爱比痛苦更好

5. 即将相遇之际,保持着一种既亲近又疏离的距离

그날 밤.

명호는 방 안의 조용한 조명 아래, 손에 쥔 쪽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얇은 종이 위에 또박또박 적힌 이름과 번호.

강시연.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천천히 쪽지를 펼쳐 든 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처를 저장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타이핑했다가 지우고, 또 지우고.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그게, 지금의 감정에 가장 어울리는 거리감이었다.

(우웅- 우웅-)

그 순간 울린 전화벨.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네, 매니저 형.”

전화

『명호야, 내일 오전에 회의 있거든. 단체 컨셉 미팅이랑 새 곡 데모 관련해서 급하게 잡혔어. 다들 오전 11시까지 회사로 오기로 했으니까, 너도 꼭 와야 해.』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네, 알았어요."

통화가 끝난 뒤, 명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잠든 도시 위로 흐릿한 별빛.

그리고 그 사이로 어딘가에서 또 하루를 시작할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 날 – 오전 9시

서울 용산. 거대한 하이브 사옥 앞,

시연은 가방끈을 꼭 쥐고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그녀의 첫 출근날.

플레디스엔 정식 입사가 되었고, 소속은 총괄 프로젝트팀.

현장 업무가 많은 만큼, 오늘도 바로 실무에 투입되기로 되어 있었다.

강시연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강시연입니다!”

긴장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시연을 맞이한 건 선임 강주아 대리였다.

강주아

“아, 네. 시연 씨, 오늘 오전에 세븐틴 컨셉 회의 있어요. 일단은 참관만 하세요. 멤버들도 오고, 각 팀 다 모이니까 전체적인 흐름 파악하면 될 거예요.”

강시연

"...네!"

자료를 받아든 시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문득 고개를 떨구어 손에 들린 파일을 펼쳐본다.

‘…세븐틴…’

아이돌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름 정도는 익숙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기며 이미지를 훑었다. 그러다 한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디에잇 (THE8)>

그의 프로필 사진. 단정한 얼굴선, 오묘한 눈빛, 묘하게 익숙한 분위기.

시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강시연

“…뭔가…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순간, 베이징에서 자신을 구해준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시연

"에이...아니겠지..."

스스로 머리를 저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그냥 우연히 만난 서명호씨 였을 뿐.

그리고… 그는 연예인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는 다시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얼굴에 무심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연랃없음]

당연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강시연

‘기다리는건 아닌데… 나 왜이러지....’

그녀는 조용히 화면을 꺼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오전 11시,

세븐틴의 2분기 컨셉 회의가 하이브 회의실에서 조용히 시작됐다. 커다란 테이블 주위에 멤버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명호도 회의실 안쪽에 앉았다.

모자와 마스크 덕분에 그의 얼굴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 그 역시 특별히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회의에 집중하면 될 일이었다.

반대편, 테이블 구석.

노트북을 앞에 둔 신입 직원 강시연은 빠르게 오가는 회의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첫 출근 첫 업무, 첫 회의. 모든 게 낯설고 빠르게 흘렀지만, 그녀는 집중하려 애썼다.

회의가 무르익던 중, 프로젝트 담당자인 강주아 대리가 말했다.

강주아

“시연 씨, 방금 말한 컨셉 내용도 정리해줘요. 픽스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강시연

"네.!"

밝은 목소리로, 조금은 긴장한 채 시연이 대답했다.

그 짧은 한마디. 그러나 그 이름은

순간 회의실의 한 사람을 움켜쥐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시연?'

빔프로젝터를 바라보던 명호의 눈이 서서히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자료 화면 대신—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여성의 옆모습. 짧은 대답, 조심스런 움직임, 긴장된 자세.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정말...걘가?'

명호는 숨을 삼켰다. 믿기지 않는 우연.

중국에서 만났던 그 강시연.

그녀가 이 자리에… 그것도 세븐틴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봤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아냐 무슨 상관이야 직원이잖아...'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갔다.

괜히 혼자 오해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 혹시 그쪽도 자신을 알아보면 어쩌지 하는 긴장감이 뒤섞였다.

하지만 시연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듯 다만 노트북에 열중하며 메모를 이어가고 있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몰라 봤어...다행인건가..'

그러나 집중하긴 어려웠다. 명호의 시선은 자꾸만 그녀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도겸(석민) image

도겸(석민)

"어? 새로 들어오신 거예요?"

잠깐 휴식이 주어졌을 때, 도겸이 자연스럽게 시연에게 말을 걸었다.

강시연

“아… 네. 오늘부터 출근했어요.”

시연은 수줍게 웃으면서 잘부탁한다며 대답했다.

도겸은 밝게 웃었고, 분위기는 한층 누그러졌다. 그 사이에도 명호는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회의에 집중하는 척했지만, 머릿속은 시연으로 가득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여기서 또 마주치다니…’

운명이란 게 있다면, 지금 이건 분명 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