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号房间

第九集:假装不知道的终结

촬영이 끝난 뒤 호텔 로비는

빠르게 조용해졌다.

 

 

장비가 빠져나가고,

라운지 테이블이 정리되고,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사라졌다.

 

 

하지만 여주 머릿속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최연준입니다.”

그 한 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가명으로만 존재하던 사람이

오늘은 너무 쉽게 자기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여주가 먼저 끌어냈다.

 

 

-

 

 

“여주 씨.”

매니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여주는 돌아섰다.

“네.”

 

 

“아까 촬영 때 고생했어요.

근데 다음부터는 질문 대본 맞춰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매니저는 잠깐 여주를 보더니 말했다.

“아니에요 ㅎㅎ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
단지 연예인 촬영은 괜히 오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은 평범했지만,

이상하게 조금 더 무겁게 들렸다.

 

 

“알겠습니다.”

여주는 고개를 숙였다.

 

 

-

 

 

그날 저녁.

근무 교대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프론트에 전화가 걸려왔다.

“프론트입니다.”

 

 

잠깐 정적.

그리고 낮은 목소리.

“…여주 씨.”

 

 

심장이 바로 알아들었다.

연준이었다.

 

 

 

 

여주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고객님, 무슨 일로 전화 주셨습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작은 웃음이 났다.

“고객님 아니잖아요.”

“지금은 맞습니다.”

“…그래요?”

 

 

잠깐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밖에 잠깐 나올 수 있어요?”

 

 

여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업무 중입니다.”

 

 

“그럼 퇴근 후.”

 

 

“…”

 

 

“오늘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 말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여주는 결국 짧게 말했다.

“…언제요.”

 

 

“로비 밖 벤치.

퇴근 시간 맞춰 있을게요.”

전화가 끊겼다.

 

 

-

 

 

밤 9시 10분.

여주는 호텔 정문을 나왔다.

 

 

가로등 불빛 아래

벤치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앉아 있는 사람.

 

 

연준이었다.

 

 

 

 

모자도 없이,

후드티에 청바지.

완전히 평범한 차림.

 

 

그는 여주를 보자마자 일어났다.

“…나오셨네요.”

 

 

“잠깐만입니다.”

여주는 거리 두듯 서 있었다.

 

 

연준은 한 걸음 다가왔다.

“…오늘 미안했어요.”

 

 

“뭐가요.”

“촬영.”

 

 

“그건 업무였습니다.”

 

 

“아니요.”

연준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곤란해질 수도 있었잖아요.”

 

 

여주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웃었다.

아주 작게.

“지금 걱정하시는 게 그거예요?”

 

 

“…네?”

 

 

 

 

“제가 곤란해질까 봐? ”

 

 

연준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게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정적.

차 지나가는 소리만 멀리서 들렸다.

 

 

여주는 잠깐 벤치를 봤다.

그리고 앉았다.

“…5분만요.”

 

 

연준도 옆에 앉았다.

둘 사이엔

한 사람 정도 거리.

 

 

“아까 이름 말했을 때.”

여주가 말했다.

“놀랐죠?”

 

 

 

 

연준이 웃었다.

“솔직히요?”

 

 

“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왜요.”

 

 

“…여주 씨가 일부러 한 줄 알았거든요.”

 

 

“아니었어요.”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입에서 나왔어요.”

 

 

잠깐 정적.

연준이 천천히 말했다.

“…그럼 이제 알죠.”

 

 

“뭐를요.”

 

 

“우리가 언제까지 모르는 척

못 한다는 거.”

 

 

여주는 그 말을 듣고

벤치 앞 바닥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알아요.”

 

 

연준은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는 말을 멈췄다.

“…그래도 계속 볼 거죠?”

 

 

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예약은 하셔야죠.”

 

 

잠깐.

연준이 웃었다.

진짜로.

 

 

-

 

 

그날 밤.

호텔 예약 시스템에

새 예약이 하나 들어왔다.

 

 

[예약자: 최연준]

가명 없이.

 

[객실 요청사항]

1205호

가능하면 프론트 여주 근무일에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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