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에서 기다릴게

10화) 보고싶으면 연락해

태현은 여주의 아파트 앞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성이고 있었다.


이유?

이유라면..그냥 여주가 보고싶어서.


집앞에서 기다리면 혹시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연락처가 있는데 왜 연락을 안하냐고?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들고 하염없이 기다리냐고?

그건 태현도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어본 질문이었다.


연락하면 된다.
전화 한 통이면, 메시지 한 줄이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괜히 연락했다가,
여주가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하지.


보고 싶어서.

그 말 하나를 하기엔,


태현은 아직 너무 겁이 났다.


그래서 결국 할 수 있는건 여주의 집 앞을 서성이는 것뿐이었다.


“하…”

태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 화면을 켰다.


여주의 이름을 누르고,
메시지 창을 열었다.


[뭐 해?]


잠시 고민하다가 지웠다.


[집이야?]


또 지웠다.


[나 누나 집 앞인데.]

“…미쳤냐, 강태현.”


중얼거리며 마지막 문장까지 지웠다.


그렇게 몇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순간이었다.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태현은 재빨리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고 사람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


여주의 목소리.

분명 여주 목소리였다.


태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역시 여주다.

태현을 바라보며 눈이 동그래져 있다.


“아.. 안녕..?”


여주는 비에 맞아 머리카락이며 옷이며 다 젖어 있었다.


워낙 갑작스러운 비였기에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듯했다.


태현은 그런 여주를 한참 바라보았다.


“…왜 비 맞고 있어..“


“그게..갑자기 와서..”


“우산은?”


“없어“


“왜?“


“없으니까..?“


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여주가 보고 싶어서 이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을 서성였는데.


막상 눈앞에 나타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감기 걸려”


“괜찮아”


“안 괜찮아”


태현이 무심코 내뱉었다.


여주가 태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근데 태현아. 너 오늘 왜 여기 있어?”


…어떻게 말하지


“그냥”


“그냥?”


“응”


“여기서 뭐 하는데?”


“……”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쓰고있던 우산을 여주 쪽으로 내밀었다.


“써“


“너는?”


“난 괜찮아”


여주가 우산을 받아 들지 않고 태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태현의 손에 들린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는 메시지 창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입력창에는 쓰다만 문장이 남아 있었다.


[나 누나 집 앞인데.]


여주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설마”


태현도 화면을 보고 굳어버렸다.

“아“


급하게 화면을 끄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너 나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그럼?”


“그냥 지나가다가“


“여기서?”


“..응”



여주가 그런 태현이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강태현”


“왜,,“


“거짓말 진짜 못해..”


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주는 잠시 태현을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태현이 내민 우산을 받아들었다.


“같이 쓰자.”


“…뭐?“


“같이 쓰자고.”


여주가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태현의 옆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좁은 우산 아래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서게 됐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가까웠다.


태현은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근데”


“응.”


“나 기다린 이유는 말해줘“

“이유가.. 뭐야?”


태현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빗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가득 채웠다.


결국 태현은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보고 싶어서”


“뭐?”


“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태현은 여주를 똑바로 바라봤다.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그냥?”


“누나가 나 안 반겨줄까 봐”


“그래서 연락도 못 하고 여기서 기다렸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여주가 우산 손잡이를 조금 더 꽉 잡았다.


“…바보”


“알아“


“진짜 바보 같아..”


“응“


여주의 눈에 눈물이 비쳐 반짝였다.


“보고 싶으면 연락하면 되잖아.”


태현의 눈이 흔들렸다.


“내가 싫다고 한 적도 없는데“


“……”


“다음부터는 비 맞으면서 기다리지 말고”


“그냥 연락해”

“그러려고 번호 준 거 아니야?”

그 말에 태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알겠어“


“약속”


“응“


“진짜지?”


“진짜“


여주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천히 걸었다.


태현은 여전히 심장이 정신없이 뛰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후회하지 않았다.


여주를 봤고

보고싶었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태현은 우산을 살짝 기울였다.

더 이상 여주가 혼자 비에 젖지 않도록.

자신이 대신 젖어줄 수 있도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댱..!

태현이.. 순정남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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