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특집 모음

🎃 할로윈 특집 : 흡혈귀의 성에 갇힌 밤

"우리 딱 60초 남았어!" 지석이가 가짜 마법책의 페이지를 정신없이 넘기며 소리쳤다. 눈을 커다랗게 뜬 채였지. "이 마지막 금고를 못 풀면 흡혈귀가 깨어나고, 우리는 명예의 전당 1등 자리를 놓치게 돼!"

나는 지석이가 너무 열심히 몰입해 있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 어스름한 고딕풍의 '흡혈귀의 무덤' 방탈출 게임 방에 갇혀 있거든. 으스스한 안개와 기괴한 파이프 오르간 음악 때문에 나름 로맨틱하고 스릴 넘치는 분위기여야 하는데, 지석이는 무슨 올림픽 경기에 나온 사람처럼 굴고 있었지. 돌로 된 가고일 석상 뒤를 뒤지고, 숨겨진 열쇠를 찾을 때마다 흥분해서 웃긴 감탄사를 내뱉으며 방 안을 누비고 다녔다.

"여기 좀 봐봐," 내가 돌로 된 석관 옆면을 톡톡 두르며 불렀다. "초승달 모양의 홈이 있어. 아까 은색 문양 찾지 않았어?"

지석이가 깜빡이며 동작을 멈췄다. 재빨리 재킷 주머니에서 금속 소품을 꺼내더니 내 쪽으로 달려왔지. 문양을 홈에 맞추고 힘차게 밀어 넣었다.

쿠릉하는 묵직하고 만족스러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돌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며 안에 있던 붉게 빛나는 보석이 드러났지. 바로 그 순간, 벽에 걸린 카운트다운 시계가 00:03에서 멈췄고, 승리를 알리는 경쾌한 음악이 울렸다.

"우리가 해냈어!" 지석이가 얼굴 가득 엄청난 기쁨을 띄우며 외쳤다.

내가 미처 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지석이가 한 걸음 다가오더니 나를 와락 껴안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습 포옹이었지. 내 몸이 바닥에서 살짝 뜰 정도로 강하게 안고는 내 어깨에 기대어 행복하게 웃었다. 지석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에너지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내 심장이 쿵 하고 크게 내려앉았다. 방탈출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설렘이었지.

몇 초 뒤, 지석이도 자신이 나를 안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지만, 완전히 물러서지는 않았지.

웅장하고 극적인 배경음악이 서서히 꺼지면서 방 안에는 완전한 정적이 찾아왔다. 무덤 방의 깜빡이는 희미한 촛불이 지석이의 얼굴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깊은 보조개가 도드라져 보였다. 방금 전까지의 장난기 넘치고 활발했던 에너지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그 자리에 진중하고 묘한 공기가 감돌았지.

지석이의 손이 내 어깨에서 스르륵 내려와, 내 팔을 부드럽게 스치더니 손목에 살포시 머물렀다. 나를 내려다보는 지석이의 시선이 아주 잠깐 내 입술에 머물렀다가, 이내 내 눈과 똑바로 마주쳤다.

"와," 지석이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낮고 속삭이듯 변한 목소리에 척추를 타고 짜릿한 전율이 흘렀지. "나 심장 진짜 빨리 뛴다."

"시간 제한 안에 깨려고 계속 뛰어다녀서 그렇겠지,"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다듬으며 속삭였다.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니야," 지석이의 말투가 엄청나게 다정하고 진지하게 바뀌었다. "타이머는 멈췄는데, 내 심장은 전혀 안 멈추거든. 내 생각엔... 그냥 이제야 너를 똑바로 쳐다봐서 그런 것 같아."

지석이가 내 손목을 지긋이 쥐어왔다. 그 간절하고 솔직한 눈빛에 내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지.

"게임에서 이기는 데만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네," 지석이가 기분 좋게 상기된 얼굴로 예쁘게 웃으며 속삭였다. "하지만 오늘 밤 제일 좋은 순간은 바로 지금이야. 너랑 여기 같이 갇혀 있는 거."

우리 뒤의 출구 문이 찰칵하며 열렸고, 로비의 환한 불빛이 방 안으로 쏟아졌어. 하지만 지석이는 움직이지 않았지. 대신 스르륵 손을 내려 내 손가락 사이로 손을 맞잡았다. 내 손을 따뜻하고 단단하게 꽉 쥔 지석이는, 마침내 나를 현실 세계로 이끌며 함께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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