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60화. 미겔


드디어..

동네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았다.

 



커피 맛도 내 취향인데다가,

그 카페의 사장님은 늘 친절한 미소에

때론 빈 잔에 아무말 없이

커피를 리필해 주시고 가시곤 했다.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에

믿음직스럽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잘 어울리는

건장한 청년 같은 느낌이랄까...





드디어 단골 카페를 정하고 나서,

매일 출근하듯이 들러 그날의 분량을 채우고는

사장님께 잠시 랩탑을 맡겨 놓고,

동네 산책도 하고, 시장에 들러 장도 보곤 했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보금자리에 점점 적응이 되는 것 같아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갔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랩탑을 들고 카페로 향하던 길에

바로 옆집에 사시는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소피?

 랩탑 들고 나가는 걸 보니

 우리 아들 카페에 가는 길인가 봐요?"






"안녕하세요? 마리아 아주머니.

 그런데, 아들 카페라뇨?"





"우리 아들이 그러던데?

 소피가 매일 와서 일한다고?"





"그 카페 사장님이 아주머니 아들이에요?"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아들이 이야기 안 했어요?

 소피가 매일 가는 카페가

 우리 아들이 하는 곳이에요."





"아...정말요? 몰랐어요..

 아드님이 정말 친절하시더라구요.

 카페도 예쁘고, 커피도 정말 맛있어요."





마리아는 어깨를 살짝 들썩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우리 아들 커피는 이 동네에서 제법 유명해요.

 한국에서 왔다고 했죠? BTS의 나라에서?

 BTS 때문에 한국은 우리 동네에서도 유명해요.

 그런데 왜 혼자 왔는지 물어봐도 돼요?"





마리아 아주머니는 한 눈에 봐도 호기심이 많고,

정이 넘치는 수다쟁이처럼 보였다.





"아주머니도 BTS를 아세요?"


나는 갑자기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훈지씨도 언젠가 이렇게

어디에서나 알아보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새로운 곳에서 살아 보고 싶어서요.

 스페인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이 마을에서

 한 번 살아 보고 싶었어요."





"손에 반지가 있는 걸 보면 결혼은 했나봐요?"



훈지씨가 준 카드 안에 들어있던 반지였다.





"아..이 반지는...예전 남자 친구가 준 반지에요.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받은 선물이에요.

 좋은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서요."





"헤어지면서 선물을 주다니...

 분명히 멋진 사람이었겠네요."





"네..맞아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훈지씨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





"어쨋든 그럼

 지금 남자 친구나 남편은 없다는 얘기죠?"




그녀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우리 미겔은 어때요?"





"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며 말했다.





"아...제가 헤어진지 얼마 안 돼서요.."




마리아 아주머니는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고 부드럽게 말했다.




"지난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되는 법이죠."




마리아 아주머니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쿨하게 자리를 떠나셨다.




나는 떠나는 마리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훈지씨가 아직은...

지난 사랑이 아니라서요...'






"같이 축제 보러 갈래요?" <61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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