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人辅导

08 : 싸가지 과외하기

김여주

"아, 녹차라떼 먹으니까 좀 살 것 같다. 어제는 지훈이 과외자료 뽑느라 5시간밖에 못 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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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넌 맨날 녹차라떼만 먹더라? 그나저나 요즘 열심히네. 목표가 생긴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김여주

"그니까. 지훈이도 애가 반말 찍찍하고 퉁명스러워서 그렇지, 원래 상위권이여서 그런지 시작하면 잘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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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다음 주가 시험인데 네 생각도 좀 해야지."

암암, 그렇지. 요즘 너무 과외에 집중하다보니 '시험공부도 해야겠다' 생각만 했지 정작 실행에 옮기진 못 했는데 대학생 본분에 집중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근데 잠시만, 시험이 다음 주라고?

김여주

"주현아, 시험 3주 뒤 아니였어? 그거 뭐 비유적 표현, 과장법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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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얘가 뭐래냐. 시험 다음주 맞거든요. 우리 시험공부하려고 모인 거잖아."

그 때 난 느꼈다. 아, ×됐구나.

그렇게 난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일주일을 피똥쌀 만큼 열심히 보냈지만 결국 시험은 망하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인가. 주변의 것에 너무 힘쓴 나머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벌이였다.

김여주

"흐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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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지랄도 풍년이다. 뭐 잘못 먹었냐?"

김여주

"야, 선생님한테 지랄이 뭐니 지랄이? 봐주니까 끝도 없이 개기네. 이리와,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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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아.. 왜 이래, 진짜."

그러게.. 나 진짜 왜 이러지. 물론 방금건 박지훈이 시발점이긴 했지만, 난 지금 내가 평소같지 않다는 걸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다.

김여주

"하.. 진짜 왜 이러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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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이번엔 신세한탄이야? 시험이라도 망쳤냐?"

김여주

"..응..."

그 후로 5분 간은 박지훈에게 무슨 고해성사하듯 내가 시험공부를 못 하게 된 계기부터 시험출제유형을 잘못 짚어 시험문제를 하나도 못 건든 것, 그에 대한 변명과 앞으로의 다짐이라는 TMI까지 전부 말했다.

김여주

"따지고 보면, 내가 지훈이 너한테 옮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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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뭐를?"

김여주

"그 막나가는 자세를."

박지훈의 미간이 급속도로 구겨졌다. 확실히 선생이 학생에게 할 말은 아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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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그 얘길 시험공부 일주일 전에 하는 사람한테 듣고 싶진 않았는데. 솔직히 일주일 전이면 초등학생보다 안 하는 거 아니야?"

김여주

"나도 고등학생 땐 전교권에서 노는 모범생이었거든? 어쩌다 이런 타락한 삶을 살게 됐는지. 너도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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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시험 반타작의 충고라 그런지 가슴에 와닿네, 고맙다."

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박지훈의 말에 가슴이 아렸다. 내가 박지훈한테까지 이런 말을 듣는구나. 좀 똑바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