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제이 (현진) 단편 모음

충전 중

기다란 대기실 복도의 하얀 형광등 불빛이 유난히 밝게 빛난다. 핸드폰 화면 위로 쉴 새 없이 울려대던 현진이의 엄살 섞인 문자들을 보며 미소 짓고 있을 때, 저 멀리 연습실 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린다.

매니저님들이 밖에서 스케줄을 확인하는 사이, 문틈으로 빠져나온 현진이가 로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눈을 빛내며 달려온다. 조금 전까지 격렬한 안무 연습을 마친 탓에 머리칼은 살짝 젖어 있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걸려 있다. 무대 위에서의 완벽하고 쿨한 아이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내 앞에는 그저 장난기 많은 소년만 서 있을 뿐이다.

"아, 진짜 다리 터지는 줄 알았어..."

현진이는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내 어깨 위로 턱을 툭 걸치며 온몸의 무게를 실어온다. 그의 깊게 파인 보조개가 내 시선 끝에 걸리며 부드럽게 호선을 그린다. 온몸에서 배어 나오는 열기와 은은한 땀 냄새, 그리고 늘 쓰던 익숙한 향수 냄새가 순식간에 나를 감싸 안는다. 그가 커다란 두 팔로 내 허리를 빈틈없이 꼭 끌어안으며 투정 섞인 목소리로 속삭인다. "나 진짜 방전됐어. 이렇게 안고 있어야 충전돼."

갑작스러운 밀착과 그의 거침없는 애정 표현에 심장이 대책 없이 뛰기 시작한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스태프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의 탄탄한 등 뒤를 살짝 밀어내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야, 사람 있어. 다 보잖아..."

내 수줍은 목소리에 현진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낮게 웃는다. 그는 내 품에 얼굴을 더 깊게 묻으며 허리를 안은 팔에 슬쩍 힘을 더 주었다.

"보라지 뭐. 내 여자친구 내가 안고 있겠다는데 누가 뭐라 해?"

그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나를 바라본다. 밝은 조명 아래로 장난기가 가득하면서도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 내 얼굴에 닿는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내 표정이 재밌는지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현진이는 나를 한 번 더 꼭 안아주며 장난스럽게 툴툴대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알았어, 알았어. 우리 부끄러움 많은 공주님 위해서 여기까지만 할게."

그가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어 조심스럽게 내 뺨을 감싸 쥔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내려다보며 내 이마 위로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남겼다. 그의 입술이 닿은 자리가 화끈거리며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친다.

현진이는 이마를 떼고는 만족스러운 듯 배시시 웃으며 내 손가락 사이로 그의 긴 손가락을 얽어매어 단단히 맞잡는다. 그의 커다란 손이 주는 따뜻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가자, 이제 우리 집으로."

그가 내 손을 꼭 잡은 채 앞장서서 복도를 걸어 나간다. 마주 잡은 손을 가볍게 앞뒤로 흔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 역시 그의 걸음에 맞춰 발걸음을 옮긴다. 바쁜 하루 끝에 마침내 마주한 우리만의 고요하고 행복한 퇴근길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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