吸血鬼皇室 [第二季]

41.

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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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조금! 조금만... 천천히 가자."

헐떡이며 숨을 뱉은 정국이 바들거리며 앞서 뛰어가는 석진의 옷자락을 움켰다. 아까 공격을 꽤 심하게 받은 정국. 일단 더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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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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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조금만, 쉬자."

잠시 고민하던 석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풀썩 주저앉았다. 이어서 석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무 하나를 골랐다. 나무의 밑동을 천천히 쓸어 내리는 그의 손길이 신중을 가하고 있었다.

문 빈 (23) image

문 빈 (23)

"... 형,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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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잠시만."

파악-!

나무를 계속 살피다 갑자기 능력을 사용한 석진. 그의 손 끝이 머무는 위치의 나무는 깊게 파여져 투명한 것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곧 그것은 줄기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석진은 능숙하게 주변의 큰 나뭇잎 하나를 따 돌돌 말고는, 그것을 가득 담아 정국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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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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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나무에서 물을... 이렇게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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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예전에, 책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방법이야. 솔직히 제대로 읽진 않아서 긴가민가했는데, 다행이네. 마셔!"

정국을 시작으로 물을 실은 나뭇잎 컵은 일곱 명을 사이좋게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다시 잠깐 인간의 모습을 한 정한까지 깔끔하게 물을 들이키자 남준은 바로 컵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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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우리의 흔적이 남으면 안 돼. 이제 다시 이동하자."

아주 잠깐의, 달콤하지 못한 휴식이었다.

콰앙-!!!

불안정한 포털을 타고 무리하게 넘어온 탓이었다. 포털을 나옴과 동시에 중심까지 잃어버린 태형과 백현이 엉덩방아를 찧고 미간을 구겼다.

김태형 (25) image

김태형 (25)

"... 제 꼬리뼈 무사하겠죠."

자연스럽게 농을 던지는 태형. 하지만 백현은 미동이 없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는 서둘러 일어나 옷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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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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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언제 놈들이 뒤쫒을 지 몰라. 우린 지금 뻔한 곳에 왔잖아. 우리가 먼저 손에 넣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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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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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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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은비가, 사실을 제대로 알면 좋아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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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어?"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던 백현의 눈동자가 크게 동요했다. 제 누이의 이름. 저 고운 두 글자가 순식간에 백현의 눈이 물에 가득 젖어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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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어? 아, 아니, 울리고 싶어서 한 말은 아니에요... 진짜...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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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은비가 많이 기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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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건 모르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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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왜 몰라, 내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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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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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이제 갈까요? 눈물 좀 닦고, 백현 씨 말대로 우리 조금 촉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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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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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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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백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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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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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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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은비 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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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후다닥 제 눈물을 옷에 닦아낸 백현이 그대로 몸의 방향을 틀어 내달리기 시작했다. 태형도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

오후 일곱 시가 막 지나가는 이 순간. 곧 눈부시게 꽉 찬 보름달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백현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둘이 포털을 통해 넘어온 이곳은 백현이 존재하던 신라였다. 점점 골목골목을 통해 들어갈수록 오랜 세월이 보이는 초가집들이 줄을 이었다.

백현은 망설임 없이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휙휙 방향을 꺾었고, 태형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둘은, 차오르는 숨을 잠시 고르자는 목적으로 정지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오직 둘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

마을이 고요함 그 자체였다.

뭐라도 있는 기운이 느껴질 법도 한데, 여기까지 달리는 내내 단 하나의 생물체도 만나보지 못했다. 간간히 뭐가 불에 탄 후에 남기는 짙은 향이 맡아지기는 했으나, 그것도 이상할 만큼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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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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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대충,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 알아요. 그게 작은 일은 아니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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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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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이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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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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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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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래."

둘 다 일으켜지는 몸에서 삐그덕 소리가 난다고 느꼈다. 이곳저곳이 쑤시다고 아우성을 질렀다.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낸 태형이 백현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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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참, 가기 전에 하나만 물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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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나중에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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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나중에 우리가 멀쩡하게 살아 있을 지, 죽을 지 어떻게 알아요.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때 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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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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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어? 내 말 무시해요? 나 이래봬도 이 세계를 다스리는 귀한 존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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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뭔데,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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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생각보다 되게 단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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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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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아, 장난이고. 백현 씨 몇 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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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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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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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게... 질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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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네. 은비 동생이니까 나보다는 어릴 건데, 정확한 나이는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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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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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스물 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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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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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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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전정국이랑 동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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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전... 정국?"

백현의 눈썹이 살짝 움찔거렸다. 누구인지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아, 그 해실대는 토끼 말하는 건가. 나더러 자기 친구라고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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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아니...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전정국보다 이렇게 의젓한 애가... 동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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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저기,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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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아, 아니... 아니요, 가야지. 어, 가요."

겨우 정신줄을 붙들어맨 태형이 다시 표정을 굳히고 달리는 백현을 쫒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놀랐지. 그 깐족이랑 백현 씨랑 동갑이라니.

타악 -

담에서 시원하게 뛰어내린 백현이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이제 아무도 안 보이는 게 익숙해질 지경으로 그 어떠한 생물체도 보이지 않는다.

뒤이어 태형이 폴짝 뛰어 담을 내려왔다. 가볍게 착지한 태형은 가만히 고민하는 백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까 일자로 쫙 뻗은 콧대며, 서글서글한 인상의 귀여운 눈이 은비랑 닮은 듯 안 닮은 듯 하다.

자세히 보니까, 표정처럼 차가운 인상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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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백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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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저쪽이야."

태형의 부름은 가볍게 공기 중에 삼켜졌다.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 백현은 그대로 또 달렸다. 이러다가 내일 아침에 걷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며 태형은 서둘러 발걸음을 놀렸다.

태형은 저도 이 길이 맞는 지 모르면서 백현이 이끄는 대로 가기만 했다. 왠지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고, 그 힘은 믿음을 주었다.

우선 지금은, 뭐가 됐든 백현을 믿으며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드르륵-!

부산한 발걸음으로 태형과 백현이 들어왔다. 좁은 방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 둘이 들어차자 갑갑해 보이는 효과가 더해졌다.

궁에 딸린 작은 창고 같은 방이었다. 최하급 하인들이나 사용했던 침실 같은 공간. 오래 비워져 있었는지 먼지가 각종 가구들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백현은 먼지 한 톨도 꼼꼼하게 보며 이리저리 수색하기 시작했다. 태형은 백현이 살피는 곳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장롱을 열었다. 딱히 이상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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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여기 있는 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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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예전에, 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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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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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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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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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말 그대로야. 다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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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장롱 안에 있던 상자들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보던 태형의 손이 뚝, 끊겼다. 백현은 어느새 열어보던 서랍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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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뭘... 뭘 다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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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알잖아."

그 와중에도 꿋꿋한 그의 흔들림 없는 대답. 태형을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겨우 잃으려는 이성을 동여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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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아니, 잠시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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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세계의 예언 일기장을 읽었다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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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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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응."

"그리고 우리의 결말도, 난 알아."

그 결말은, 한 번 읽어도 기억에 선명히 남을 정도로 강렬했으니까.

예로부터 전해지는 왕족의 역사이로다.

한 겹씩 낙엽의 색이 바뀌고 힘없이 바삭하게 떨어지는 순간 하나하나를 주옥같이 다 담은 수만 년의 역사가 될 것이니,

고난과 역경 속 선조들이 기록하였던 역사를 잘 숙지하여 한층 더 발전한 세계를 창제하기 바란다.

그다음이 누구여도 왕족의 순수 혈통은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니,

나는 내 후손들을 위해 글을 이렇게나마 끄적여본다.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노을 분들, 시간 괜찮으시면 2화 (프롤로그 다음 화) 한 번만 더 읽어주세요! 이번 화 이해하시기 조금이나마 더 쉬울 거예요. 마지막에 결정적인 힌트가 있기도 하고요!

점점 더워집니다.. 이제 5교시 되니까 늘어지는 게 더 심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쉬는시간은왜5분일까요진짜죽여버려) 중간고사 시험 기간인데, 여러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