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5화. 뜻밖의 재회

sophie97
2026.09.09浏览数 104
김 대표와 산책을 하고 있던 중
기획사에서 전화가 왔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연락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나를 집 앞에 내려준 뒤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려 애썼다.
밀린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집 안을 정리하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 주에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다.
술에 취한 훈지 씨를 집으로 옮기고,
여자 친구와 함께 있는 훈지 씨를 마주치고,
그의 누님까지 우연히 보게 됐다.
헤어지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헤어진 뒤가 더 복잡했다.
집안일을 마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바깥바람도 쐴 겸
간단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그러다가 문득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런 날에는
별이 더 잘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키를 챙겨서 훈지 씨와 함께
별 보러 갔던 장소를 목적지로 정했다.
혼자 와 본 적은 없어서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우주에 나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벤치에 앉아 한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혼자 왔어요?"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훈지 씨가 서 있었다.
"훈지 씨!"
"맨날 대표님이랑 같이 다니더니
이곳엔 혼자 왔네요."
그는 날이 선 듯한 말투였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 남친과 왔던 곳이라
데려 오기가 그렇더라구요."
"그 전 남친이 서운해 할까봐요?"
"아니요. 현 남친한테 미안해서요."
"전 남친 생각나서 온 건 아니구요?"
"그냥 별 보러 온 거에요.
김칫국 마시지 말아요."
"내 생각 나서 왔다고 해 주면 안 돼요?"
"왜요? 또 숨 막혀요?"
"정아 씨...
그 말에 상처 받았었구나..."
나는 정곡을 찔린 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괜찮아요.
지금 남친은 그런 모습이 귀엽대요."
나는 그저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훈지 씨는
그 말 끝에 입을 꾹 다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훈지 씨.
여자 친구한테 잘 해 줘요.
둘이 같이 있을 때 딴생각하는 것 같아서
섭섭하다고 하더라구요."
"누가요? 현지가요?"
"네..."
"그런 얘기를 정아 씨한테 했어요?
하... 진짜..."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했겠죠."
훈지 씨가 잠시 나를 바라봤다.
"정아 씨는 대표님이랑 있으니 좋아요?"
잠깐 말을 멈춘 그가 다시 물었다.
"행복해요?"
"음... 마음이 편안해요.
솔직히 말하면...
훈지 씨와 있을 때처럼
떨리고 설레지는 않지만...
그래도 편하고, 재미있어요."
"나랑 있을 때는 떨리고 설렜어요?"
"나는 그랬는데...
훈지 씨는 나랑 있을 때 그렇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흔들린 거 아니에요?"
"잠깐 그랬던 건 맞아요.
그런데 정아 씨와 있을 때
그렇지 않았던 건 아니었어요."
그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 때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돼요."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후회가 돼도 훈지 씨가 내린 결정이니까
지금 만나는 사람한테 잘 해 줘요.
나중에 또 다시 후회하지 말구요."
"정아 씨...
우리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나는 한참 동안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식구들을 한참 설득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36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