长腿叔叔
尾声(1)智旻的境遇


[석진과 파리에 돌아온 직후]

지민은 파리의 골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민
'윤이에게 직접 들어야겠어. '

저 멀리 걸어오는 태형이 보이자 지민은 마치 자연스럽게 걸어나오던 중이었던 듯 어둠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며 태형과 부딧쳤다.


지민
/무슈, 죄송합니다 괜찮으신가요..?/


김태형 국제경찰
/아, 예 괜찮습니다.. 어..?/

태형은 지민을 보더니 기억하는 것 같았다.


김태형 국제경찰
/아, 그때 한국에서 봤던../


지민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반갑군요.../

태형과 지민은 잠시 서서 인사를 나누었다.


지민
/태형씨, 잠시 이야기 좀 나눌까요...? 사실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김태형 국제경찰
/저에게요...? 뭐, 그래요... 들어나 보죠../

둘은 근처 태형이 잘 아는 바(bar)로 향했다.


지민
여기는 듣는 귀가 많아서 한국말로 말할께요..


김태형 국제경찰
음.. 도대체 저에게 부탁할 것이 뭔가요..?


김태형 국제경찰
사실 약간 당황스럽군요.. 한국에서 만났을 때도 제가 경찰인 것을 알고 있었나요?


지민
그건 아닌데...


지민
젠, 윤이에 대한 부탁입니다.


지민
저도 정말 우연히... 윤이가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후송될 때 태형씨를 우연히 봤어요...


지민
저도 깜짝 놀랐다구요...


지민
그때.. 제가 한국에서 만났다는 아이가 윤이입니다.

태형은 잠시 깜짝 놀라 눈을 꿈뻑거리며 지민을 바라봤다.


김태형 국제경찰
아... 어... 그때 지민씨에게 돌아가지 않겠다던... 그 가족..?

다행히 태형은 그때 나눈 이야기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민
맞아요... 윤이.. 한번만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정식으로 면회를 신청하기엔 제 사정이 어려워서...


지민
아마 태형씨도 지금 같이 다니고 계시니 아시겠죠... 윤이를 입양한 김석진씨...


지민
윤이가 함께하는 새로운 가족이에요.. 그래서 윤이를 데리고 돌아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지민
윤이에게 진짜 가족이 생겼으니까요...

지민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부탁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 사실 엄청 떨렸다.

태형이란 자를 믿을 수 있는지 어쩔지 몰랐고 지민은 자신의 신분이 명확하지도 않았으니,

경찰은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민
이제 정말 윤이를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지민
윤이를 만나게 해주세요..

태형의 대답을 기다리던 지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태형은 잠시 이것저것 생각하는 듯 눈을 굴렸다.


김태형 국제경찰
좋아요.. 다만 윤이씨도 도움이 좀 필요해요... 면회는 경찰 입회 하에서 하는 것으로 하고, 최대한 빨리 진행해볼께요..


김태형 국제경찰
지민씨.. 아마도 프랑스에서의 윤이를 잘 알고 계실테니까,


김태형 국제경찰
면회를 조건으로 윤이가 프랑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 대해서 증언도 해주시죠...


지민
좋아요. 하지만 모든 것은 윤이를 만난 이후 최종결정 하겠습니다.

[면회실]


윤
삼촌....

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지민은 지쳐보이는 윤의 모습에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왜 이런 걸까..?

생각해보면 냉혹하고 냉담해야만 하는 일을 하던 지민에게 윤이는 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조그마한 어린 여자애가 왔을 때부터 이 아이가 무사하기를 얼마나 빌고 빌었던가..

지민은 절대로 윤이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양성소를 지나간 다른 교육생처럼 윤이를 차갑게 대하기도 어려웠다.

성장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이 좋으면서도 어떻게 쓰여질지 알았기에, 잘하려고 애쓰는 윤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윤
심촌.. 괜찮은 거지...?

책상에 앉아있던 지민은 눈물이 흐를까봐 천장을 보았다.

손에 따듯한 온기가 느껴져서 보니 윤이 지민의 손에 살짝 자신의 손을 얹었다.


윤
삼촌, 나 진짜 괜찮아..여주도 있고 석진아저씨도 있고...


윤
자꾸 찾아오지 않아도 되.. 삼촌은 이제 자유잖아...


지민
아.. 아니.. 난..

지민은 윤이가 정말로 이것을 원하는지 묻고 싶었다.

윤이가 이랑작가를 만나더니 함께 책을 쓰고는 과거에 대해서 장례식을 치른다느니, 떠나보내겠다느니..

당당해지겠다는 포부는 알겠지만 너무 많은 댓가를 치뤄야하잖아...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하는 것은 킬러답지 않아..

그런데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민은 사실 그동안 윤이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었다.

이 조그만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최고의 기술과 방법들을 가르키고

뒤를 쫒아다니며 위험하진 않을지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떠났다는 것을 들었을 때 윤이와 연결된 줄이 탁 끊어지며 그녀가 새처럼 멀리 날아갔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만 잘 정리되면 이제 조용히 죽은 듯이 평화롭게 살면 될 것 같았다.


지민
윤이야..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윤
이제 알 것 같아..? 뭘..?


지민
내 마음... 이제 뭔지 알 것 같아..


윤
삼촌... 울지마..

지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지민
'나도 결국은 사람이었구나...'

행동에 거리낌없는 잔혹한 킬러 Mr. P이자,

겉으로는 올리브농장과 가공농장으로 가장한 곳에서 킬러들을 양성하며,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의뢰를 연결하는 브로커 회사, Jm컴퍼니 대표 지민은

본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다.

누가 나가서 제거 당해도, 임무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다쳐도, 맡은 의뢰가 해결되면 그걸로 끝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변해버린 것은 자그마했던 아이가 품에서 커가던 모습이 깊게 남아버린 탓이다.


지민
윤이야, 사랑하고 사랑했어.

지민은 자신의 손 위에 올라가있던 윤의 손등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비록 삶은 너를 이 추악한 곳에 끌고 왔지만 지금이라도 네가 원하는 대로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내가 나서야겠다.

그것으로 너를 키운 어른으로서, 그리고 너에게 추악한 일을 하게 한 댓가를 치룰 수 있다면...

그걸로 이유는 충분하다.

지민의 사정 fin.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