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步之遥

夜幕降临,气息交融。

이서연

"흐..정말 죄송....흑윽.."

서연의 몸은 무겁게 무너지고 있었다. 술에 취했고, 마음도 무너졌고, 감정은 무방비였다.

조용한 밤공기 속에서 그녀의 흐느낌이 또렷이 들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수습하려 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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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가만히 있어요."

정한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당황해서 떨어지려는 서연을 조용히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정한의 품은 놀라울 만큼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서연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정한은 흐느끼는 서연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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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승철이가 좀 모졌네..오늘은."

그 말에 서연은 떨리는 숨을 토해냈다.

이서연

"...죄송,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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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됐어요. 뭐가 그렇게 자꾸 죄송해요."

정한은 복잡한 감정을 누르듯 그녀를 가만히 안은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동정일까, 연민일까, 아니면 무언가 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서연은 한참을 그의 품에 안겨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이서연

"고마워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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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참나, 이번엔 또 고맙대."

정한은 웃음 섞인 말투로 받아쳤지만, 표정은 편치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마음에 자꾸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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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좀 괜찮아요?"

정한이 나직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염려가 깃들어 있었다.

서연은 붉게 상기된 눈으로 정한을 바라보았다. 창피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서연

"...오늘 선배님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저는 아마 승철 오빠를 다신 못 봤을 거예요."

그 말에 정한은 말없이 시선을 떨어뜨렸다.

잔잔한 밤거리에는 어느새 적막이 내려앉았다.

편의점 간판의 희뿌연 불빛만이 두 사람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정한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빈 병을 주워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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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돌아가요."

서연은 아직 몸이 휘청였지만, 정한이 곁에서 튼튼하게 붙잡아 주었기에 금세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연의 속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마음 한켠은 이상하게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정한은 묵묵히 서연의 보조에 맞춰 함께 걸었다. 자리로 돌아온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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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어휴~ 취한다. 많이 마셨나봐. 아이스크림 공장 갔다 왔냐? 푸~"

술기운에 알딸딸한 승철의 말, 옆에 있던 민규도 잔뜩 취했는지 혀가 꼬인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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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아스크림..? 아스크림 뭐 있어...?"

정한은 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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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이만 해산합시다. 다들 취했어요! 몇 병째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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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아, 좀만 더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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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안 돼. 대리 부를게."

정한이 일어나 대리운전 앱을 켜는 사이, 서연은 조용히 승철을 바라봤다. 그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서연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앉더니 그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려다 멈췄다.

손끝이 떨렸다. 그녀의 눈가엔 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이서연

'왜 나는 항상 여기서 멈춰야만 할까.'

손을 가슴으로 끌어내린 그녀의 표정은 쓸쓸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한은 말없이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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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뭐가 이렇게 쓰냐... 술이 쓴 건가, 상황이 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