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8화. 의심

sophie97
2026.06.27浏览数 55
지난 밤,
훈지씨 전화를 거절하다가 전원을 꺼버리고,
정확하게 몇 시에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 나보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눈은 너무 부어서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다.
눈 위에 얼음 팩을 하려고 주방으로 갔다.
지퍼팩에 얼음을 가득 넣어 소파에 가서 누웠다.
'아. 맞다...휴대폰...'
그 때서야
지난 밤 훈지씨 전화를 거절했던 게 떠올랐다.
휴대폰을 집어 들다 멈칫했다.
혹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두려웠다.
잠시 테이블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쳐다 보다가
드디어 전원을 켰다.
부재중 전화가 50통이 넘게 와 있었다.
그리고, 20여 통의 메세지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 거에요?]
[나 걱정돼서 미치겠단 말이에요.
제발 전화 좀 받아요.]
[제발 부탁이에요...]
[이번에도 전화 안 받으면 우리 정말 끝이에요.]
[전원은 왜 껐어요? 정말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온 메세지에서는
그도 기사를 확인한 듯 했다.
[그 기사 때문에 어제 그랬던 거에요?]
[정말 아무 일도 아닌데...
겨우 그런 걸로 그렇게 나를 못 믿었단 거에요?]
메세지를 확인하는 사이,
다시 영상 통화가 울렸다.
나는 영상 통화를 받는 대신,
메세지를 보냈다.
[미안한데, 나 지금 눈이 너무 부어서...
영통을 받을 수가 없어요.
내가 전화할께요.]
메세지를 보내고 나서,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하...다행이다.."
"이제야 내 전화 받는 거에요?"
"정말 나 밤새 한 숨도 못 잤어요."
"미안해요...나 훈지씨 의심한 거 아닌데...
그냥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그리고..
나 너무 무서웠단 말이에요...왜냐하면..."
목이 메어 끝내 말을 잇지 못 했다..
"지금 울어요? 하....정말 아무 일도 아니에요.
정말...
그만 울어요..."
"......"
그의 목소리를 듣자 안도의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훈지씨, 곧 슛 들어갈께요.]
[아..네!! 알겠습니다. 5분만요. 바로 갈께요.]
"나 이제 촬영 들어가요.
옆에 있어주지 못 해서 미안해요."
"하..."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촬영 끝내고 이따 저녁 때 전화할께요.
그만 울고, 쉬고 있어요.
아침 챙겨 먹구요!"
"내 말 듣고 있어요?"
대답 없는 나에게 그가 재차 확인했다.
"네..알겠어요.."
그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보낸 한 통의 메세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해줬다면,
그런 일로 혼자 울지 않았을텐데...]
[내가 더 믿음을 줬어야 했는데, 나야말로 미안해요.
이런 일로 당신을 울게 해서...]
마지막 메세지로
나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가졌던 의심과 불안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 때였다.
1층 현관문 벨이 울렸다.
월패드 화면을 보니 김대표였다.
'태형씨가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태형씨"
"일어났어?
아침에 전화해 보니 전원이 꺼져 있길래
무슨 일 있나 하고 출근하기 전에 들렸어.
괜찮아?"
"어..괜찮아... 걱정 끼쳐서 미안해."
"잠깐 얼굴 좀 보고 가도 돼?"
"미안, 나 지금 눈이 많이 부어서...
보여 주기 좀 그런데..."
"알았어, 괜찮아.
그럼, 너희집 현관문 앞에 쇼핑백 두고 갈 테니까
이따가 먹어.
어제 저녁도 못 먹었을 거 같은데..
샌드위치랑 커피랑, 스프야."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줘도 되는데...
고마워...잘 먹을께.
빨리 출근해. 이따 전화할께."
대표까지 아침에 찾아오게 만들고,
내가 어제부터 너무 오버한 게 아닐까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훈지씨 전화 한 통화로,
어젯밤부터 이어졌던 지옥 같은 시간이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뀐 기분이었다.
모두에게 걱정을 끼쳤지만,
나는 모든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나서
대표가 사다 준 아침 식사를 먹었다.
하루 종일 부은 눈 때문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부은 눈 따위는 지금 안중에도 없었다.
오피스텔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출판사에 마지막 이메일을 보내고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김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아침에는 고마웠어."
"기분 좀 괜찮아?"
"어. 괜찮아. 왜?"
"나 지금 너희 단지로 가고 있어.
퇴근하면서 잠깐 얼굴 좀 보려고 왔어.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
"어....그래..알았어.
좀 이따 봐.."
10분 쯤 지났을까 대표의 차량이 들어왔고,
나는 거울로 내 눈 상태를 확인했다.
확실히 아침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그래도 붓기는 여전 했다.
몇 분 후에 그가 올라왔다.
"어서 와...아침에도 와 놓고..퇴근할 때도 들렸어?
내가 어제 너무 오버했지?"
"어제, 오늘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
아직도 눈이 많이 부었네..얼음팩 좀 했어?"
'어..아침에 잠깐 하다가 일 하느라 못 했지.
많이 흉하지?"
"아니야..괜찮아..나름 귀엽네 뭐...ㅎ"
"놀리지 마~"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훈지씨의 영상 통화였다.
하루 종일 기다렸기에,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부은 눈은 생각지도 못 하고 받았다.
"훈지씨!!! 오늘 촬영 다 끝났어요?"
"와~~~드디어 내 영통 받아줬다..ㅎㅎ
아...눈이 아직도 많이 부었네..
괜찮아요?"
"아직 좀 덜 떠지긴 하는데 괜찮아요."
"사실 나 있잖아요. 말해 줄게 있는데...
잠깐만... 집에 누구 왔어요?"
"아..김대표가 와 있어요."
"누구라구요?"
"대표님이요..."
"아...진짜!!!!!"
털컥!!!!
"어..훈지씨?? 훈지씨!! 전화가 갑자기 꺼졌네...
떨어 뜨렸나.."
떨어뜨려서 휴대폰이 망가진 건지
계속 신호만 가고 받지를 않았다.
"훈지가 영통 건 거야?"
"어..근데 말하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린 거 같애..
그 후로 신호만 가고 받지를 않아..
에휴...
오래 간만에 얼굴 보는 거라 너무 반가웠는데.."
"......"
"근데 이제 얼굴 봤으니까 빨리 집에 가서 쉬어.
이제 이런 일로 집까지 안 와도 돼.
내가 너무 창피하잖아.
어제 네 앞에서 운 것도 창피해 죽겠는데.."
"그래...알았어..
갈께..
다음 수업 때 보자.."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나에게
왠지 서운한 거 같아 보였지만,
나중에라도 훈지씨가 싫어할 것 같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김대표가 가고 난 후,
다음 영상 통화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얼음 찜질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벨 소리에 놀라서 깼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월패드 모니터에 훈지씨가 서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서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벨이 울렸다.
"어? 뭐지?"
천천히 다가가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에 정말로 훈지씨가 서 있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숨을 헐떡이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쳐다 봤다.
"진짜 훈지씨에요?
내가 아직 잠이 덜 깬 건가?"
그 때, 그가 현관문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더니
와락 나를 안았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숨은 평소보다 거칠었고,
등을 감싼 팔에도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까봐 꼭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정말 나에요...너무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떨리는 목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니
정말인 것도 같았다.
천천히 팔을 올려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이번엔 그가 더 세게 안았다.
"정말...훈지씨였네.. 꿈이 아니라..."
"휴대폰이 왜 고장난 거에요?" <29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