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밤/ 연준 범규 팬픽] 숨겨야 할 사람

숨겨야 할 사람 2화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적막이 내려앉았다.

범규는 낡은 창고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먼지가 내려앉은 소파 하나와 오래된 식탁, 그리고 벽 한쪽에 놓인 침대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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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예요?"

연준은 젖은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두며 짧게 대답했다.

"아무도 모르는 은신처."

"...은신처요?"

"조직에서 일하는 동안 만약을 대비해서 만들어 둔 곳이다."

범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준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자신을 숨겨주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왜 절 살려준 거예요?"

연준은 대답 대신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범규에게 던졌다.

"마셔."

"질문부터..."

"탈수 증상으로 쓰러지면 귀찮아진다."

범규는 생수를 받아 들었지만 뚜껑조차 열지 않았다.

"...제가 사람을 죽이는 걸 봤어요."

연준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러니까 절 살려두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연준은 식탁에 기대선 채 낮게 입을 열었다.

"맞다."

"...그럼 왜요."

"나도 모르겠다."

담담하게 내뱉은 한마디에 범규는 오히려 더 당황했다.

거짓말 같지 않았다.

정말 이유를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연준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모두 조직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그대로 전원을 꺼버렸다.

"...안 받아도 돼요?"

"받으면 네 위치부터 묻겠지."

"거짓말하면 되잖아요."

연준은 피식 웃었다.

"그 사람들은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다."

"..."

"그래서 배신자는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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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범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 사람은 지금...

조직을 배신하고 있는 거였다.

자신 하나 때문에.

"저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연준은 범규를 바라보지 않은 채 물컵에 물을 따랐다.

"괜한 죄책감은 갖지 마."

"하지만..."

"널 살린 건 내 선택이다."

짧은 말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단호했다.

범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꼬르륵.

조용한 공간에 민망할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렸다.

범규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죄송."

연준은 처음으로 조금 웃는 표정을 지었다.

"하루 종일 도망만 다녔으니까."

잠시 후.

식탁 위에는 컵라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범규는 허겁지겁 젓가락을 움직이다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을 데고 말았다.

"뜨...!"

연준은 말없이 자신의 물컵을 범규 앞으로 밀어줬다.

"고맙습니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잠시 후 범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예요?"

"연준."

"전 범규예요."

"알고 있다."

"...어?"

"네 학생증."

연준은 주머니에서 젖은 학생증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놨다.

도망치던 범규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범규는 얼떨떨한 얼굴로 학생증을 집어 들었다.

"...몰래 본 거예요?"

"신원은 확인해야 했으니까."

"그럼 나이는..."

"스물둘."

"..."

"대학교 3학년."

"..."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자취 중."

범규는 입을 벌린 채 연준을 바라봤다.

"그것도 조사했어요?"

"직업병이다."

범규는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무섭네."

그 말에 연준은 작게 웃었다.

"이제야 내가 무섭냐."

"...조금."

"늦었다."

범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상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이 낯선 남자와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 순간.

지잉.

연준의 꺼져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비상 전용 단말기였다.

그는 표정을 굳힌 채 화면을 확인했다.

〈배신자가 생겼다.〉

〈2인자 연준을 즉시 찾아라.〉

범규는 메시지를 보지 못했지만, 연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은 똑똑히 봤다.

"...무슨 일 있어요?"

연준은 단말기를 천천히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빨리 시작됐네."

이제 조직은 목격자가 아니라,

자신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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