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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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심기가 불편한 호랑이를 건드릴 수는 없어
조심스레 현관으로 향했다

도어락 대신 지문 인식 기기가 달려 있었다

그 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철컥 소리가 나고는
곧바로 문이 열렸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황현진은 흐뭇한 웃음을 보이며
손가락조차 가져다 대기 귀찮은 날에는
눈높이 위치에 있는 소형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라며
집 안으로 휙 들어갔다

문에 달린 카메라 렌즈를 한참 찾다가 들어오니
이미 잠옷으로 환복한 황현진이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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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집은 코앞인데
들어오기까지 한세월 걸린다, 그치? ”


뜨끔했다

머쓱하게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소파에 앉자
황현진은 잠옷 하나를 얼굴에 툭 던졌다


“ 내 거라서 좀 크긴 할 텐데 일단 갈아입고 와 “









환복 후 소파에 나란히 앉아 짧은 수다를 떨었다

나를 여자친구라고 속인 이유가
내부 유출 문제 때문이었던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황현진은 마냥 날카롭기만 했던 첫인상과는 달리
은근 여린 속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언급을 한 건 아니지만
내 사소한 언행이 황현진의 기분을 만드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집사님께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라며
조금이라도 날선 말투가 나오면
어쩔 줄 몰라 말을 더듬었고
뻔한 농담에 환하게 웃으면 고개를 푹 숙여
웃음을 감추는 듯한 행동을 했다

집사님과 학생들에게는 한없이 냉한 이미지를 보여도
나에게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황현진의 진짜 모습을 보고난 후로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들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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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히 들어가 ”


평소 같았으면 밖으로 나와 카니발이 출발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을 황현진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윗층에서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네고
따라 나오지는 않았다

현관문 앞에 정차된 카니발을 보니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가시죠, 아가씨 ”


탑승 후에도 창문 너머 보이는 넓은 집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 아니 진짜라니까? 걔가 직접 봤대 ”


며칠 후 학교에서는 또 다시 떠들썩한 주제가 나왔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황현진

들리는 바로는 학교에서 유명한 부잣집 딸이
인재 교육을 갔다가 나와 황현진을 마주쳤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늘어놓기 바빴고
건달이 아닌 재벌집 아들이라는 것을 확신한 채
학교 내부를 들썩였다

소문이 사실이냐며 내게 몰려온 학생들에게
정확한 핑계를 대지 못하고
아니라는 말만 수없이 반복했다

땀줄기가 등을 타고 흘렀다

아직 아침 조회 시간이라
황현진이 오지 않을 것을 뻔히 알지만
속으로 빨리 와 달라며 싹싹 빌었다

식은땀이 교복을 적실 때쯤 뒷문이 쾅 열렸고
북적이던 교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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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진도 교실의 어수선함을 느꼈는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은 일제히 나와 황현진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지만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유지했다

곧바로 열린 앞문에 숨 막히는 정적이 끊겼지만
여전히 우리를 향하는 시선에
아무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 반장, 오늘 왜 이렇게 어수선하니? 인사해 ”

“ 차렷, 경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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