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누나 어디예요?
나 강의실 앞.
저 지금 가요.
나는 피식 웃었다.
어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오늘은 안 뚝딱거릴게요.
과연 얼마나 잘할까 싶었다.
*
잠시 후 복도 끝에서 원빈이 걸어왔다.
나를 발견한 순간.
딱 멈췄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깐 정적.
"...누나."
"응."
"...안녕하세요."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왜요?"
"어제 뭐라고 했어?"
원빈이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피했다.
"...기억 안 나는데요."
"오늘은 안 뚝딱거린다며."
"아."
원빈 귀가 빨개졌다.
"...그건."
"실패?"
"...네."
"진짜 너 너무 웃겨."
원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듯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오늘은 제가 데이트 코스 정했어요."
"데이트?"
"...네."
원빈이 말하고 나서 스스로도 당황한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냥... 같이 놀러 가는 거."
"데이트라고 해도 되는데."
"..."
원빈이 나를 바라봤다.
"진짜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말에 원빈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
원빈이 데려간 곳은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셀프 사진관이었다.
"여기?"
"네."
"너 이런 데 가봤어?"
"처음이에요."
"근데 누나랑 찍고 싶어서...."
나는 괜히 웃음이 났다.
나랑 만나려고 이것저것 찾아본 모양이었다.
부스 안에 들어가자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찰칵.
사진을 확인하자 원빈은 표정이 너무 굳어 있었다.
"푸하하."
"왜요."
"너 왜 이렇게 굳었어?"
"...긴장해서요."
"사진 찍는데?"
"...누나랑 찍으니까."
순간 웃음이 멈췄다.
원빈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바로 시선을 피했다.
"다시 찍자."
두 번째 사진.
이번에는 내가 원빈 옆으로 가까이 붙었다.
"웃어봐."
"..."
"원빈아."
"네."
"웃어."
나는 손가락으로 원빈의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찰칵.
사진이 찍히는 순간 원빈이 그대로 굳었다.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귀 빨개졌는데?"
"더워서 그래요."
"여기가?"
"...네."
나는 결국 웃었다.
"진짜 귀엽다."
"...누나."
"응?"
"그 말 하지 마세요."
"왜?"
"더 긴장돼요."
*
사진을 고르고 나오는 길.
우리는 근처 카페에 들렀다.
사진을 보면서 웃고 있는데 원빈이 내가 고른 사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거 저도 가질래요."
"왜?"
"...좋아서요."
"뭐가?"
"사진이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사진 한 장을 건넸다.
"가져."
원빈은 조심스럽게 사진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그 뒤로는 평범하게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
집에 가기 전 소품 가게 앞을 지나게 됐다.
나는 진열장에 놓인 작은 키링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어? 이거 귀엽다."
"살 거예요?"
"아니."
나는 웃으며 다시 걸었다.
"그냥 귀여워서."
원빈은 잠깐 진열장을 바라봤다.
"...가요."
"응."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원빈을 따라갔다.
*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밤이었다.
"오늘 재밌었어."
"저도요."
"사진도 잘 나온 것 같고."
"네."
"다음에 또 찍자."
원빈이 웃었다.
"...네."
나는 손을 흔들었다.
"나 들어갈게."
몇 걸음 걸었을 때였다.
"누나."
뒤에서 원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원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원빈이 잠깐 망설이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을 아주 살짝 잡았다.
나는 그대로 멈췄다.
원빈도 놀란 듯 손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곧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
"왜?"
"...오늘 헤어지기 아쉬워서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사람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애였다.
그런 원빈이 지금은 내 손끝을 붙잡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게 설렜다.
"...그래."
나는 다시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원빈도 내 옆에 앉았다.
잠깐의 침묵.
그러다 원빈이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이거."
"뭐야?"
"선물."
봉투를 열자 아까 소품 가게에서 봤던 키링이 들어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아까 그거잖아."
"...네."
"너 샀어?"
"네."
"언제?"
"누나가 안보고 있을 때."
나는 키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바라봤다.
"내가 그냥 귀엽다고 한 건데."
"기억해뒀어요."
"...왜?"
원빈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누나가 좋아한다고 한 거니까."
별것 아닌 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 이런 거 처음 받아봐."
"진짜요?"
"응."
나는 가방에 바로 키링을 달았다.
"예쁘다."
"잘 어울려요."
원빈이 웃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데 또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후배가.
오늘따라 자꾸 남자로 보였다.
나는 괜히 키링만 만지작거렸다.
"...고마워."
"별거 아닌데요."
"아니야."
나는 원빈을 바라봤다.
"나 진짜 좋아."
원빈의 귀가 다시 빨개졌다.
그걸 보자 웃음이 났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운 뒤에도.
아까 내 손끝을 잡던 감촉이 자꾸 생각났다.
'...큰일 났네.'
아무래도 나는.
박원빈을 조금씩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근데 저만 언니라고 보이나요????
수정하려고 들어가면 다 누나라고 적어놨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