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 단편 모음

고요한 오후의 약속

거실은 거대하고 구조공학적인 걸작품에 완전히 점령당해 있었다. 식탁 의자란 의자는 전부 끌어다 쓰고, 소파 등받이에, 무거운 벨벳 담요와 침대 시트 산까지 총동원해 찬연 오빠는 지난 한 시간 동안 아파트 바닥 한가운데에 사방으로 넓게 퍼진 아늑한 이불 요새를 짓는 데 시간을 보냈다.

빅오션의 리더로서 보여주던 엄격하고 위엄 있는 모습은 오늘만큼은 완전히 서랍 깊숙이 넣어둔 듯했다.

오빠는 마침 요새 입구에서 뒤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중이었는데, 밝은 노란색 오버사이즈 맨투맨을 입고 있어 넓은 어깨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말랑하고 안아주고 싶게 포근해 보였다. 이불에 연신 쓸린 탓에 흑발은 온통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커피 테이블 옆에서 기다리는 나를 발견한 순간, 오빠의 얼굴 가득 햇살 같은 커다란 미소가 활짝 피어올랐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완공됐습니다." 찬연 오빠는 자랑스럽고 의기양양한 웃음을 터뜨리며 조잘거렸다. 오빠의 낮고 사르르 녹아내리는 목소리가 다정한 반말을 타고 방 안을 순식간에 따스한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오빠는 이마에서 가짜 땀방울을 닦아내는 시늉을 했다. "구조적 안정성 100퍼센트 보장해. 어서 들어와, 내 사랑."

"오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개들을 지붕으로 다 써버리면 어떡해." 내가 소파 쿠션에 몸을 기댄 채 완전히 편안한 자세로 부드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위로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절대 안 무너져! 나 완벽주의자잖아." 오빠가 재미있다는 듯 쉰 목소리로 웃으며 받아쳤다. 오빠의 눈가에는 언제나 나의 이성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깊고 진한 다정함이 한가득 서려 있었다.

내가 더 장난을 치기도 전에, 오빠는 요새 바닥에 깔린 두껍고 푹신한 구스 이불 위로 나를 빠르게 이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오빠는 내 바로 옆으로 기어 들어와 천으로 된 입구를 닫아걸었고, 우리를 둘만의 비밀스럽고 아늑한 안식처 속에 가두었다. 요새 내부는 위쪽 시트를 통과해 들어온 부드럽고 은은한 노란색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조금 전에 오빠가 만든 고소한 팝콘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오빠는 오랫동안 거리를 두지 않았다. 지체 없이 나를 자신의 품 안으로 스르르 끌어당겼다. 오빠는 푹신한 플리스 담요를 우리 둘의 어깨 위로 단단히 감싸 안으며, 자신의 넓은 가슴팍에 나를 안전하게 품어주었다. 

오빠는 우리 옆에 놓인 보울로 손을 뻗어 팝콘 한 조각을 집어 들더니 내 입술 바로 앞에 가져다 대었다. 소리 없이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느라 오빠의 어깨가 부드럽게 들썩였다.

"아 해봐." 찬연 오빠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살결에 닿는 오빠의 숨결이 따스하고도 장난스러웠다. "안에 계속 머물고 싶다면 요새 사령관님께 공물을 바쳐야 하거든요."

나는 부드럽게 킥킥 웃으며, 팝콘을 한 입 베어 무는 동시에 오빠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히 기대었다. 그 덕분에 오빠의 커다란 미소가 더욱 활짝 커졌다.

"되게 장난꾸러기 사령관님이시네." 나는 얼굴을 살짝 들어 오빠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놀렸다.

가까워진 거리감에 찬연 오빠의 숨결이 살짝 멋더니, 귀끝이 예쁜 장미빛으로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오빠는 고개를 숙여 내 코끝에 부드럽고 여운이 남는 입맞춤을 꼭 눌러 내린 뒤, 이어서 뺨 위로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벼운 입맞춤을 연달아 남겼다. 간질러움에 나도 모르게 새로운 웃음이 참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 마침내 오빠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부드럽게 맞닿았을 때, 그것은 순수하고 포근하며 달콤한 축복 그 자체였다. 이불 벽이 만들어 준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단단히 봉인된, 고요한 오후의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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