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84화. 훈지 길들이기



"후회 안 해요!!"





훈지 씨가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요?

 나랑 헤어지면...

 훈지 씨 누님이 좋아하시겠네요."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기대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잠시 후,

침실 문이 열렸다.





"정아 씨!"





그는 어두운 침실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앞에 와서 앉았다.






"미안해요. 아까 한 말 진심 아니에요.

 내가 잘못했어요."





그는 나를 안으려 다가왔다.

나는 그를 밀어냈다.





"후회 안 한다면서요?"





"그냥 자존심 세우려고 한 말이에요.

 진심 아니에요."





"훈지 씨는 아직도 나한테 자존심 세워요?

 그래요?"






"아니... 아까는 화가 나서...

 저녁도 첫사랑이랑 먹고 들어왔다고 하니까.

 나는 정아 씨랑 저녁 먹으려고

 일찍 온다고 서두른 건데..."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데

 왜 흥분부터 해요?"





훈지 씨는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이 참에 그의 욱하는 성질부터

고쳐 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어쨋든 훈지 씨가 뱉은 말이니까 지켜요.

 내일 짐 옮겨요.

 나는 훈지 씨 말대로 오빠랑

 다시 시작할께요."






"정아 씨...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까 나보고 원희 오빠 만나라면서요?"






"진심 아니라고 했잖아요."






"이미 뱉어 놓고 진심 아니라고 하면

 했던 말이 없어져요?"






"정아 씨...그러지 말아요."






"오늘은 늦었으니까 게스트룸 가서 자고

 내일 짐 옮기도록 해요."





"정아 씨... "





"훈지 씨한테 난 분명히 다시 한 번 물었어요.

 후회 안 할 자신 있냐고.

 본인이 직접 후회 안 한다고 말했잖아요."





"그건 진심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됐어요.

 본인이 지켜요. 본인이 한 말."





나는 그를 남겨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이번에 혼나봐야

 다음부터는 생각없이 말 안 하겠지.'





샤워를 하고 침실로 돌아왔다.

침실에 그가 보이지 않았다.




거실과 주방에도 없었다.





게스트룸을 가보니 문틈 사이로

방안이 어두웠다.





'밖으로 나갔나?'




나는 의아한 채로

다시 내 침실로 돌아왔다.




머리를 말리고 잘 준비를 했다.




'뭐야... 어딜 나간 거야?

 왜 안 들어오지?'





나는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았다.

걱정이 되어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단지 안과 주변 공원까지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차를 갖고 나갔다 싶어

주차장에도 내려갔다.




차는 그대로 있었다.





'어디 간거야...?

 속상한 상태로 나갔는데... 괜찮을까?

 내가 너무 세게 나갔어. 어떡해...'




나는 단지 안 벤치에 앉아서

아까 훈지 씨를 몰아붙였던 걸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정아 씨!"





나는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훈지 씨가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달려갔다.





"훈지 씨. 어디 갔었어요?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정아 씨야말로 어디 갔었어요?

 아까 현관문 소리가 나서 따라 나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나는 긴장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훈지 씨는 내 앞에 따라 앉았다.






"나... 아까 한 말 취소하면 안 돼요?"





나는 훈지 씨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한참 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훈지 씨.

 나는 자기랑 안 헤어져요.

 내가 훈지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져요."


"그런데 그렇게 흥분부터 하지 좀 마요.

 훈지 씨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지쳐요."





그는 나를 꽉 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안 그럴께요.

 앞으로는 정아 씨 말 먼저 들을게요.

 정말로! 약속해요!

 그럼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죠?"





"내가 이렇게 잘생긴 연하 남친이랑

 왜 헤어져요?"





"나 진짜 너무 놀랬단 말이에요.

 정아 씨 표정이 너무 단호해서..."





"훈지 씨. 저녁 안 먹었죠?

 내가 월남쌈 해 놨는데

 들어가서 조금 먹어 볼래요?"





"진짜?

 나 지금 엄청 배고팠는데 잘 됐다.

 그건 채소라서 0 칼로리!!"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고 집으로 향했다.





"훈지 씨.

 그런데 그 각서 좀 없애주면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세모네모!!

 그건 내 마지막 방패에요."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거에요?" <8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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