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75화. 뜻밖의 손님


 
원희 오빠를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연아, 나 오늘 누구 만났게?"





"왜? 누굴 만났길래?

 설마 첫사랑이라도 만났냐?"





"어!! 맞아. 너 돗자리 깔아야겠다."





"뭐라고? 너 원희 오빠 만났어?"





"응. 오늘 우리 카페에 손님으로 온 거야.

 완전 깜놀했잖아."






"대박!! 어떻게 거길 갔어?

 첫사랑 보니까 어땠어?"




수연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한껏 높아졌다.






"글쎄...

 오빠 보니까 20대 때 추억들이

 많이 떠오르더라."





"너 그 때 원희 오빠 유학가면서

 헤어진 거지?

 그 때 그 오빠 엄마가 결혼하고

 같이 가라고 했는데 네가 싫다고 했잖아.

 나 기억력 좋은 거 좀 봐."






"맞어. 그랬지.

 원희 오빠 어머니가 나 많이 예뻐해 주셨는데..."





"너 그 때 오빠 따라서 유학 같이 갔으면

 너도 지금쯤 애 둘은 있겠다."





"애가 둘일지 이혼을 했을지

 어찌 아냐?

 오빠 돌싱됐던데."





"왓? 진짜?

 그 오빠 성격 유순하고 좋았는데

 왜 이혼했지?"





"그것까지는 못 물어봤어.

 어? 수연아. 나 전화 온다.

 내가 나중에 다시 할께. 미안!"





"알았어. 조심히 들어가!"





전화를 끊고 화면을 보니

훈지 씨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훈지 씨!"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길게 해요?"





"수연이랑.

 있잖아요 내가 오늘...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데요? 왜 말하다 말아요?"





"훈지 씨는 왜 전화했어요?
 




"잠깐 시간 나서 한 거에요.

 지금 어디?"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오늘 누나한테 전화 안 왔어요?"






"안 왔어요."






"그럼 됐어요.

 나 오늘 촬영이 늦게 끝날 거 같아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요."





"알겠어요. 촬영 잘하고요!!

 저녁 먹을 시간은 있어요?"





"시간이 없을 거 같긴 한데...

 알아서 할게요."






"샐러드라도 먹어요.

 빈속은 안 좋아요."






"정아 씨는 저녁 뭐 먹을 거에요?"





"나는... 미겔 들어오면 같이 먹어야겠다.

 훈지 씨! 세모네모해요!"





"세모네모해!"





다음 날 오후.

지성 씨는 열심히 카페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기한을 맞춰야 하는 번역 일을 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고

중년의 여성분이 들어오셨다.





"정아야!!!"





나는 일하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헉...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제 원희한테서 네 얘기 듣고

 얼마나 반가웠다고.

 우리 집이랑 멀지도 않아서

 오늘 바로 너 보러 왔잖니!"





"어머... 어머니는 나이도 안 드셨어요?

 마지막에 뵀을 때랑 똑같으세요."





"너는 아직도 말을 이렇게 이쁘게 하는구나.

 아이구.. 세상에...

 정아 너를 이렇게 다시 보다니."





"어머니, 이쪽으로 앉으세요.

 음료 뭐로 드릴까요?"





"지금 음료가 문제니?

 너나 빨리 여기 앉아봐."





어머님은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며

나를 재촉하셨다.





"지성 씨. 여기 말차라떼 한 잔만 부탁해요."





나는 문득 어머니가

녹차를 좋아하셨던 게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저도 어제 오빠 보고 진짜 놀랐잖아요.

 이 근처 회사로 이직했다고 하더라구요."




"음. 그래.

 너 만나려고 그 회사로 갔다보다 얘.

 아직 결혼 안 했다고?"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남자 친구는 있니?"





"네. 있어요."





"아... 있구나.."




그녀는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





"우리 원희는... 이혼한 거 들었니?"





"네. 어제 오빠한테서요."





"이유도 얘기하든?"





"아니요. 이유는 못 들었어요."





"전 며느리가 바람이 났어."





"어머...정말요?"





"원희가 재미있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하긴 그렇다고 바람 피운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아, 너는 지금 남자 친구랑 결혼하니?"





"저요?... 모르겠어요.

 남자 친구 집에서 반대를 하셔서...

 저희 언니도 그렇구요."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으셨다.





"아니, 왜? 왜 너를 반대해?"





"제가 연상이에요. 그리고... 좀 복잡해요."




"아이구... 얘, 그럼 그쪽 정리하고

 우리 원희 만나라.

 나는 너 대환영이다."





"그럴까요 어머님?"




그녀와 나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함께 웃었다.




한참을 수다를 떤 후,

나는 그녀에게 원두를 챙겨 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어머님.

 새로 온 원두가 있는데 갈아서 드릴 테니

 집에서 내려 드세요."





나는 일어나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다른 테이블에 훈지 씨 누님이 앉아 있었다.




어머님과 수다 떠는 사이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언제부터 와 계시는 거지?'



나는 우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도 내게 인사했다.




"잠시만요. 제가 손님이 계셔서요."





우선 주방으로 들어가 원두를 포장해 나왔다.

그새 훈지 씨 누님은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나는 원희 오빠 어머님께 원두를 건네드리고

배웅까지 해드렸다.




카페로 들어오자마자 지성 씨에게로 다가갔다.





"지성 씨, 좀 아까 나가신 여자 분은

 언제 오셨어요?"





"한참 되신 것 같은데요.

 아까 사장님 손님 들어오시고

 얼마 안 돼서 오신 거 같아요."

 



지성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훈지 씨 누님이었다.





[정아 씨.

 아까는 손님이 계셔서 그냥 나왔어요.

 내일 점심 같이 하고 싶은데...

 연락 주세요.]





'점심?

 마음을 열어주시는 건가...'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녀의 메시지를 바라보며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호의일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걸까.


좋아해야 할지,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훈지가 어찌나 노발대발하던지..." <76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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