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结] 我被一家企业集团抓住了
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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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东旻
청춘의 프롤로그에서 만난 너

방과 후, 늘 자리를 지키던 수영부 에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수영부 역사상 손에 꼽히는 이변이었다.
친구들
야, 오늘 한태산 왔냐?
수영부원들
아니. 못봤는데?
탈의실 앞에서 아이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은 여주의 손이 멈칫했다. 감기몸살이라니. 어제 그저 해가 지는 수영장에서 수건을 툭 던져주며 툴툴거리던 태산의 모습이 생생한데, 하루 아침에 앓아눕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수영장 물속에서 제 몸을 지탱해주던 단단하고 뜨겁던 체온이 스쳐 지나갔다.

김여주
' 설마, 나 때문에 .. ? '
어제 물속에서 오래 붙어 있기도 했고, 해가 저물며 쌀쌀해진 공기 속에서 제 수건까지 양보하느라 태산이 홀로 젖어 있던 것이 머릿속에 쿵 하고 걸렸다. 죄책감과 걱정이 뒤섞인 마음으로 방과 후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태산의 자취방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태산의 집 앞에 도착한 여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ㅡ
잠잠하던 집 안에서 슬리퍼를 질질끄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현관문이 삐그덕 열렸다.

한태산
누구 ..
문을 연 태산은 평소의 깔끔하고 서늘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흑발에 붉어진 얼굴,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색색거리는 가쁜 기척. 목도 잠겨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낮고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태산
……김여주? 네가 왜 여기 있어.

김여주
태산아! 너 진짜 아프구나…… 얼굴이 왜 이래
여주는 깜짝 놀라 태산의 이마에 냅다 제 손등을 갖다 댔다.

김여주
앗, 뜨거워! 이마가 불덩인데 .. ?
갑작스러운 손길에 태산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몸이 워낙 지친 탓에 제지할 힘도 없는지, 이마에 닿는 여주의 서늘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한태산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죽겠으니까, 일단 들어와.
태산은 문을 열어주며 휘청거렸다. 여주는 급히 태산의 팔을 붙잡아 부축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 혼자 사는 자취방은 깔끔했지만, 지금은 거실 소파 위에 이불이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고 물컵 하나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태산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태산
너, 옮을수 있으니까 이만 가라. 부모님 걱정하신다.

김여주
내가 갔다가 너 쓰러지면 뉴스에 나와, 한태산. 가만히 있어 봐.
여주는 잔소리를 하면서도 주방으로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찬물밖에 없었다. 다행히 전기포트가 보여 물을 끓이고, 상비약을 찾아보려 찬장을 뒤졌다.
잠시 후, 따뜻하게 데운 물 한 컵과 겨우 찾아낸 감기약을 들고 거실로 돌아온 여주는 태산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김여주
이거 먹어. 알약 두개.
태산은 반쯤 감긴 눈으로 여주를 올려다보았다. 아파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제 걱정을 하겠다고 이 작은 공간을 종종거리는 여주의 뒤통수가 왠지 밉지 않았다.

한태산
… 써.

김여주
어린애야? 다 커서 약 투정이야, 빨리 먹어.
여주가 잔소리를 하며 약을 내밀자, 태산은 마지못해 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태산이 다시 소파에 푹 기대어 눈을 감자, 여주는 어디선가 수건을 적셔 와 그의 이마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서늘한 물수건이 뜨거운 이마에 닿자 태산의 미간이 살짝 펴졌다.
여주는 태산의 옆에 앉아 멍하니 그의 앓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늘 벽을 치며 차갑게 굴던 애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앓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김여주
……어제 나 때문에 그런 거지?
조용히 던진 여주의 목소리에, 태산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열이 올라 발개진 눈꺼풀 아래로 여주를 담아내며 태산이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한태산
헛소리 하지 마 ... 내가 왜 ..

김여주
진짜잖아. 네 수건 나 덮어주느라 너가 젖었잖아.

한태산
내가 좋아서 내 수건 준 건데, 그게 왜 네 탓이야.

김여주
뭐 .. ?
태산의 무심한 툭 던진 말에 여주의 얼굴이 또다시 확 달아올랐다. 아픈 애 앞에서 직진하는 이 심쿵한 대사에 여주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동공을 흔들었다.
태산은 그런 여주의 손목을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힘은 빠져 있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묘한 온도가 실려 있었다.

한태산
가만히 있어. 머리 아프니까 그냥 좀 앉아.

김여주
…응. 약 기운 돌 때까지 잠들어 있어, 나 안 갈 테니까.
여주의 말에 태산은 옅게 입꼬리를 올리며 여주의 손목을 잡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