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욕실 문을 여니
뿌연 김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저씨가 건네준 옷은 좋은 향기가 났지만
내가 입기엔 너무나 커서 소매를 덮었고
바지도 너무 커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아
헐렁한 바지를 붙잡고 나왔다

“ 빨리 씻었네 앉아서 좀 기다리고 있어 ”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큰 덩치에 가려져 아저씨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몰래 눈을 굴려 집을 구경했다
티비 옆에 놓인 디퓨저와
건조대에 나란히 널린 빨래들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고는 깔끔해 보였다
집안 은은하게 퍼진 보송한 향기와 따뜻한 장판 덕인지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왔다
“ 어이 꼬맹이 자지 말고 와서 밥 먹어 ”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아저씨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식탁 위에 턱 얹어 놓고는
내 앞으로 수저를 들이밀었다
“ 웬 된장찌개에요? “
“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했어
싫으면 굶던가~ ”
이 상황에서 태연하게 농담을 던지는 아저씨가
꽤나 웃겨서 픽 웃었다
배고픈 상태로 먹어서 그런지
된장찌개가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집밥이었다
아저씨는 그동안 내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가는 걸 자주 봤다며
밥을 잘 챙겨먹으라고 타일렀다
끼니를 매일 대충 해결하니 그렇게 마른 거 아니냐며
무진장 잔소리를 해댔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함이 마냥 좋았다
아저씨는 밥 먹는 중간중간에도
내가 밥을 잘 먹고 있는지 흘겨보며 확인했다
“ 왜요? ”
“ 먹을 만해? ”
“ 맛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