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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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민호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학교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나와 마주칠 때마다 눈을 피하고, 대화도 섞지 않았다

생각했던 대로 민호는
나와의 접점을 최대한 피했고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어 보려 사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칼같이 끊어내기 일쑤였다

익숙했던 일상이 무너졌다

매일 같이 밥 먹고 수다 떨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혼자 길을 걸을 때면,
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계속 민호 생각이 났다

짓궂은 장난도 익살스럽게 찡그린 얼굴도
다시는 보지 못했다









학식 디저트 메뉴로 민호가 좋아하는 푸딩이 나왔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홍합탕을 앞에 두고도
푸딩에만 시선이 갔다


“ 뭐야, 안 먹어? ”

“ 오늘따라 입맛이 없네 ”


밥을 겨우 한 술 뜨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너 푸딩 좋아하지? ”


친구 식판 옆에 푸딩을 턱 놔두고
잔반 처리기로 향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통 안에
식판을 뒤집어 남은 음식을 와르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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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오세요~ ”


매장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여느 때와 같이 카운터에 몰린 손님들을 바쁘게 쳐냈다

평소보다 많은 손님 수에 허덕이며 일했지만
유난히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종일 포스기를 두드려 댔다

1시간쯤 지난 것 같아 휴대폰을 켜 보면
고작 20분이 지나 있었고

홀 테이블을 닦고 주방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와도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3시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던가

차라리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근무에만 몰두하니
금세 해가 저물었다

꽉 차 있던 홀도 손님이 하나 둘씩 빠지며
점차 빈 자리가 늘어갔다

저녁 9시 반

마감을 전부 끝내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퇴근 시간만을 기다렸다

홀과 화장실을 쓸고 닦으며 꼼꼼하게 마감을 끝냈는데도
그 시간이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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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구겨져 있던 인상이 잠시나마 풀렸다

고등학교 동창인 혜민이와
투닥거리며 연락을 주고 받을 때쯤

새로운 말풍선 여러 개가 채팅창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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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대신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휴대폰 너머로
혜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태히~ 어디야? 아직 매장이야? “

” 응 ㅠ 곧 퇴근이긴 한데 아직 좀 남았어
오랜만에 애들 만났나 보네? “

” 어~ 여기 민지랑 수연이랑 재윤, 민호 있는데 올래? “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 아니, 너무 피곤해서 집 가자마자 자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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