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到你
1 ❀ 声音


아침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음에도,

바람의 소리는 듣지 못했다.

청각 장애인.

인생의 꼬리표이자, 나의 수식어.

' 아침 먹을래? '

수화로 아침 여부를 묻는 엄마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23살이 되어서도 이모양이다. 배운게 있어야지 대학을 갈 거 아니야.


이가온
' 엄마, 오늘 생일이지. '

베시시 입꼬리를 들어올려보이며 엄마에게 물었다.

답변 대신 옅은 웃음을 띠었다.

엄마
' 가온아, 오늘 아빠 제사도 지내야 하잖아. 응? '

엄마
' 엄마는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쉬고 있어. 어차피 나와봤자.. '

뒷말을 삼킨 엄마의 말은 뻔했다.

어차피 나와봤자 아무것도 못하잖니.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의 생일은 챙겨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생일이 줄곧 기일.

5년 전부터는 한번도 엄마 생일을 챙긴적이 없다.

...기일 챙기기 싫어.

기일 한번 안 챙긴다고 어디가 덧나나.

친척들은 모두 연락이 없기에, 엄마와 나. 단둘이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시니까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는듯. 쏙 빠져서는.

엄마
' 가온아, 뭐 먹고 싶어? '


이가온
' 대충 제사상에 차려져 있는거 먹어. 진수성찬을 차려놨네. 뭘 더 해 여기서. '

씨익 웃어보이는 엄마의 입가는 이미 귀에 걸려있었다.

남편 기일인데 왜 웃어. 생일이라서 그래?

엄마
' 가온아, 엄마는 설거지하고 잘게. 먼저 자고 있어. 시간 너무 늦었다. '

힘겹게 일어나는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이래서 미안해, 엄마.


이가온
' 한번이라도 괜찮으니까. '


이가온
'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

바람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친구들이 재잘대는 소리.

오늘도 그런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온.

이가온.


신예성
이가온!


이가온
??

눈을 떠보니, 침대. 갈색 나무.. 그리고 모르는 사람.......갈색 나무?


이가온
뭐야, 이ㅡ

아아, 말도 나오는거야?


신예성
빨리 일어나. 이 잠만보야.


이가온
누구..


신예성
왜 기억 잃은 소녀 마냥, 신예성이잖아.


신예성
일어나. 얼른.

그니까, 여기는 어디냐구.

예성..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이끌려 나온 곳에는, 본적이 있는 듯한 장소였다.


이가온
어.

책에서 봤는데. 어디였더라ㅡ

..조선?


이가온
저기ㅡ..아니, 예성...아...?


신예성
왜, 하마터면 벚꽃 못 볼 뻔했네.


이가온
여기, 조선이야?


신예성
너 여기 놀러왔어? 조선이지.


이가온
조선....조....

..선..?


이가온
자,잠깐만. 오늘 며칠이야?


신예성
1624년 4월 3일~.


신예성
벚꽃 진짜 이쁘ㅡ


신예성
야! 이가온! 어디가는데!

모르는 집,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아니 들어보기만 한 시대.


이가온
내가 왜 여깄는거야?

소리도 들리는 마당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이 복잡해져버렸다.


이가온
그래, 조선. 조선..

내가 왜 조선에 있지.


신예성
야, 오늘 벽보 보러 가야한다고. 이가온!


이가온
벽보?


신예성
그래. 임금님이 붙이라고 명하셨던 벽보요. 벽.보.


이가온
나..나 조선시대 사람인거야?


신예성
제발, 헛소리는 그만두고.

또또, 또 이끌려가게 돼버렸다.

이끌려가던 몸이 멈추자 바라본 앞에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궁녀를 데리고 간다고?

쯔쯧, 나랏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왕이 궁녀를 취하기만 하려 그러는구먼.

이래서야 나라가 잘 돌아갈런지..

집의 처녀를 다 데리고 간다는게 말이 되는 사실일리가 없잖소.

세상에나..

웅성거리는 소리가 복잡해 사람들 틈을 비좁고 들어간 곳에는,

벽보 하나가 붙어있었다.

' 집 안의 처녀들은 모두 궁녀로 들일것이니, 4월 7일까지 각 집안의 처녀들을 모두 궐로 보내시오. 거역한 자는 벌을 받을 것이오. '

느닷없는 조선시대에, 들리는 소리에, 말할 수 있는 입에.

모르는 것들이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