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우선 여기에 앉아서 얘기 좀 나눌까요? 뭐 소개도 할 겸.
━ 좋아요!
우리는 호석 씨의 말대로 모두 자리에 앉기로 했는데 호석 씨가 먼저 앉고 다들 앉는데 내가 앉자 박지민 씨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이로써 여자분들의 눈빛도 싸했다.
━ 그럼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본인이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하는 사람 다음으로 지목하면 그 사람이 소개하는 거로.
━ 음! 좋아요.
━ 좋아요, 저도.
━ 아 근데 지민 씨? 앞에 그만 쳐다보시고 제 얘기 좀 들어주시죠?

━ 네···? 아, 네.
호석 씨의 말에 난 고개를 틀어 지민 씨를 쳐다보았다.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다. 호석 씨가 말한 건 듣지 않고 계속 나만 보고 있었나 보다.
━ 지민 씨 제가 뭐라고 말했어요.
━ 네···? 하하···.
━ 자, 잘 들어요. 본인이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하는 사람 다음으로 지목하면 그 사람이 소개하는 거예요.
━ 아, 네네.
당황해하는 지민 씨를 보니 좀 귀여웠다. 그런데 정말 나에게 호감 표시를 하는 건가? 나는 지민 씨를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호석 씨가 말을 꺼내길래 눈은 다시 호석 씨에게로 돌아갔다.
━ 그럼 저부터 할게요. 전 정호석이고, 스물여덟 살이에요.
━ 헐 정말요?
━ 왜요? 안 그래 보여요?
━ 네, 완전 동안이신데요?

━ 정말요? 고마워요. 그런 의미해서 여주 씨에게로 바통터치 할게요.
호석 씨의 나이를 공개하자 다들 별 반응이 없었는데 나만 놀랐다. 사실 나랑 동갑이거나 어릴 줄만 알았다. 웃을 때 더욱 그렇게 느꼈기에 나 혼자만 놀라, 말이 나왔지만 그로 인해 호석 씨도 기분이 좋아 보여 다행이었다.
━ 아, 저요? 저는 윤여주이고, 나이는 스물일곱이에요.
━ 정말요?!
아까 내가 말한 말의 톤보다 더 높고 더 놀란 표정으로 정국 씨가 내게 말했다. 나는 그에 나도 몰래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네ㅋㅋㅋ

━ 완전 동안이세요.
━ 에이 완전까지야···.
━ 스무 살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 그건 너무 갔고, 그럼 정국 씨 소개해 보세요. 정국 씨도 완전 동안일 거 같은데···.
━ 그냥 어릴 수도 있는데. 저는 전정국이고, 스물다섯 살이에요.
━ 어? 정말요?
사실 나보다 어릴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정말 어렸다. 그래봤자 두 살 차이긴 하다만, 연애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다고 본다.
━ 누나네요.
━ 네···? 아 그렇죠?

━ 자자, 벌써부터 연애하지 마시고 이어서 해봅시다.
━ 연애라니요···. 민망하게.
━ 귀엽네요.
첫날부터 정국 씨는 나에게 꽤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속으로는 좋았지만, 겉으로는 눈치 보는 게 먼저였다. 지민 씨 말이다. 분위기에 이끌려 원래는 내가 걸리면 지민 씨를 택하려고 했는데 정국 씨를 먼저 택해버렸다. 하지만, 눈치만 보일 뿐이지 후회는 안 한다. 정국 씨도 궁금했으니까.
━ 전 가림 씨 할게요.
━ 아, 저는 스물여섯 살 박가림이에요. 또 현대무용 좋아해요.
이 뜻은 그냥 지민 씨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말한 거 아닌가? 가림 씨의 말에 이 공간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중 호석 씨가 다시 분위기를 이끌었다.
━ 아, 현대무용 좋아하시군요. 스트릿하고는 정반대인데 어떻게 좋아하게 되셨어요?
━ 그냥···. 오늘 갑자기 좋아졌어요.
━ 아 그러시구나. 그럼 다음 지목해요.
━ 현대무용이요.
가림 씨는 지민 씨를 보며 ‘현대무용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민 씨는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넋 놓고 있다가 못 들은 듯했다.

━ ······.
━ 지민 군 집중.
━ 네? 아, 네. 저는 박지민이고, 스물일곱 살이에요. 우리 동갑이네요?
갑자기 훅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지민 씨와 나만 동갑이었다.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말은 ‘네’뿐이었다.
━ 아, 네···.
━ 말 놓을래?
물어보면서 먼저 말 놓는 건 뭐지? 약간 당황했다. 그래도 안 놓는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난 좋다고 했다.
━ 응, 그래!
━ 좋네. 그럼 다음 분 예리 씨.
━ 아 전 스물다섯 살 이예리이고, 전 힙합댄스 좋아해요!
그러면서 예리 씨는 호석 씨에게 눈웃음을 쳤다. 뭐지? 지금 이 상황? 지민 씨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던 예리 씨는 갑자기 호석 씨에게로 갈아탄 모양이다. 나야 고맙긴 하다만, 굉장히 의문스러웠다.
━ 아, 그래요? 힙합댄스 다음에 한 번 가르쳐 드릴게요.
━ 헐 정말요? 좋아요···.

━ 굉장히 민망하네요.

━ 그럼 호칭 정리는 뭐 어떻게 할까요? 남자들은 그냥 형이라고 부르고. 말 놓을게. 다 말 놔.
━ 그래, 형.
━ 어, 형.
━ 지민이 형도 저한테 말 놔요.
━ 너는 놓지 마.
━ 네?
━ 장난이야. 놔.
━ 그럼 전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 아, 당연히 되죠. 말도 놓아요, 편하게.
━ 응, 호석 오빠.
━ 나머지 가림 씨랑 예리 씨도 그냥 편하게 말 놓고 오빠라고 불러요.
━ 아, 응! 오빠···.
━ 응!

━ 누나, 전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 네? 아···. 이미 누나라고 부르면서 허락받는 건 뭐예요···.
━ 아ㅋㅋㅋ 실수. 그럼 누나라고 부를게요.
━ 그래요.
━ 누나는 그냥 저 편하게 불러요.
━ 그래···. 정국아.

━ 우리는 아까 먼저 말 놓았으니까 한번 잘 지내보자, 여주야.
━ 어? 어···. 그래, 지민아.
━ 전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 저도요!
━ 불러도 되는데 여자들은 존댓말 해줬으면 좋겠는데.
━ 아··· 네.
━ 장난이야ㅋㅋㅋ 편하게 말해.
“응, 언니!”
━ 그럼 뭐 대충 호칭 정리는 됐고, 좀 각자 못 본 곳이나 나머지 공간들 더 둘러보고 좀 쉬다가 우리 저녁해요.
━ 응, 그래!
각자 흩어지기 시작했고, 정국이가 나를 슬쩍 따로 불렀다.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았다.

━ 누나, 우리 얘기 좀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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