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67화. 반지의 의미

sophie97
2026.07.20浏览数 14
7시가 좀 지나고,
세 명의 손님이 도착했다.
마리아는 후식으로 먹을 호두파이를 직접 구워 왔다
아마도 이곳에서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만들기 힘들거라고 생각해
후식을 준비해 온 게 아닐까 싶었다.
안토니오의 손에는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었다.
남의 나라에서 이렇게 손님을 초대하여
식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쩌면 이 세 가족을 알게 된 것이
스페인에서 얻은 가장 큰 재산이 아닐까.
넉넉하지 않은 재료에 서툰 솜씨로
급하게 만든 불고기였지만,
다들 맛있게 먹어 주었다.
그들은 계란말이가 마치 푸딩같다며 신기해 했고,
나는 김을 과자처럼 밥과 따로 먹는 그들이 신기했다.
이들과의 인연만큼은 스페인을 떠난 후에도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섣부른 감정으로 시작했다가
서로 멀어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마리아와 안토리오도 역시
미겔과 내 나이차를 알게 되면
마냥 반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마치 전생에 한국인이었나 싶을 정도로
밥과 라면을 먹으면서도 맛있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파이와 차를 마시면서
마리아와 안토니오의 러브스토리를 듣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마리아가 안토니오보다
8살이나 연상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안토니오에게 가족의 반대가 없었는지 물었다.
안토니오는 이 가족의 습관인 듯한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두 사람 마음이 가장 중요한거 아니에요?
물론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 보라는 말은 들었지만,
가족에게 소개할 당시에는
내 마음이 이미 굳어진 상태였어요."
나는 새삼 안토니오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는 나이 차도, 병간호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은 일도
그저 인생의 한 과정이자,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와인을 한 잔씩 나눠 마실 무렵,
미겔이 부모님에게 오늘 프로포즈를 했다가
거절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얼음이 되어 버렸다.
마리아와 안토니오는 옆집 아들의 이야기라도
듣는 듯 껄껄 웃었다.
"그래서 미겔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인데?"
안토니오가 아들에게 와인을 따라 주면서 물었다.
"모르겠어요.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
받아들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예측을 못 한 일이라서
다음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미겔의 말에 이어
마리아가 질문을 이어 갔다.
"그 여자에게 왜 거절당했는지는 물어봤니?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지 봐야지."
"아니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나는 여기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렸다.
마리아가 내 쪽을 보면서 말했다.
"소피가 충고해 줄 만한 건 없나요?"
'이 집 식구들에겐 나이 따위는
거절의 이유로 먹히지 않는다.
이들에겐 나이보다 마음이 먼저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미겔처럼 멋진 남자를 거절했다는 건...
미겔이 싫다거나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전 관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내 말을 들은 미겔의 눈이 두 배는 커졌다.
아마도 그가 예상한 이유에
이전 남자 친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한 듯 했다.
"아...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그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그렇다면 더 기다려보죠..."
'어!! 아니야..이 흐름이...'
나는 다급히 한 줄을 덧붙였다.
"연인보다 친구로 평생을 두고
보고 싶은 사람도 있잖아요."
미겔이 응수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평생의 친구이자 연인이잖아요.
소피도 보면 알 수 있듯이..."
"물론 예외는 있죠."
나는 이 말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내가 물잔을 들고 식탁을 일어설 때,
마리아가 미겔을 보며
손가락의 반지를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마리아는 처음 길게 이야기를 나눴던 날,
내 손가락의 반지를 보며 결혼을 했냐라고 물었고,
이전 남자 친구에게 받은 거라고 대답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를 마무리하고,
세 가족은 한 명씩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마지막으로 미겔은 따뜻하게 안아 주고 떠났다.
아마도 그는 나를 이해하고,
격려한다는 의미로 안아 준 게 아니었을까...
"기념으로 여행을 가 볼까 해요." <6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