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4화. 그의 친구들



우리는 그렇게 짜디 짠 저녁을 먹고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훈지 씨와 함께 하려고 챙겨 온

보드 게임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진 팀이 설거지를 하기로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나와 훈지 씨,

그리고 훈지 씨 형과 친구가 한 팀이 되었다.





원카드와 다이아몬드 게임,

그리고 젠가까지 우리는 다 함께

게임을 하면서 다시 초딩으로 돌아갔다.





설거지가 걸려 있어서인지

다들 생각보다 진지했다.





나는 초딩 조카들과 게임을 할 때도

봐주는 법이 없었다.




그동안 조카들과 함께 게임하면서

쌓아온 실력을 이 자리에서 후회없이 보여주었다.





드디어 우리 팀이 2:1 로 이겼다.





훈지 씨 형과 성우 씨는

패배의 대가로 설거지를 맡았고,

그사이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훈지 씨. 나는 훈지 씨 친구들 만나면

 엄청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뭐가요?"






"공주님이요.ㅎ"






"아... 공주님!!

 호칭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해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내 친구들은 정아 씨를 공주님처럼

 대해 줄 거에요."






"처음에는 불편해서 죽을 뻔 했는데

 오히려 더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정아 씨...."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겪어보지도 않고 너무 겁먹지 말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사람이 내게 진심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그러면 내 친구들은 훈지 씨를

 왕자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 그러네!!

 그럼 나는 자동으로 왕자님이 되는 거네."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나중에 내 친구들은 훈지 씨를

왕자님 대신에

'꼬마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훈지 씨.

 사실은 태형 씨 만나고 있을 때

 누님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때... 날 보자고 하셨는데

 내가 거절을 했었어요."





"그런 적이 있어요?"





"오늘 형님을 뵙고 나니까

 왠지 누님께 이야기할 거 같아서요."





"만나기 싫으면 내가 얘기할께요."





"아니. 만나기 싫은 게 아니라..."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때 내가 매몰차게 말씀을 드려서

 죄송해서요."





"... 정아 씨가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와... 이 남자 뭐지?

 그 사이에 대체 얼마나 성숙해진 거야?'





역시나 그 다음 날,

훈지 씨의 누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만나자는...'




그 주의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며칠 후 저녁,

마무리를 하고 문을 닫으려고 순간이었다.





우진 씨가 들어왔다.





"우진 씨!

 퇴근하기 전에 오늘 마지막 커피인가요?"




"아니요. 정아 씨.

 스페인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왔어요."





"정말요?

 이렇게나 빨리 가요?"





"그렇게 됐어요.

 마침 제가 갈 자리가 지금

 공석이라서 바로 가게 되었어요."





"우진 씨..."




나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웃었다.





 "가서 건강하세요.

 참, 여기 제 전화번호에요.

 이제야 드리게 되었네요.

 가서 근황도 알려 주시구요."





나는 헤어지기 전

그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오라는

우정의 포옹을 건넸다.





우진 씨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렸다.





"훈지 씨.
 
 웬일이에요? 이 시간에?"




그런데,

그의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아 씨."





"네?"





"정아 씨는..."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왜 모두에게 그렇게 친절해요?"





"네? 그게 무슨...?"




"보이는 게 다는 아니잖아요."   <55화 중에서>



樸誌訓粉丝常读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