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원― 가원(家園)

[보넥도 빙의글 / 나페스]은하원 1화 : 가원(家園)

 

문제될 시 삭제, 아티스트 비하 의도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은하원의 아침은 언제나 종소리로 시작된다.

 

땡, 땡, 땡. 세 번째 종이 울리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운학 "누나! 오늘 아침 감자전이래! 빨리!"

 

김운학이었다.

 

열여섯 살이나 됐으면서 아직도 노크를 할 줄 모르는 우리 막내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지만, 운학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발목을 잡아당겼다.

 

"누나 안 일어나면 성호 형이 다 먹는다니까?"

 

결국 교복 깃도 제대로 못 여민 채 끌려 나왔다.

 

삐걱이는 나무 복도를 지나 중앙 현관을 나서면, 정문 위에 걸린 현판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큼직하게 새겨진 「銀河園」, 그 아래 작은 나무판의 「家園」.

 

열네 해 동안 매일 그 밑을 지나다녔다.

은하원은 우리의 집이었다.

 

식당에선 바닷바람에 섞인 귤꽃 냄새와 갓 구운 감자전 냄새가 났다.

 

은하원에서 맞는 열네 번째 여름이었다.

재현 "하나 왔다."

 

맨 끝자리에서 명재현이 내 몫의 접시를 밀어주었다.

 

우리 중 제일 맏이인 재현은 늘 이런 식이었다.

 

말없이 챙기고, 말없이 기다려주는

 

재현 "성호가 네 거 노리길래 지켜놨어."

 

성호 "아니, 안 노렸거든?"

박성호가 입에 감자전을 문 채 억울한 얼굴을 했고, 옆에서 김이한이 조용히 웃었다.

 

 

이한은 말이 적은 대신 웃음소리가 예뻤다.

오전 수업은 역사였다.

 

칠판에 적힌 연도들을 받아 적는데, 책상 위로 접힌 쪽지 하나가 미끄러져 왔다.

 

한태산의 글씨였다.

 

'오늘의 문제: 본관 계단은 총 몇 칸일까?

맞히면 내 월명랑 과자 줌'

 

웃음을 참으며 답을 적어 보냈다.

 

태산은 쪽지를 펴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틀렸나 보다.

태산은 이런 걸 정말 진지하게 세는 애였다.

 


오후 체육 시간, 성호와 이한이 철봉 오래 매달리기 내기를 하다 수업을 빼먹은 게 들켜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벌을 섰다.

 

두 팔을 든 둘 뒤로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였다.

 

이리우가 지나가며 둘의 입에 몰래 사탕을 하나씩 넣어주는 걸 나는 봤다.

리우는 언제나 그랬다.

누가 혼나고 있으면 그 옆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애

 

나와 함께 하는 이 아이들은 누구와 바꿀수 없는 가장 소중한 아이들이다.


 

 

오늘은 특별히 저녁에는 송별회가 있는 날이다.

내일 졸업하는 사람은 채유리 언니였다.

 

올해 순위 게시판 맨 위에 일 년 내내 이름이 붙어 있던 언니

 

식당 천장에 종이별을 매달고, 윤 선생님이 특별히 꿀을 두 배로 넣은 은하차를 끓여주셨다.

선생님은 잔을 들고, 매년 하시는 그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은하원은 너희의 가원이다. 문밖에 나가도 잊지 마라."

 

유리 "문밖 가면 꼭 편지할게. 다들 나 잊으면 안 돼."

 

유리 언니가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다 같이 박수를 쳤다. 그런데 그 순간, 아주 잠깐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지금까지 문밖으로 간 선배들의 편지를, 내가 직접 읽어본 적이 있었나?

 

운학 "누나, 차 식어."

운학이 내 잔을 톡 쳤다.

 

따뜻한 은하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달콤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금방 기억나지 않았다.

 


 

소등 종이 울리고, 우리 일곱 명은 늘 그렇듯 몰래 옥상으로 올라갔다.

밤하늘엔 별이 쏟아질 듯 많았다.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바다 바람이 생각보다 서늘해서 몸을 웅크리자, 어깨 위로 뭔가 포근한 게 덮였다.

리우 "추우면 말을 하지."

리우의 교복 외투였다.

 

리우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나는 괜히 귀가 뜨거워져서 별만 셌다.

 

태산 "내년엔 우리 중에 누가 문밖으로 갈까."

태산이 중얼거렸다.

 

재현 "누가 되든"

재현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달빛에 비친 옆 모이 평소보다 진지했다.

 

재현 "먼저 나간 사람이 문밖에서 기다리는 거야 나머지 다 올 때까지 약속."

 

성호 "오, 형 멋있다."

성호가 놀렸지만, 제일 먼저 새끼손가락을 내민 건 운학이었다.

 

운학 "약속! 다들 걸어!"

일곱 개의 새끼손가락이 별빛 아래 하나로 엉켰다.

 

나는 그때 정말로 믿었다.

우리는 언젠가 다 같이 문밖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복도 끝 창문 앞에서 나는 걸음을 멈췄다.

 

섬 북쪽, 들어가선 안 되는 숲 너머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은하원 지도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을 땐, 불빛은 이미 꺼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같은 시각, 반대편 계단으로 혼자 조용히 내려가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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