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12

쿠닉
2026.08.02浏览数 58
성호의 팔 상처는 다행히 깊지 않아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여주는 그날 이후로 성호의 오른팔을 볼 때마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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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주방.
성호는 평소처럼 셔츠 소매를 걷고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여주가 급히 다가왔다.
여주 "...대표님."
성호가 고개를 돌렸다.
성호 "네."
여주 "상처 아직 다 안 나았잖아요."
성호 "...괜찮습니다."
여주 "또 괜찮대."
여주는 살짝 인상을 쓰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붕대는 풀었지만 아직 붉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여주 "무거운 거 들지 마세요."
성호 "..."
여주 "오늘 아침은 제가 할게요."
성호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성호 "...할 줄 아십니까?"
"..."
여주 "...그 표정은 뭐예요?"
성호 "조금 걱정돼서."
여주 "대표님!"
여주가 입을 삐죽 내밀자 성호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성호 "...도와드리겠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나란히 주방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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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앗!"
프라이팬을 뒤집던 여주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계란이 반쯤 접히다 말고 엉망이 된 것이다.
성호는 그 모습을 보더니 조용히 뒤에서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았다.
성호 "...손목을 조금만 더 이렇게."
순간.
여주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들려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성호와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여주 "...아, 알겠어요."
성호도 뒤늦게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성호 "...죄송합니다."
여주 "아니에요."
잠깐의 정적.
둘 다 괜히 다른 곳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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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
두 사람은 거실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주 "...대표님."
성호 "네."
여주 "궁금한 게 있는데."
성호 "...말씀하세요."
여주 "왜 그렇게 혼자 계시는 걸 좋아하세요?"
성호의 젓가락이 잠시 멈췄다.
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호 "...좋아하는게 아닙니다."
"..."
"익숙하고 편한겁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여주의 표정이 굳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성호 "그 뒤로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지만."
"..."
"늘 회사가 먼저였습니다."
"..."
"저도 언젠가는 회사를 이어받아야 했고,"
"..."
"그래서 일만 했습니다."
성호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여주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성호는 계속 말했다.
"친구도 많지 않았습니다."
"..."
"누군가를 믿는 법도 배우지 못했고요."
"..."
"그러다 보니 혼자가 편해졌습니다."
식탁 위로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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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성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호 "...여주 씨는요?"
"왜 그렇게까지 아버님을 혼자 책임지려고 하셨습니까?"
여주는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여주 "...우리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
"엄마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아빠가 혼자 저를 키우셨어요."
"..."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시면서."
"..."
"그래서 이번엔 제가 아빠를 챙겨드리고 싶었어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눈가는 조금 붉어져 있었다.
"...저한테 가족은 아빠 한 명뿐이거든요."
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여주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
저녁.
거실 창밖으로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차를 마셨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성호가 조용히 말했다.
성호 "...감사합니다."
여주가 고개를 돌렸다.
여주 "뭐가요?"
성호 "...이야기해 주셔서."
여주가 싱긋 웃었다.
여주 "...대표님도요."
성호 "그리고..."
"가족이 아버지 한 명뿐이라는 말은 안 맞는 것 같은데.."
여주 "네?"
성호 "계약이긴 해도... 지금은 저도 여주 씨의 가족입니다."
"..."
잠시 시선이 마주쳤다.
처음 만났을 때는 차갑기만 했던 눈동자.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 안에는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온기가 담겨 있었다.
성호는 문득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퇴근하면 다른 곳에 들리지 않고 얼른 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고.
이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여주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여주 역시 깨닫고 있었다.
처음에는 계약 상대였던 남자가.
어느새 가장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