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09











남자는 민호에게 손목을 붙잡히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뒤늦게 몰려오는 통증에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손목을 주물렀다

욱신거리는 피부 위로 빨갛게 물든 손자국이 보였다

민호는 얕은 탄식을 뱉으며 입술을 씹었다

멀리서 실랑이를 벌이는 두 실루엣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겁먹은 태희의 얼굴을 마주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상한 감정이 속을 휘저을 뿐이었다


“ 내 이럴 줄 알았다 ”


편한 사이라는 핑계를 두고 태희 곁을 지키고 싶었다


태희를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 작은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손 안에 쏙 잡힌 따끈한 살결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 순간 태희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집은 마냥 어둡고 서늘했다


“ 아까 일은 고마워.. “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고맙다는 말인데도 이상하게 짜증이 솟구쳤다


“ 넌 애가 조심성이 없냐?
누가 그 어두운 골목에서 이어폰을 쳐 끼고 다녀? ”


날카로운 말들이 가슴을 푹 찔렀다

얼어버린 표정 위로 뜨거운 눈물이 왈칵 나왔다

애써 울음을 삼키며 입술을 앙 다물었지만
이내 볼 위로 눈물이 주륵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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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정신이 번뜩 들어
고개를 빠르게 내젓고 태희를 품에 안았다

크게 혼난 아이처럼
잔뜩 겁을 먹고 위축돼 있는 태희에게
뾰족한 말들을 내뱉은 것이 뒤늦게 후회됐다


“ 미안해 미안해.. ”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차갑던 가슴이 뜨거운 눈물로 물들었다

아이처럼 엉엉 우는 태희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음이 멎기를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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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


민호의 한숨이 정적을 깼다


“ 이제 좀 괜찮아? ”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입에서 터지듯 나온 숨은
안도의 한숨이었는지
복잡함이 섞인 한숨이었는지 모를 만큼 얇고 깊었다

퉁퉁 부은 눈을 괜시리 한 번 더 비볐다

민호는 꾹 다문 입술을 곧장 물어뜯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 목에서 막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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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안 먹었지? ”

“ .. 응… ”

“ 닭발 시켰어, 이따 부르면 나와 ”


건조한 한 마디를 내뱉고 자리를 떴다

민호는 화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름 나를 달래주려 노력 중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주는 것

서투르지만 그게 민호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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