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프롤로그에서 만난 너

04. 너와 함께하는 수영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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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아 .. 어떡하지, 진짜 …

오늘따라 야외 수영장의 물빛이 야속할 정도로 투명했다. 비치용 겉옷을 걸친 여주는 탈의실 구석에서 나오지 못한 채 연신 입술만 물어뜯었다. 소심한 성격 탓에 남들 앞에서 피부를 드러내는 수영 수업 자체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그때, 풀장 쪽에서 거친 물살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친구들

와, 역시 수영부 에이스... 한태산 기록 미쳤다!

수영모를 대충 쓸어 올리며 물 밖으로 올라오는 태산이 보였다. 학교 수영부 간판선수답게 젖은 앞머리 사이로 떨어지는 물방울, 탄탄하게 갈라진 어깨와 훤칠한 피지컬.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까지 더해지자 풀장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리는 건 당연했다.

여주는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훈련을 마친 태산의 매서운 시선이 여주에게 딱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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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김여주.

낮게 깔린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태산은 다른 아이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안 끈다는 듯, 길쭉한 다리로 벅벅 걸어와 여주의 앞을 막아섰다. 압도적인 피지컬에 젖은 물기까지 더해지자 여주는 숨이 턱 막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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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너 왜 거기에 얼어붙어 있냐. 물에 들어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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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아니 .. 그게 아니라 …

여주가 가디건 옷깃을 꼭 쥐자, 태산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주변에서 유독 여주를 힐끔거리는 남학생들의 시선을 태산이 모를 리 없었다. 태산은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이 쓰던 커다란 비치 타월을 툭 펼치더니, 여주의 어깨 위로 푹 뒤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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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가만히 있어.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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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그래도... 수영은 해야 하는데 .. 나 수영할 줄 몰라서 ...

태산이 타월 양끝을 잡아 여주의 목밑까지 꼼꼼하게 싸매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수영부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태산의 체온이 섞인 향이 확 풍겨와 여주의 얼굴이 금세 폭발하듯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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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쉬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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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태산이가 가르쳐주면 .. 수영 배울수 있을거 같은데 ..

모깃소리만큼 작게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태산의 귀에는 똑똑히 들린 듯했다. 물기를 털어내던 태산의 손길이 순간 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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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뭐?

태산이 낮게 반문하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여주를 내려다보았다. 수영모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깊게 가라앉았다. 여주는 제 입으로 던진 대담한 소리에 놀라 얼른 비치 타월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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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아니 .. ! 네가 안 가르쳐줘도 되는데 .. !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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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수영부 에이스한테 레슨받는 기회가 아무한테나 오는줄 아냐?

태산이 픽 웃으며 여주의 손목을 가볍게 쥐어 멈춰 세웠다. 물기가 남아있는 태산의 커다란 손이 닿자 여주의 피부 위로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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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네가 먼저 가르쳐달라고 한 거니까, 딴소리하기 없기다 김여주.

태산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타월을 대충 던져두고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쾅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그러고는 풀장 가장자리 벽에 팔을 걸친 채, 위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여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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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내려와, 잡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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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 응 ...

여주가 조심스럽게 발가락부터 물에 닿자, 차가운 감촉에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태산의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여주의 손을 빈틈없이 마주 잡아왔다. 태산은 여주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 쪽으로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주었다.

물속에 들어서자 태산의 압도적인 피지컬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주의 허리춤까지 오는 물 깊이였지만, 태산에게는 훨씬 얕아 보였다. 태산은 여주의 두 손을 꼭 쥐어주며 자연스럽게 여주의 시선 높이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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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음, 일단 … 물에 뜨는 것부터 해야 되거든? 내 어깨 잡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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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어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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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어. 놓치면 빠지니까, 꼭 잡아.

여주가 부끄러움에 망설이자, 태산이 무심한 척 여주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젖은 어깨 위에 얹어버렸다. 탄탄한 어깨 근육의 감촉과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여주는 숨을 헉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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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숨 크게 쉬고, 몸에 힘 빼. 내가 밑에서 받쳐줄 테니까.

태산의 커다란 손이 여주의 허리 뒤를 부드럽게 받쳐 들었다. 수영부답게 물속에서 여주를 다루는 손길이 단단하면서도 완벽하게 안정적이었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태산의 체온과 강한 악력에 여주는 머릿속이 하얗게 마비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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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태산아 .. 나 빠질거 같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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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안 빠져. 내가 잡고 있잖아.

태산이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무심한 표정과는 달리, 여주를 지탱하고 있는 태산의 손길은 그 어떤 것보다 세심하고 다정했다. 여주가 무서워서 태산의 어깨를 더 꼭 껴안자, 태산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짙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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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봐, 별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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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너, 표정이 왜 그래 .. ? 일부러 놀리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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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놀리는거 아닌데.

태산이 여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상체를 살짝 더 밀착시켜 왔고, 투명한 물빛 아래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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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산

좋아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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