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容同人小说] 有男子气概的男人

第五集:真男人的爱

마지막 촬영 날 아침, 정하은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늦잠을 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일찍 눈이 떠져서 한참을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 프로젝트는 끝이었다. 매일같이 확인하던 콘티도, 촬영장 동선도, 대기실 앞에서 괜히 마주치던 이태용도 더는 볼 일이 없어질지 몰랐다. 그 생각을 하자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허전했다. 분명 일 때문에 만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태용은 하은에게 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촬영장은 마지막 날답게 분주하면서도 조금 들떠 있었다. 스태프들은 “오늘만 끝나면 진짜 끝이다”라며 서로를 격려했고, 하은도 체크리스트를 들고 평소처럼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대기실 앞을 지나던 순간, 문이 열리며 태용이 나왔다. 하은은 발을 멈췄다. 태용도 하은을 보고 잠깐 멈췄다. 둘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지난번 “기대도 되니까”라는 말을 들은 뒤로, 하은은 태용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다. 그 말이 자꾸 생각났고, 생각날 때마다 심장이 쓸데없이 빨리 뛰었다.

 

 

 

 

“안녕하세요.” 하은이 먼저 인사했다. 태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잤어요?” 너무 평범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하은은 순간 대답을 놓쳤다. “네?” “피곤해 보여서요.” “아, 조금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말하고 나서 하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태용이 그 말을 싫어한다는 걸 뒤늦게 떠올렸기 때문이다. 태용은 그런 하은을 보다가 아주 살짝 웃었다. “또 괜찮다.” 하은은 민망해서 시선을 내렸다. “습관이에요.” “고치면 되죠.” 태용은 담담하게 말하고 촬영장 쪽으로 걸어갔다. 하은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고치기 어려운 건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태용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이었다.

 

 

마지막 촬영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태용은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완벽했고, 하은은 그 모습을 최대한 일로만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 속 태용의 눈빛이 달라질 때마다, 하은은 지난 며칠을 떠올렸다. 넘어질 뻔한 자신을 잡아주던 손, 비 오는 날 씌워준 우산, 회의실에서 조용히 건네던 캔커피, 그리고 기대도 된다는 말. 하은은 결국 모니터에서 시선을 뗐다. 이대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촬영이 끝나자 박수가 터졌다. 클라이언트도 만족했고, 선배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은은 마지막 체크리스트에 완료 표시를 하며 애써 웃었다. 끝났다. 정말 끝나버렸다. 스태프들이 하나둘 짐을 정리하고, 태용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하은은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괜히 파일을 품에 안았다. 지금 가서 수고하셨다고 말하면 된다. 그냥 평범하게, 아무렇지 않게. 그런데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태용이 먼저 하은 쪽으로 걸어왔다.

 

 

 

 

“정하은 씨.” 태용이 불렀다. 하은은 고개를 들었다. “네.” “오늘 끝나고 잠깐 시간 돼요?” 하은의 손끝이 굳었다. “왜요?” “할 말이 있어서요.” 태용은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눈빛은 조금 달랐다. 하은은 그걸 보고 더 긴장했다. “네. 됩니다.” 대답이 나오자마자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태용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하은은 그 자리에 남아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할 말. 그 세 글자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모든 정리가 끝난 뒤, 하은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태용이 메시지로 알려준 장소였다. 옥상에는 작은 벤치와 낮은 조명이 있었고, 멀리 도심 불빛이 보였다. 태용은 먼저 와 있었다. 검은 코트를 걸친 채 난간 옆에 서 있던 그는 하은을 보고 몸을 돌렸다. 하은은 일부러 씩씩하게 걸어갔다. “할 말이 뭔데요?” 태용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참 하은을 바라봤다.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하은은 괜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지금은 이상하게 말을 고르는 게 다 보였다.

 

 

“프로젝트 끝났으니까요.” 태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일 때문에 보는 건 아니잖아요.” 하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래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태용은 잠깐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하은을 봤다. “신경 쓰인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하은은 숨을 멈췄다. 태용의 목소리는 낮았고, 조금 느렸다. “처음에는 그냥 위험해 보여서 잡았고, 밥 안 먹는 것 같아서 챙겼고, 비 맞고 있어서 우산을 줬는데.” 태용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는 그냥 계속 보고 있더라고요. 하은 씨를.”

 

 

하은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태용은 멋있는 말을 하려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툴게 자기 마음을 하나씩 꺼내놓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 진심처럼 느껴졌다. “저 원래 이런 말 잘 못합니다.” 태용이 말했다. “아는 것 같아요.” 하은이 작게 대답하자, 태용의 입가가 희미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태용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좋아합니다. 정하은 씨.”

 

 

하은은 눈을 깜빡였다. 이미 예상했는데도, 막상 들으니 마음이 전부 멈춘 것 같았다.

하은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저는 태용 씨가 되게 어려웠어요.” 태용은 조용히 들었다. “처음엔 차갑고, 무섭고, 상남자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하은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작게 웃었다. “알고 보니까 말만 좀 못하지, 되게 다정한 사람이더라고요.” 태용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말을 못한다는 건.” “맞잖아요.” 하은이 바로 받아치자 태용은 더 반박하지 못했다. 하은은 그런 태용을 보며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래서 저도 신경 쓰였어요. 많이요.”

 

 

 

 

태용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

 

 

“저도 좋아해요.” 하은이 먼저 말했다. 이번엔 태용이 말을 잃었다. 늘 담담하고 무심하던 사람이 그렇게 멈춰 서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낯설고 귀여웠다. 하은은 괜히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상남자라면서요. 고백받고 왜 그렇게 굳어 있어요.” 태용은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낮게 웃었다. 하은이 처음 듣는, 조금 풀어진 웃음이었다. “그러게요. 생각보다 어렵네요.” “뭐가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멋있는 척하는 거요.”

 

 

바람이 조금 차게 불었다. 하은이 어깨를 움츠리자 태용은 자연스럽게 한 걸음 더 가까이 섰다. 그리고 자기 코트 자락을 살짝 벌리듯 하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은은 그를 올려다봤다. “또 신경 쓰여서 그래요?” 태용은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네.” 짧고 단단한 대답이었다. 하은은 웃었다. 처음에는 그 무뚝뚝함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게 태용의 방식이라는 걸 알 것 같았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요란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마다 곁에 서주는 사람. 그게 이태용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건물을 내려가는 길, 둘은 나란히 걸었다. 손이 스칠 듯 말 듯 가까웠지만, 누구도 먼저 잡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 하은이 먼저 물었다. “그럼 이제 프로젝트 끝났는데, 우리 무슨 사이예요?” 태용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하은을 바라봤다. “제가 책임져도 되는 사이?” 하은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말 진짜 이상하게 하시네.” “싫어요?” “아니요.” 하은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태용은 그제야 하은의 손을 잡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하은은 다시 처음 그날을 떠올렸다. 차가운 줄 알았던 사람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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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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