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14화.어둠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미안함에

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훈지 씨는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눈물을 닦아줬다.






나는 줄리앙 때문에 가슴이 미어졌고,

훈지 씨는 내가 흘리는 눈물로 가슴 아팠다.





공항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후 나는 길 위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줄리앙의 부모님께 사과하고 싶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줄리앙의 마음을 받아 주지 못했어요...

 제가...

 제가... 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두 분께 정말...

 죄송해요.
 
 줄리앙이 병원에 와 줬으면 했는데

 갈 수 없다고 했어요... "






줄리앙의 부모님은 날 감싸 안았다.


아무 말도 못 하신 채

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내 슬픔이 아들을 잃은 두 분의

슬픔에 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들이 공항을 떠나기 전에

따뜻하게 안아 드렸다.

나는 진심을 다해 두 분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줄리앙의 부모님과 헤어진 후,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게이트 앞에 앉아 있었다.





훈지 씨는 얼굴로 흘러 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며 내게 물었다.






"뭐 좀 마실래요?

 따뜻한 차나 커피라도...

 아니면 물 줄까요?"






나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훈지 씨의 얼굴을 봤다.

한동안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만 봤다.





그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나를 돌보느라 많이 피곤해 보였다.





"훈지 씨도 뭘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아직... 비행기 시간 좀 남았죠?"





"1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돼요."





"그럼 훈지 씨 뭐라도 먹어요."






"정아 씨는요?"






"나는... 따뜻한 거 마시고 싶어요."






"그래요. 알았어요.

 나한테 기대서 일어나요."





우리는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훈지 씨..."






"어, 말해요.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을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해 줄 테니까...

 말해봐요.
 
 ....

 내가 당신을 위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손을 잡았다.





훈지 씨가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여

나도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따뜻한 온도 때문인지, 카페인 때문인지

정신이 좀 드는 것 같기도 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날이 완전히 지고 어두워진 뒤에야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는 마치 슬픈 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피폐하고, 피곤하고, 나른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는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이내 그의 숨소리가 깊은 잠에 빠진 듯

고르게 들렸다.





나는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빼고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을 쐬면서 정신을 좀 차리고 싶었다.





한밤 중의 프리힐리아나는 적막했다.

내 발자국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낮의 평화롭고 따스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마을 위쪽 언덕길을 천천히 걸었다.

얼마나 오랫 동안 걸었을까...





멀리 네르하의 불빛이 보였고,

그 너머로 검은 지중해가 펼쳐져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훈지 씨를 잊지 못 했으면서

 줄리앙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

 줄리앙을 만나고 있으면서

 훈지 씨를 보러 한국으로 갔던 것일까?

 그가 아무 일도 없던 걸로 덮어주겠다고 했을 때

 거절 했던 거?

 내 선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온 마을을 다 헤맸어요." <11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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