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마음을 가진 사람

1. 다시 만난 이름

비가 조용히 내리던 오후였다.

나는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멍하니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어진 지 반년이 지났지만, 마음속 빈자리는 조금도 채워지지 않았다.

"괜찮아질 거야."

주변 사람들은 쉽게 말했지만, 깨진 유리는 붙여도 금이 남듯 내 마음도 그대로였다.

그때 누군가 내 옆에 앉았다.

"비 오는 날 좋아하세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우산을 든 한 남자가 조용히 웃고 있었다.

"아니요. 그냥… 피할 곳이 없어서요."

내 대답에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말했다.

"저도 그래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위로처럼 들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같은 버스에 올랐고, 나란히 앉게 되었다.

"저는 수빈이에요."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는 나."

짧게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건넸다.

수빈의 손은 따뜻했다.

한참을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던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많이 힘든 일이 있었나요?"

놀랐다.

애써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내 표정만 보고도 알아챈 것 같았다.

"...티가 났나요?"

수빈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얼굴을 하고 다녔거든요."

그 말에 처음으로 그의 눈을 제대로 바라봤다.

밝게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 뒤에는 나와 닮은 상처가 숨어 있었다.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멈췄다.

내릴 사람도 없었지만, 문은 잠시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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