纸上的家庭
爱情迷宫 00-3


놀랍진 않겠지만, 동네에서 그 세 사람은 유명인사였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선생님들께 싹싹한 화연중학교 전교 회장 김석진, 입학 이후로 화연중학교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김남준, 그리고⋯.


김태형
“시발⋯ 별것도 아닌 게 깝치네.”

연화중학교 대표 망나니 김태형.

“내, 내, 내가 뭐 못할 말 했어? 너희 엄마 노래방에서 아저씨들이랑 키스하는 거 봤다 했다고⋯!!!”


김태형
“누가.”

“⋯어, 어?”


김태형
“그러니까, 누가 봤다고 했냐고.”

뭐, 사실 따지고 보면 태형은 정당방위를 하는 것뿐이었다. 형들과 다른 중학교를 다녀도 이 동네에서 이들이 형제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그들이 한성 그룹 사장의 아들인 걸 모르는 사람도 없었다.

향기로운 꽃 주변에는 항상 벌이 있는 것과 같이, 유명한 이들 주변에는 항상 가십거리가 넘쳐났다. 교실 뒤에서 싸움을 벌이는 남학생과 태형을 번갈아 보던 나는 금방 관심을 끄고 귀에 이어폰을 꼽았다.

굳이 상황을 설명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 태형의 어머니, 아니 그들의 어머니가 남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얘기일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태형은 그 말에 화가 난 것일 테고.

“그거야 당연히 나는 모르⋯.”

여주
“⋯.”

이어폰을 뚫고 태형이 남학생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반이 된 지 몇 달이나 지났지만 이름조차 모르는 그 남학생이 안타깝거나 불쌍하진 않았다.

‘시끄러워.’

그저,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됐을 뿐. 나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소리의 원인인 뒤를 돌아봤다.



김태형
“⋯.”

여주
“⋯.”

아. 눈 마주쳤다.


김태형
“뭘 봐.”

여주
“⋯아니야.”

태형은 남학생을 때리느라 굽혔던 허리를 피며 싸늘하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며 대꾸했다. 집에서 봤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게, 김태형과 나의 첫 대면이었다.


같이 집에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는 여느 때처럼 혼자 정문을 나섰다. 괜히 김태형과 내가 같은 집에서 산다는 사실을 들켜서 좋을 건 없었다.

연예인이라도 온 걸까, 오늘따라 정문 주변이 꽤 시끄러웠다. 신경질적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대로 정문을 지나치려 하니, 누군가 나를 막듯 내 앞에 턱하니 섰다.

여주
“⋯?”


김석진
“오늘 아버지 생신이셔. 같이 옷 맞춰입고, 펜트 하우스로 오래. 가자.”

‘⋯아침에는 그런 말 없었는데.’

연예인, 아니 이 동네에선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김석진이 찾아왔다. 별 다른 인사말 하나 없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먼저 차를 타는 걸 보니, 자신에게 향한 주위 시선이 어지간히 불편한 모양이었다.

나는 김석진에게 향했던 시선이 내게 돌아오는 게 느껴져 한숨을 폭 쉬었다. 김태형 하나 피하려고 했던 그간의 노력들이 김석진 하나로 무너졌다.

김석진이 탄 문을 그대로 열고 김석진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뒤에서는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지고, 옆에서는 인상을 팍 구긴 김석진의 얼굴이 보였지만, 애써 무시하곤 안전벨트를 맸다.

여주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말을 끝으로, 백화점까지 도착하는 동안 김석진과 나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이렇게 빠른 전개는 저도 처음이네요. 까먹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프롤로그 단계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여주가 고등학생이 되는 시기부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