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上的云
冰淇淋和名字



승관
"...저기요."

승관은 그렇게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흰 원피스, 가지런히 정돈된 갈색 머리카락. 산에서 본 그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편의점 유리창 너머로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따뜻한 삼각김밥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승관은 다시 한번, 조금 더 크게.


승관
"저기요..!"

그런데도 대답은 없었다. 무시하는 건지, 못 들은 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승관
‘아니, 이번엔 대놓고 무시냐고… 뭐지 진짜…?’

승관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 번, 톡톡 건드렸다.


승관
"...저기요."

그러자 그녀는 “앗!” 하는 놀란 소리와 함께 몸을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동그랗게 커진 그녀의 눈.

그 눈 속엔 확실한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김지연
“...스, 승관...”


승관
“아우 진짜, 그만 좀 놀라요. 내가 뭐 어떻게 하려는 줄 알겠어요?”

승관은 다소 민망한 듯 이마를 긁적이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김지연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작게 떨리는 그녀의 말투.

손가락을 서로 감싸 쥐며 머뭇거리는 그녀는 조심스레 눈을 들어 승관을 다시 바라봤다.

김지연
“…믿기지가 않아서요…”


승관
"뭐가요..?"

김지연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게…"

그 말에 승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작게 혀를 찼다.


승관
‘아, 그렇겠지. 연예인이랑 이렇게 마주서서 대화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승관은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승관
“뭐, 배고파요? 편의점을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길래.”

김지연
“…그, 그냥… 맛있어 보여서요…”


승관
“맛있어 보이면 사 먹으면 되죠. 혹시… 돈이 없어서 그래요?”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입을 달싹였다.

김지연
“아… 그게…”

승관은 그녀를 살짝 갸웃하며 쳐다봤다. 정말 돈이 없는 건가…?

그런데 그렇다기엔 너무도 단정했다. 하얀 운동화엔 먼지 하나 없었고,

그녀의 머리칼은 바람에 흔들릴 뿐 지저분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승관
‘아니, 행색만 보면 그냥… 집 앞 산책 나온 사람 같은데.’

승관은 결국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승관
“일단 들어와 봐요. 내가 이번은 사줄게요.”

그 말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했지만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승관
“뭐 먹고 싶어요?”

그녀는 조용히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 투명 유리 너머에 놓인 하얀 소프트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승관
“…이거면 돼요?”

김지연
“…네.”

단호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그 대답에 승관은 살짝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냉장고 문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밖으로 나와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마치 처음 보는 물건인 듯 손끝으로 천천히 포장지를 살폈다.


승관
‘아니… 이걸 어떻게 까는지도 모르나?’

승관은 살짝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가가 뚜껑을 열어주고 건넸다.


승관
"...자요."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김지연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었다.

초롱초롱해진 눈,볼이 살짝 부풀고,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김지연
“...!! 와, 정말 너무 맛있어요…!!!”

얼굴 가득 퍼지는 미소, 뭔가 오래도록 기다려온 감각을 처음 맛보는 사람처럼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있었다.


승관
“…어, 그… 그래요.맛있다니 다행이네.”

그렇게 말했지만, 승관은 속으로 조금 당황했다.

이 정도 반응이면 아이스크림 광고 모델이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녀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잠시 그녀의 그런 표정을 바라보던 승관은 ‘아차’ 싶었는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승관
“근데…친구는 이름이 뭐예요?”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꼭 쥔 채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아 저..."

지연은 망설이는가 싶더느 승관을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지연
“이름… 지연. 김지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