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5분 전에

12 . 더 만져줘.


















아….. 최연준 이 새끼 진짜.


갑자기 부스터 발동하더니 맥주 세 잔 드링킹하고 식탁에 엎어져 처 자고있다.


“야- 너 빨리 안 일어나?”
“그니까 왜 그렇게 빨리 마시냐고.”
“술 잘 한다더니, 가오 떨어지게.”


물론 나는 소주 3병에 맥주 2잔 먹었다. 아직은 멀쩡-


나는 계속 손가락으로 최연준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저기 아저씨?”
“여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요.~”
“….”


에휴, 대답도 없네.


하긴, 깨워봤자 뭐 하냐-


나는 핸드폰을 켜 시계를 보았다.


PM 11:06


열 한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곯아 떨어진다고?


…신나게 떠들기만 하던 애가 자니까 분위기가 급격히 조용해졌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시끄러웠지만.


“으으음….”


그 와중에 잠꼬대는 한다.


나는 어이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지금 이 상황이 신기했다.


내가 내 제자랑 술을 다 먹고.


참,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그리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 제자가 어느새 훌쩍 커서, 죽으려던 나를 어쩌다 살렸고.


그렇게 또 살아서, 이렇게 술판을 벌이고.


그러다가 얘는 이렇게 쓰러져 자고.


…어떻게 보면, 얘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거잖아.


내가 만약, 그 때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최연준이 경찰이 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냥 바로 뛰어내렸다면,


그것도 모자라서 최연준이 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아니 받아서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정말 죽었겠지.


이렇게 보니까 생명의 은인이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혼잣말이 나왔다.


“기특하네.”


그리고 오른손으로 엎어져있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의식적으로.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끝을 스치는 느낌이 나자, 최연준이 뒤척였다.


…뭐지? 안 자나?


천천히 그의 머리에서 손을 떼려는데, 그가 덥석 내 손목을 잡았다.


나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난 그저 표정으로만 뭐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가 얼굴을 드러냈다.


약 5초정도의 눈맞춤이 있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지그시 바라만 보았다.


최연준의 얼굴은 빨갰다. 진짜 누가봐도 한 잔 한 사람처럼.


볼만 빨갛다 못해 귀까지 빨갰다. 토마토 같았다.


그런데 그 때, 최연준이 입을 열었다.
















“더 만져줘, 더.”


나는 아무 말 없이 벙쪄있었다.


만져….달라고?


…..


내가….뭘….?


한동안 조용했던 공기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니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았다.


“….뭐를….만져…?”


최연준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 씨익 웃었다.


뭐야, 왜….웃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머리 만져달라고, 머리-“


아 미친.


아…


쥐구멍에 숨고싶다.


배은 진짜 미쳤냐?


진짜 뭔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야 이건?


눈을 안 마주쳤다 일부로. 아니, 마주칠 수 없었다.


나는 바닥만 쳐다보았다.


진짜 수치스러움이 극에 달았다.


나 혼자 이상한 생각 한 거 뭐야?


아니, 근데 애초에 쟤가 말을 이상하게(?) 했다고-!!


“풉.”




웃은거야, 방금?


이 와중에 손목은 왜 자꾸 잡고있어?


나는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민망함에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배은 취향 확인~”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야, 너, 너. 그, 뭐야.”


아, 말이 안 나와…


“말 해ㅋㅋ.”


최연준은 나를 여유로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어디 한 번 해봐. 이런 느낌.


“너…너 취한 거 아니었어?!”
“왜, 왜이렇게….아니, 왜 다시…. 돌아온거야?!”


아 뭐라냐.


“한 숨 자고나니까 술 좀 깬 것 같아.”


“얼마나 잤다고…. 5분 정도밖에 안 잤으면서.!!“


“그 5분동안 잘 자고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나 만졌잖아.”


“야, 만, 만지긴 뭘, 뭘 만져-”
“그냥…..그냥 건드려 본 거야!”


“오… 그러시구나.”


하, 진짜 짜증나.


한참 어린 애한테 말싸움이나 지고.


얘랑 얘기하면 맨날 내가 진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수고하세요~!”


취한 최연준을 거의 들고, 택시를 타고서 최연준의 자취방 앞에 도착했다. 


삐까뻔쩍한 빌딩들과 아파트 사이, 최연준의 자취방은 빌라였다.


너무 허름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세련되지도 않은. 살짝 낡은 그런 데.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새끼한테서 술 냄새가 너무 난다.


아니, 그리고 지금 거의 죽었다.


아니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왜 이래?


심지어 더 2차 가자는 거 겨우겨우 말리고 택시를 태웠다.


“아, 씨 개 무거워….”


현관문을 어찌저찌 열고 최연준의 자취방에 들어갔다.


남자 집은 처음 와보는데….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곤 나름 깔끔했다.


나는 일단 그런 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니, 얼굴을 쪼꼬매가지고 왜이렇게 무거운거야?


나는 최연준을 던지듯이 침대에 눕혔다.


숨이 안 쉬어졌다.


“와하…하….하아….”


나도 그 상태로 바닥에 뻗었다.


”와…진짜….“
”최연준….니는…..술 마시지 마라….“
”허억…. 한 번만 더…. 술 마시자고…. 하기만 해.“


자는 건지 마는 건지, 안 잔다면 내 말을 듣는 건지, 최연준은 그냥 곤히 눈을 감고있었다.


“….”
“가야지, 이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ㅈㄴ어지러웠다. 썅 기립성 저혈압.


….


아직 좀 힘든데…?


하긴, 백 팔십 넘는 남자를 업고(끌고) 왔으니.


좀만 쉬었다 갈까….


나는 최연준 침대에 살짝 걸터앉았다.


그리고 최연준을 쳐다보았다.


“야.”
“자냐?”


누가 잡아가도 모르게, 아주 편히 잘 잤다.


이런 모습 보니까 또 애 같긴 하다.


….


애 맞구나?


22살이면 뭐…. 한참 애지…


멍 때리면서 계속 그를 쳐다만 보았다.


이제 가야되는데….


그 때, 목소리가 들렸다.


“…배 은.”


“어?”
“나 불렀어?”


당황스러웠다.


자는 거 아니었어…?


아니 얘는 자는 척 연기를 왜 이렇게 잘 해?


“….”


왜 말이 없지.


꿈 꾸나?


뭐라는 지 잘 안 들려서 그한테 귀를 대보았다.


“그 남자….“


남자? 무슨 남자?


…설마 승우씨?


나는 숨 죽이고 계속 들었다.
















”안….만나면…안 돼?“














잘못 들었나?











잘못 들었네.










나도 취했네, 응.








ㅅㅂ……..확실히 들었다 그래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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