도 모르게 지아를 자기의 품으로 감싸 안았다.
지아를 성우의 집 앞에 데려다 주고 뒤에서 바라보던 다니엘은 성우에게 안긴 지아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뒤돌아설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잊어버리자. 이건, 그냥 못본 척 하자.’
“무슨 일 있어?”
“미안해.”
“왜?”
“니 얼굴보고는 절대 말 못할 것 같아서..”
“말해봐. 다 들어줄게.”
“좋아해. 아니, 좋아했어.
널 좋아했어 지아야...”
“...”
지아를 자기의 품에서 놓아준 성우는 지아를 뒤로하고 걷기 시작했다.
전했으니 됐다.
그냥 혼자 타올랐다, 죽어버린 감정이 아니라 너에게 전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제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지아의 부름에 성우가 돌아본다.
“우리 또 보는 거지?!”
성우는 눈에 차오르는 눈물이 지아에게 보이지 않기를 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위로 크게 손을 흔드는 지아를 따라 머리위로 팔을 들어 손을 흔들었다.
이대로 끝이 아니라, 다시 보자고.
그때는 좀 더 가벼운 감정으로 또 만나자고.
그런 의미로 손 흔드는 인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