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
4. 那天早上


다음 날 아침. 집 안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바닥에 가늘게 펼쳐지고, 공기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게스트룸. 세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

피로에 찌든 눈가, 잔듯만듯한 얼굴. 어제의 눈물이 남긴 자국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간단히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기에 얼굴이 살짝 움찔했지만, 곧 그대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정세연
‘그래… 괜히 민폐 끼치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나가자. 해결될 거야. 꼭…’

무언의 다짐처럼 중얼인 후, 세연은 빠르게 샤워후 최대한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마주한 거실은 고요했고, 발끝에 힘을 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주방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치이익—’

물 끓는 소리, 커피 내리는 향. 그곳엔 명호가 서 있었다.

루즈한 맨투맨과 트레이닝 팬츠, 여전히 단정한 그의 옆모습.

표정은 무심했고, 동작은 매끄러웠다. 세연은 순간 멈칫했다.

뒤로 돌아 다시 방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려던 찰나—

명호가 먼저 눈을 들었다.


디에잇(명호)
"일어났어요?"

톤은 여전히 낮고 무표정했지만, 어딘가 전날 밤과는 다른 온기가 그 짧은 문장 속에 스며 있었다.

정세연
"어..아 네.

정세연
혹시… 방에서 시끄러웠던 건 아니죠…?”

세연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호는 대답하지 않고 커피포트를 들었다. 컵에 조용히 커피를 붓고, 잠시 머뭇이다가 입을 열었다.


디에잇(명호)
“…원래 아침엔 조용해서, 다 들리긴해요. ...근데 오늘은 뭐 잘 안들리더라구요."

그 짧은 말 뒤에, 또 한 잔을 따라냈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에게 내밀었다.


디에잇(명호)
“잠 못 잔 것 같아서. 마셔요.”

세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컵을 받았다.

손에 닿는 따뜻한 열기. 그것만으로도 갑자기 눈가가 다시 시큰해졌다.

정세연
“…감사합니다…”

작게 고개를 숙이며, 그녀는 컵을 꼭 쥐었다. 명호는 말없이 식탁으로 향했다.

TV도 켜지 않고, 스마트폰도 만지지 않았다.

그저 식탁 위에 놓인 달력 한 쪽을 무심히 넘기며, 시선을 거기에 멈춰두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고요 속에서, 명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디에잇(명호)
“…어제, 많이 힘들었을거 같아요.”

말끝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세연은 입을 다문 채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세연
"..아,아니에요...중국에서 유학 후 돌아온 상황에...저도 이런일이 생길줄은 상상도 못해서.."

명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결이 스며 있었다.

무심함 너머로, 이해와 공감이 조용히 비쳤다.


디에잇(명호)
“…이 집, 혼자 살기엔 너무 커서… 사실 나도 처음엔 외로웠어요. 지금은 적응 했지만.."

뜻밖의 고백. 뭔가 지금과 상관없어보이는 말에 세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명호는 다음말을 이어 가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주 단정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디에잇(명호)
“…뭐, 그러니까. 괜히 겁먹지 마요. 난 생각보다 나쁜 사람 아니니까.”

짧은 웃음도, 농담도 없었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이 거대한 집 안에서, 서로가 낯선 입주자처럼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