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11화. 두번째 전화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줄리앙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낯선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정아씨죠? 나... 줄리앙 엄마에요."





"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유정아 라고 합니다."





"정아씨... "





"네..."
 




"저...파리로 좀 와 줄 수 있어요?"





"파리요?"





"줄리앙한테... 일이 좀 생겼어요..."





"네? 무슨 일이요?

 줄리앙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전화상으로는 이야기하기가... 힘들어서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문득 줄리앙이 아직 부모님께 우리의 이별을

알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저... 혹시...

 줄리앙에게 저희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아... 아니요.

 그런 이야기 들은 적이 없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네..."





"하... 그랬군요.

 그래서, 정아 씨가 줄리앙 소식을 모르고 

 있었던 거였어요.

 이제야 알겠어요..."





"..."





"그래도 혹시 마음이 변하면...

 그러니까 내말은...

 파리로 와 달라는 내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 주겠어요?"





"알겠습니다... "





"헤어진 줄도 모르고 이렇게 전화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한 번쯤...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는 그녀와 통화를 마치고

머릿 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왜 줄리앙이 아닌 그의 어머니가 전화를 한 걸까?

줄리앙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왜 나한테 말하지 않는 걸까?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우리가 헤어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더는 일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짐을 잠시 미겔에게 맡긴 뒤
 
카페를 나섰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렇게 목적지 없이 마을을 걷다가

우연히 러닝 중인 훈지 씨를 마주쳤다.




"어이~ 아가씨, 

 일 안 하고 땡땡이 치는 거에요?"





"깜짝이야...

 훈지 씨야말로 대낮에 동네를

 이렇게 어슬렁거리니까

 꼭 백수 같아요.ㅎ"

 



"우리 이렇게 만난 김에 데이트나 할까요?"





"찬성입니다!"





"그런데 일하다 말고 왜 나왔어요?

 스트레스 받는 일 있었어요?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라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




"뭔데요? 털어놔 봐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요 지금."




"그래요?

 나는 정말 뭘 못 숨기나봐요.

 어쩜 이렇게 다 얼굴에 티가 나는 걸까요?"





"포커 페이스는

 나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거에요."




"누구요? 훈지 씨요?"





"그럼 누군데요~?"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어? 나 농담 아닌데?

 나 포커 페이스인 거 몰랐어요?"





"훈지 씨...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이건 거짓말 못 하겠네요.

 얼굴에 '나 화났어' 다 쓰여 있는데

 무슨 포커 페이스에요?"





"좋아요.

 그럼 지금 나한테 화가 날 만한

 이야기를 하나 해 봐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걸 보여 줄게요."




훈지 씨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방금 전 통화가 떠올랐다.





"사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좀 전에 줄리앙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또요?

 아니.... 헤어진 마당에

 왜 이렇게 전화를 하는 거에요?

 진짜 가만 두면 안 되겠네."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훈지 씨를 가만히 쳐다 봤다.




흥분을 감추지 못 하던 훈지 씨가

멋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나 흥분하는 거 보려고

 일부러 지어낸 이야기에요?"




"아니요...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그런데... 줄리앙 번호이긴 한데

 줄리앙이 전화를 한 게 아니라

 그 사람 어머니였어요."




"줄리앙 어머니가 

 정아 씨한테 전화를 했다는 거에요?"




나는 훈지 씨에게 통화 내용을

모두 이야기했다.




"맞아요.

 줄리앙 어머니가 나한테

 파리로 와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이건 또 무슨 이야기에요?

 파리로 와 달라고요? 왜요?"





"모르겠어요.

 전화로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자세한 말씀은 안 하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훈지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는 잠시 나를 보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 나랑 같이 가요."





"훈지 씨랑 같이요?"




"응. 

 안 가면 정아 씨가 마음이 찜찜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나는 정아 씨 혼자 보내기는 싫어요."





"알겠어요.

 그럼 훈지 씨가 같이 가줘요."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에요...?"    

<112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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