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한다면 죽는다니 이 허무맹랑한 소리는 도대체 누가 지었단 말인가. 이 세상은 어느샌가 모두가 야망으로 뒤덮여 혼돈으로 물들어 가버린, 그래 누군가는 이렇게 칭했다. ‘종말의 시대’라고. 이 종말의 시대에서 우리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하릴없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종말이라며, 왜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모양인 거지? 아직도 세상이 더 무너질 일이 남았나? 나는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하늘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어 세상이 얼마나 엿 같음을 보여주었다. 신들도 알아야지, 이 세상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알아야 뜯어고쳐 온전한 완전무결한 삶을 만들 것 아닌가.
“신이 나 따위 보고 있을 리 만무하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말로 내뱉으니 더욱이 현실이 실감 났다. 지금 내 앞에는 집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저 허름한 나무판자, 그게 다였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었다. 부모님은 넘치는 야망과 야욕을 감당하지 못해 전쟁을 일으켜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고 탄압하는 것을 보고는 이를 막으려 전쟁에 참여하려 했으나, 자고 있을 때 또 다른 헛된 야망을 품은 이에게 죽임을 당했다. 나는, 그래 여느 소설과 다를 바 없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다른 사람들이 볼 땐 마녀라고 느껴질 법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었다. 근데 왜 이런 세상에서 죽지 않고 살 생각을 하냐고?
“요즘 따라 태형이가 안 보이네, 태형아-.”
그건 순전히 김태형 탓이다, 모든 것들이. 내가 아무리 죽으려 마음을 먹어도 다시 살려내고 살려내기를 여러 번. 더 이상은 서로 지쳐 죽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괴로워 보이고 힘들어 보인다면 그땐 놓아주기로 서로 약속했다. 소중한 사이인데 힘든 이를 모른 체하고 계속 소중히 대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근데 요즘 김태형이 보이지 않는다. 3일 전부터 계속 안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유성이 떨어진 시기와 맞물린다. 갑자기 유성 이야기를 꺼내 뭐지 싶을 수도 있겠지만 태형이 왜 사라졌는가에 대해 알기 위해선 유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유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 빛을 내며 떨어지는 작은 물체를 말한다. 유의어로는 별똥별. 하지만 3일 전 그날.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에서 떨어진 유성은 그저그런 별똥별 정도가 아니었다. 생뚱맞은 소리일 수 있지만 그날 내가 본 건 분명 UFO 같은 비행 물체였다.
분명 내가 밝혀낼 것이다. 비행 물체의 정체를, 또 동생과도 같은 소중한 태형이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
“아니 형, 애초에 목적지 설정을 잘못 했다는 게 말이 돼요?”

“우리는 델리스로 가려던 거였잖아. 신의 섬에서 갑자기 웬 서울?”
“우리 형도 이제 늙은 거지, 이 조그만 땅덩어리로 도착할 건 또 뭐래.”
윤기는 목적지 설명을 잘못한 것이 말이 되는 변명이라고 생각하냐며 남준을 쏘아보며 말했고 웬 서울이냐며 궁금해 하는 얼굴인 석진이 있었으며 형이 늙어서 그렇다며 남준을 비꼬아 얘기하는 듯한 지민도 있었다.
겨우 신의 섬이자 휴식처인 델리스가 아닌 지옥이라 불리우는 서울에 도착하니 뭐, 다들 얼떨떨하겠지. 근데 나라고 안 그런 줄 아나! 남준은 옆 자리에 앉은 호석에게 궁시렁 거리며 잠깐 밖을 보고 오겠다며 그동안 옆의 동생들 좀 잘 달래달라고 부탁을 하곤 곧장 자리를 떠났다. 어찌보면 무책임하게 책임을 동생에게 넘긴 격이다.
“와, 형이 저래도 되는 거야?”
호석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맡겼다는 사실을 알고 혼자 혼란스러워하다 옆의 남준을 원망하는 동생들을 보고 곧장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본래 신의 섬은 로마에 있는 곳이 아닌 이곳 서울이라는 것을. 하지만 지금의 내 동생들, 그러니까 지금 시대의 신들은 모를 것이다. 서울이란 곳이 얼마나 험하고도 위험했는지.
“아 맞다 그리고 저기-, 동생들? 이건 내가 사고치려고 한 게 아닌데...”
“......”
그래, 놀랄 수밖에 없지. 서울로 목적지를 잘못 설정하질 않나, 잠잠한 그새를 못 참고 인간 여자를 남준이 안고 데려왔으니까. 그 이유가 뭐든 간에 합당하고 그에 맞는 확실한 진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정국은 머릿속으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첫눈에 반했을뿐더러 우리를 찾아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아서 데려온 주제에 말을 더럽게 많아 보이는 한 여자였다.
“당신들이 그 빌어먹을 신들이야?”

“... 신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우리 둘에겐 너무나도 잊지 못할 첫 만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